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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의 에세이, 인간이기에 지켜야할 최소한 예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TV에서 볼때는 다릴 꼬고 거침없이 자기 의견을 말하는 거만한 한량처럼 보였었는데,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많은 불합리와 부조리를 에밀졸라 처럼 고발하는 감미로운 이야기들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출퇴근, 산책길에 오디오로 듣기시작했더랬는데, 짧은 이야기들이 제목도 없이 공백 3 줄로 나뉘어지는 단상들의 모음이라 참으로 두서없다 싶었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텍스트를 눈으로 따라가며 보니, 비로소 저자의 따뜻한 인권 감수성이 보였다. 살아돌아와서 그런 건가? 완전 딴 사람이 된 건가? 종교에 귀의해 변화하는 게 이런 건가 싶게 말이다. 다이제스트식 지식도 많이 제공하는 듯하고, 아는 이야기인데도 저자 특유의 입담에 홀려 재밌게 보기도 한다. 이래서 허지웅, 허지웅 하는 것이로구나 싶다.
밑줄친 그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보면 다음과 같다.
교회는 정치화되고 비대해지면서 제왕적 목사의 재량 아래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회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개교회주의를 들어 개별 교회의 문제이며 일부의 문제로 치부하고 방관했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따르는 대신 이웃의 조건을 설정하고 등급을 나누었습니다. 내 이웃이 될 만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했습니다. 그렇게 가파른 선민의 벽을 쌓아 올리는 데만 주력해왔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선조와 인조는 참 공통점이 많습니다. 명백한 경고와 위협을 무시했습니다. 정확한 정세를 읽는 게 아닌 혐오 정서와 이데올로기에 기반해 판단했습니다.
그들에게 역사를 고칠 수 있는 권능이란 말할 수 없이 매혹적이고 달콤한 것입니다. 역사를 고칠 수 있다면 지금의 권력을 뺏기지 않고 영원히 누릴 수 있습니다.
허지웅이란 사람에 대해 이런 감수성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를 묘사된 그의 기고글을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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