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인어공주, 재크와 콩나무 같은 아이와 함께 읽던 동화들에 저자가 새롭게 구성한 이야기들을 보노라니, 저자의 기발한 창작을 인정하면서도, 잔혹동화가 사람들의 입을 거쳐 더 오래된 구전처럼 되어 버린 느낌이들어 마음이 씁쓸했다. 마치 밀턴의 <실락원>이 <성경>보다 천사들과 그 반란 사건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하여, 정설이나 오래된 구전처럼 들려 온 것처럼, 본 소설이 왠지 아주 오래 전부터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이야기 보다 먼저 자리잡고 있던 것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Paradise_Lost_19.jpg
언젠가 누군가에게 신데렐라의 실제 이야기는 그 언니들이 발을 잘라 구두를 신는 장면이 있는 잔혹한 이야기였다느니, 백설공주가 근친상간의 결과로 생모에게 좆겨났다느니 하는 이야기와 같은 형태로 들은 바였지만, 그것은 실제하는 구전이 아니라, 현대소설의 창작물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나는 이 야설과 같은 이야기를 실제로 접하면서 소문과 실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고착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가 이와 같은 소설을 처음 접했다고 하자. 그는 이 기발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면서 토의하고, 어느정도 타당성도 운운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는 확신이 드리워지고, 원전이라느니 더 오래됐으나 현재에는 잊혀진 이야기라느니 하는 캡슐이 씌워진다. 소문이 점차로 퍼지고 확대되고 확신되는 과정에서 그 창작물은 비로소 고전처럼 되어버리는 것이다. 여론이라는 것도, 소문의 진앙지를 거쳐 이와 같은 유통단계를 거쳐 확산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이 깊어질 수록 씁쓸하다. 그나저나 이거 출퇴근 길에 읽으면서 낯부끄러워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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