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제목이라 손이 갔다. 심너울 작가의 소설 모음집이다. 이 중 한 소설의 제목이 대표로 책의 제목이 되었다. 이야기의 플롯은 심플하다.
한 청년이 버스 정류장에서 행색이 남루한 한 할머니를 본다. 더운 여름날 생선좌판을 이고지어 버스에 오르려 하는데, 그 비린내와 행색에 버스기사가 못타게 한다. 그러자 할머니는 강짜를 부리며 버스를 막아서고는 실랑이 피우는 게 아닌가? 청년은 그 장면을 보고 생각한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라고.
세월이 한참 흘러 미래 세상. 청년은 노신사가 되었고, 일평생 살면서 누구에게 싫은 소리 들으면 살지 않도록 몸가짐을 조심했다 자부했다. 요즘 노인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어르신용 에어팟에도 유행에 뒤쳐지지 않으려 장만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약주를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가상현실체험관이라는 팻말을 보고 체험하기 위해 들어섰다. 캡슐에 들어가 체험하려는데 갑자기 따뜻한 온도와 술 기운때문에 구토가 나오는 게 아닌가.
직원들이 달려오고 캡슐이 열린다. 잡초 뽑듯 끌려 내지고 그들이 속삭이는 걸 듣는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라고. 그 소리를 듣고 노인은 다리가 풀렸다.
이 소설은 여운이 좀 남는다. MZ의 감성도 느껴진다. 기성세대나 노후세대를 바라보며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다짐일 꺼라 생각한다. 우리도 알게 모르게 그런 다짐 한 번쯤 생각했겠지 싶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소설의 인물만큼 일평생 담아두고 살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망각의 편의성이라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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