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의 짧은 단편 <시인과 도둑>을 보면서 젊은 날에 누구나 한 번쯤 고뇌하게 되는 심적 갈등을 소설로 승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흔히들 보수적 감성이라고 할 것 같으면, 현실은 현실일 뿐이니 그래도 살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입장이다. 좀더 원색적으로 이문열의 말을 빌리자면, "그 세계에서의 삶은 이겨 살아남고 이룩하고 누리는 것이 본 모습으로 상정(想定)되어 있었으며, 인식의 주류는 <지금> 이루어지는 것은 모두 옳으며 <여기> 있는 것은 모두 존중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함축적인 문장인가.
그런반면에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소망어린 시선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들을 진보의 감성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그의 일생을 인도한 일탈(逸脫)의 별은 그를 그같은 세계와 인식 속에 안주할 수 있도록 놓아두지는 않았다. 그의 젊음도 스산하게 저물어갈 무렵 새로운 세계와 인식이 뒤틀린 운명에 피흘리던 그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억눌리고 빼앗기고 괴로움 속에 던져진 시간을 때워야 하는 목숨들의 세계와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모두가 틀렸으며 그리고, <여기> 있는 것은 모두가 부숴져 거듭 나야한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두 감정은 비단 이 소설에 등장하는 시인의 감성뿐만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감성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저들의 마음이 언제부턴가 변질되었다라기 보다는 어쩌면 처음부터 저렇게 두 갈등요소를 끌어안고 사는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치사하게도 나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보수와 진보적 결정을 넘나든다.
생계가 달린 일에서는 더욱이 보수와 진보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나 같은 이들도 이렇게 사회에 대한 불만을 글로써 뱉으며 위안 삼겠거니 싶다. 작가도 두 개를 다 껴 안은 사람들을 옹호한다. "그늘 없는 양지가 어디 있고 속 없는 겉, 뒤 없는 앞이 어디 있는가. 세계도 인식도 겹이었고, 그 시비는 <지금>과 <여기>에서의 하염없는 노래에 지나지 않았다."
한때 보수 논객으로 통하던 이문열선생. 그는 국민의 스승으로 불리길 원했던 것일까. 그의 소설은 가르침 일색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그리고 어느 때는 그의 달필을 빌어 스스로를 변호하곤 한다. 여기서 얘기한다. "양비일 때는 어김없이 양쪽 모두가 적이 되면서도 양시일 때는 모두가 벗이 되어주지 않았다." 글쎄, 그가 양비, 양시였던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지만, 아무튼 아직까지 젊어서 그런지 나는 양비나 양시를 싫어한다. 그것은 결정하는 나를 무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 젊은가 보다.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peoplehistory/koreanhistory/3136
내용은 한 시인이 도적떼에 들어가 공포의 이야기를 저잣거리에 뿌리게 하고, 도적에겐 용맹을 고양시키는 시를 생산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정해진 봉기의 날이 되어 그 결과를 보게 된다. 저잣거리의 사람들은 관아를 싫어하고 세상이 뒤엎어지기를 바랄 것이고, 그들은 그 심리를 이용해 더욱 용맹히 관아를 접수 하리라는 달콤한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저잣거리의 사람들은 너무 공포스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방비하고 있었고, 도적들은 터무니없는 자신감에 가득차, 결국 봉기를 실패하고 만다. "혁명을 꿈꾸는 자들에 대한 경고이다. 무릇 혁명하려는 자는 실질없는 혁명의 노래가 거리에서 너무 크게 불려지는 걸 경계하여라. 온 숲이 다 일어나야 날이 새는 것이지, 일찍 깬 새 몇마리가 지저귄다 해서 날이 새는 것은 아니다."
2008년에 <부동산 대폭락시대가 온다>, <공황전야>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내심 그런 세상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생각만큼 그런 대폭락이나 공황은 존재하지 않은 것 같다. 아직도 진행중인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아마도 세간에 너무 많은 소문과 노래가 불리어져 모두들 그만큼 준비를 한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의 의도가 조금은 불순하다. 그러나 그의 미묘한 비유로써 시사하는 바는 그의 인생 연륜과 통찰력을 보여준다. 이것이 세상을 사는 지혜인 것인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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