READING/소설·만화17 [북리뷰] 환영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고시원 생활을 했던 때부터 일까? 왜 윤영은 자기 처지의 사람을 만나야만 했던 걸까? 좀더 자기치장을 해서라도 자기를 구해줄 사람을 만나볼 수는 없었던 걸까? 살면서 내 뜻대로 되는 일이란 하나도 없었다. 유일하게 이뤄진 것은 남편과 살게 된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뿐이었다. 고작 쓸모없는 남자와 사는 게 내가 바란 것이었다니. 서윤영은 만년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남편의 뒷바라지와 피붙이를 위해 몸을 팔아 일한다. 처음이야 어려웠지, 뭐든지 익숙해지지 못할 일은 없었다. 그러나 남편의 책장은 넘어갈 줄 몰랐다. 남편에게 걸었던 희망이 사라진 것보다, 그런 남편을 믿었던 내가 더 측은했다. 부질없는 희망은 빨리 버려야 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소리친다. 자기도 자신이 왜 그렇.. 2022. 11. 14. [북리뷰] 작별인사 인간이라는 거추장스런 몸뚱아리를 갖고 유한하게 하게 살아가는 종에 대한 성찰을 담은 이야기다. 먼 미래, 인류와 휴머노이드가 맞이하게 될 운명적 대립과 인류의 종말, 그리고 자연의 회복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헤어진다 한들 다시 만난다는 불교의 정신이 은은히 새겨져있다. 처음엔 철이가 아빠와 헤어져 수용소 생활을 하는 부분이 너무 마음이 아파, 잘 읽혀지지 않았다. 도데체 무엇이 '작별인사'라는 것인지 갈피를 못잡고 책을 덮었다. 그러다가 한 포스팅을 보고 다시 읽을 용기를 얻었다. 수용소를 탈출하고, 아빠를 만나고 그리고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가장 진보된 형태의 하이퍼 휴머노이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책을 보며 작가의 생각에 보탬에 되었음직한 책들이 떠올라 몇가지 적어본다. 우선은 인류는 뒤담화로.. 2022. 11. 11. [북리뷰]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자극적인 제목이라 손이 갔다. 심너울 작가의 소설 모음집이다. 이 중 한 소설의 제목이 대표로 책의 제목이 되었다. 이야기의 플롯은 심플하다. 한 청년이 버스 정류장에서 행색이 남루한 한 할머니를 본다. 더운 여름날 생선좌판을 이고지어 버스에 오르려 하는데, 그 비린내와 행색에 버스기사가 못타게 한다. 그러자 할머니는 강짜를 부리며 버스를 막아서고는 실랑이 피우는 게 아닌가? 청년은 그 장면을 보고 생각한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라고. 세월이 한참 흘러 미래 세상. 청년은 노신사가 되었고, 일평생 살면서 누구에게 싫은 소리 들으면 살지 않도록 몸가짐을 조심했다 자부했다. 요즘 노인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어르신용 에어팟에도 유행에 뒤쳐지지 않으려 장만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약주를 한잔.. 2022. 11. 11. [북리뷰] 어머니 러시아 제정 말기 농민들은 봉기하고, 혁명을 꿈꾼다. 부모들은 "모난돌이 정맞는다"고 아들딸 잘 단속해서 행여나 멀리 시베리아로 좇겨나지 않게 해야했다. 공부한다는 것의 의미는 내일의 삶을 바꿀 의식을 견고히 해 가는 과정이었다. 큰 사상에 올라 그동안 황제와 귀족에게만 돌아갔던 부의 되물림을 끊어내야했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 어머니는 혁명을 꿈꾸던 아들을 잃었다. 아들을 잃고나니 비로소 아들이 추구했던 혁명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는 그렇게 혁명가가 되었다. 혁명가들의 어머니가 되었다. 이소설은 한때 우리 나라에선 금서였다. 소위 빨갱이 책이라 해서 불온하게 취급했다. 당대 소설의 역할은 행동에 나서도록 촉구했다. 우리 나리에도 같은 작품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논픽션으로 읽히는 부분은 아마도 이소.. 2022. 11. 10. [북리뷰] 안나카레니나 의 첫구절은 너무도 유명하다. 모든 집의 불행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다나.. 그럼에도 안나는 그러면 안되었다. 결혼한 여자고 누구보다 정숙한 여인이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첫사랑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그래서 종극에는 소피마르소와 너무도 잘 어울려 버리는 그녀를 상상하게 한다. 그런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오고 그녀는 배신을 당하고, 고립되고 가족에게 조차 버림받아 끝내 플랫폼에 들어서는 기차에 몸을 내어 던지는 비극으로 끝난다. 이 얘기가 그렇게 긴 이야기로 풀었어야 했냐는 게 내 불만이긴하다. 물론 몇몇 다른 삶들도 조명되기에 당시의 러시아 귀족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내 누이가 그런 비극을 맞은 것 같아 마음 한켠이 아려오고,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그.. 2022. 11. 10. [북리뷰] 채식주의자 유명한 소설인데, 그닥 재밌지는 않았다. 유난스러움과 억지스러움이 개연성 없이 전개되어 당혹스러웠다. 모두가 살 길은 없었을까? 만약 언니가 형부와의 관계를 알고도 모른 척 했더라면 어땠을까? 바로 이 지점이 남성적 사고인 게지. 이런 마음 먹는다는 거 자체가 폭력적이고, 여성을 대상화 시키는 거지 싶다. 이렇게 밖에 생각이 못미치는 건, 결국 모두를 불행하게 한 게 (물론 형부도 문제이겠지만) 언니의 결정이었겠지 않나 싶어서다. 안그랬으면 가정도 살고, 동생도 살렸을테니.. 물론 그렇게 유지되는 가족이 제대로 된 가족일리는 없었겠지만 말이다. 개운치가 않다.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 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 2022. 11. 10. [북리뷰] 시인과 도둑 - 시인에게 시절을 묻다 이문열의 짧은 단편 을 보면서 젊은 날에 누구나 한 번쯤 고뇌하게 되는 심적 갈등을 소설로 승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흔히들 보수적 감성이라고 할 것 같으면, 현실은 현실일 뿐이니 그래도 살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입장이다. 