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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소설·만화

[북리뷰] 죄와 벌

by 체리그루브 2012.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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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때문에 대학을 중퇴한 라스꼴리니코프라는 청년이 한 전당포 주인을 살해하는 전후과정에서 겪는 심적 고뇌를 자세하게 기록한 소설이다. 한 인간이 무엇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사고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갈등요소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인간의 행동을 규정할 수 있는 것이 두부 자르듯이 명확할 수만은 없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인간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선함과 악함에 대한 실존적인 면면이 이 주인공의 심리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라스꼴리니코프는 처음엔 욕심 많은 노파에 대한 정의로운 분노와 심판자 역할로 팔을 걷어붙였지만, 속내는 가난의 구속에서 벗어나고픈 한탕주의였다. 그러나 막상 살인을 저지르고 당황하게 되면서 돈들은 챙기지도 못한 채 도망치듯 나와버렸고, 훔친 지갑은 열어보지도 않은 채로 어느 바위에 숨겨둔다. 그리고 한동안 계속 앓아 눕는다. 경찰이 찾아오고 지인들이 들여다보아도 그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확고히 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갈등한다.

 

주인공이 갈등하는 그 접점에서 독자는 빠져든다. 그와 같은 운명공동체가 되어 그의 편이 되어주고, 심지어는 그의 행동에 공감과 동정의 시선을 보낸다. 내 인생 어느 과정에서 보였던 그 우유부단함이 그의 것과 닮았고, 지나친 친절과 과잉 선행이 그의 행동과 닮음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는 하나가 되어, 그가 자수하고 소냐의 헌신으로 함께 기독교에 귀의하는 모습에 이르러서야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그의 평안함이 곧 나의 것이 된 것이다.

 

이야기는 그렇게 끝난다. 그러나 그 여운은 꾀나 오래갔다. 더구나 그가 그토록 절박한 상황에 몰렸다는 면에서 오늘 우리 한국의 젊은 가난한 대학생들의 상황과 많이 닮아 있는 것을 느낀다. 어느덧 기성세대로 접어드는 내게 있어서도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아닌 다음에야 모두들 주인공 라스꼴리니코프 처럼 어떤 범죄를 저지르게 될 때에는 양심의 가책과 갈등으로 고뇌하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 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사진출처 : http://www.cs.mcgill.ca/~rwest/wikispeedia/wpcd/wp/s/Saint_Petersburg.htm

 

요즘은 더욱 사회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뭔가 변해야 하겠는 건 알겠는데, 나서서 할 용기는 나지 않는다. 점점 경쟁이 가속화 되어간다. 저들에게 기회나 주어질는지 싶고, 내가 선 상황도 만만치 않다. 이 사회의 가속도를 누군가가 늦춰줄 수는 없는 것인지 기도해 본다. 생계형 범죄들이 늘고, 경제적 이유로 자살하거나 가정도 해체된다. 라스꼴리니코프가 있던 상뜨빼째르부르크의 공기와 너무 닮은 것 같다.

 

작가처럼 종교적 귀의가 최선의 답이라고는 함부로 말하진 못하겠다. 그러나 기성세대와 젊은이들 간의 제몫 찾아주기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연대, 정치 참여, 후원과 서로 돕고 이끌어가는 가운데, 온정과 사랑이 있게 된다면 사회는 좀더 따뜻해 질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양보하는 기성세대와 열심히 제몫을 찾아가는 젊은이들이 어우러지는 활기찬 세상이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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