좀더 원색적으로 이문열의 말을 빌리자면, "그 세계에서의 삶은 이겨 살아남고 이룩하고 누리는 것이 본 모습으로 상정(想定)되어 있었으며, 인식의 주류는 이루어지는 것은 모두 옳으며 있는 것은 모두 존중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함축적인 문장인가. 그런반면에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소망어린 시선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들을 진보의 감성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그의 일생을 인도한 일탈(逸脫)의 별은 그를 그같은 세계와 인식 속에 안주할 수 있도록 놓.. 2012. 2. 15. [북리뷰]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신데렐라,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인어공주, 재크와 콩나무 같은 아이와 함께 읽던 동화들에 저자가 새롭게 구성한 이야기들을 보노라니, 저자의 기발한 창작을 인정하면서도, 잔혹동화가 사람들의 입을 거쳐 더 오래된 구전처럼 되어 버린 느낌이들어 마음이 씁쓸했다. 마치 밀턴의 이 보다 천사들과 그 반란 사건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하여, 정설이나 오래된 구전처럼 들려 온 것처럼, 본 소설이 왠지 아주 오래 전부터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이야기 보다 먼저 자리잡고 있던 것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Paradise_Lost_19.jpg 언젠가 누군가에게 신데렐라의 실제 이야기는 그 언니들이 발을 잘라 구두를 신는.. 2012. 2. 14. [북리뷰] 죄와 벌 가난 때문에 대학을 중퇴한 라스꼴리니코프라는 청년이 한 전당포 주인을 살해하는 전후과정에서 겪는 심적 고뇌를 자세하게 기록한 소설이다. 한 인간이 무엇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사고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갈등요소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인간의 행동을 규정할 수 있는 것이 두부 자르듯이 명확할 수만은 없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인간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선함과 악함에 대한 실존적인 면면이 이 주인공의 심리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라스꼴리니코프는 처음엔 욕심 많은 노파에 대한 정의로운 분노와 심판자 역할로 팔을 걷어붙였지만, 속내는 가난의 구속에서 벗어나고픈 한탕주의였다. 그러나 막상 살인을 저지르고 당황하게 되면서 돈들은 챙기지도 못한 채 도망치듯 나와버렸고, 훔친 지갑은 열어보지도 .. 2012. 2. 14. [북리뷰] 이문열의 세계문학산책 1 이문열이 문학도들에게 전범이 되는 글을 소개하고자 마련했다는 세계문학산책 1권은, 사랑에 관한 단편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나 같은 일반인도 흥미로운 인생들을 엿보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르네 / F. R. 샤토브리앙 - 초월로 가는 길목으로서의 사랑 이 소설은 남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이야기다. 글 전반에 흐르는 과잉 감정 표현은 글을 뽐내기 위해 쓰여진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요즘 세대에는 좀 맞지 않는 낡은 사랑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문열도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아서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조차 어려울 만큼 육체와 성은 철저하게 배제" 되었다고 밝힌다. 종반까지 대반전을 기대하며 읽었으나, 그런 것은 없었다. 다만 허무주의에 쌓인 주인공, 르네의 마.. 2012. 2. 12. [북리뷰] 동서고전 200선 해제 1 - 고전을 숲으로 보다 필자는 갑자기 왜 이런 책을 들었을까? 어떤 책에서 인용되는 문구나 용어들을 이해하는 데 교양적 배경을 쌓고자 함이 우선이요, 그 다음은 고전의 숲을 전체로 아우르는 것을 좋게 여겨서였다. 그리고 판단하여 읽을 것은 찾아 읽고, 버릴 것은 버리기 위한 것이다. 본서를 읽고 느낀 한 줄의 소회라고 한다면, 오늘날 논쟁거리와 사상과 비교하여, 세상은 새로운 것 없이 그때나 이때나 돌고,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다음은 고전읽기에 대한 저자의 목소리로, 공감하거나 인상적인 문구를 옮겨본 것이다.1. "일반적으로 이란 작가의 당대나 그가 살았던 지역에서만 높이 평가되어온 것이 아니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그 진가가 검정되어왔으며, 그 어떤 새로운 작품들에 의해서도 대체하기 쉽지 않은 작품"2. ".. 2012. 2. 4. [북리뷰] 임꺽정 1~10 한참두 읽었다. 프로젝트 뛰느라 거래처 출퇴근하면서 적적한 차에 큰 위로와 재미가 되는 책이었다. 벽초 홍명희 선생이 1928년에 세상에 내어놓은 대작, 은 가히 당시 어디에도 견줄수 없는 대하소설이라 할 작품이었다. 각 인물에 대한 구구절절한 사연하며, 가락에 어울려 노니는듯한 옛 어구들은 "춤추는 글"이라 할 만큼 읽는 재미를 더해줬다. 10권을 모두 소화해 내는 동안 먼저 먹은 것 똥 되는 냥으로 기억이 가물하지마는 전반적으로 느낀 소회를 적어,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어 몇자 놓는다. (1) 조선의 암울한 역사를 그리다. 우선 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작가의 풍부한 상상이 더해진 '픽션'이지만, 그 속엔 암울한 조선 서민의 눈물겨운 역사가 엿보였다. 나무 둥치를 들어 뽑는 천하장사 임꺽정과, .. 2012. 1. 15. 이전 1 2 다음 more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