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 여성 저널리스트가 1년동안 소비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작정하고 써내려 간 일기형식의 보고서다. 여기서의 소비라 함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생계형 소비를 제외한 소비다. 도시의 욕망이 뉴욕의 여성에게 부추기는 소비에 대한 유혹이 얼마나 강렬한지, 가벼운 소비에 대한 결정에도 저자는 고민을 거듭하는 사고의 과정을 진지하게 그려나간다. "단 한 번도 케인스가 말한 '억압된 요구'가 흘러넘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문턱에 멈춰 서서 견딜 수 없이 불안한 어린아이의 상태에 놓여 있었다. 문 여는 법을 알 때까지 기다리면서. 무엇을 원할 것인지 알 때까지 기다리면서."(p.143)
소비에 대한 일관된 의견을 기대한다면 기대에 못미치겠지만, 소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개인의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는지 밀착 취재를 경험하고 싶다면 한번 쯤 시도해 볼 만하다. 단, 뉴욕에 대한 일단의 배경지식이 조금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웃어야할 부분에서 함께 웃지 못하는, 프렌즈의 시청자가 될 것이므로.
읽다가 공감하는 글 몇 구절을 뽑아 생각해 본다.
"소비는 사회적이다. 다시 말해, 일개 개인이나 가족을 넘어 사회구조 내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소비는 역시 개인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단 굶주림과 추위로부터 벗어난 상황에서의 쇼핑은 감정적인 사항이다. 따라서 물건을 마음속에 그려보고, 취하고, 소유하는 일을 둘러싼 감정을 살펴보지 않고는 소비 문제에 접근할 방도가 없다." (p.19) 소비가 감정적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갖다붙이고, 이성적으로 사고해도 대부분은 충동적이다. 그래서 늘 목록을 갖고 소비하는 습관이 필요함을 나는 주장한다.
<뉴요커>에 실린 만화에 한 여자가 백화점 카운터에 서서 판매원에게 묻는 장면이 나온다. "내 영혼의 어둡고 텅 빈 공간을 채울 만한 게 뭐가 있을까요?" (p.53)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밑줄 긋는 공감 백배의 질문이다. 그만큼 도시의 사람들은 공허함을 강요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에게 비교를 부추기는 사회, 그것이 소비사회라는 것은 다른 책에서 이미 깨달은 바다.
"가나한 삶을 통해 얻은 보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의식의 고양이다. 잔돈 지갑을 드나드는 동전 몇 푼이 다가 아니다. 물건을 사기로 했든 유보했든,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매번 나는 그 구매가 세계의 자원과 사람들에게 미치게 될 잠정적인 영향을 생각한다. 아무리 사소한 영향이라 할지라도 말이다."(p.363) 바로 이런 점이 우리의 소비가 좀더 사명의식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도시의 청소부라고 하더라도 그가 자신을 지구의 모퉁이를 쓸고 있다는 사명자로 생각한다면 청소가 단순한 일이 아니게 될 것이므로.
이 책의 묘미는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소비에 대한 깨알 같은 금언들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에도 한 몫 할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말했다. "인간은 부자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남보다 잘살기를 바란다."(p.65) 코넬대학의 경제학자이자 공공정책 교수인 로버트 프랭크는, 사람들은 이제 이웃이 아니라 제타 존스 부부나 빌게이츠 부부에게 뒤떨어져서는 안 되는 것처럼 느낀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가 '사치 열병(luxury fever)'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p.66)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향신료와 소파, 그리고 이를 지키는 군대가 있는 그 도시에 질병과 광기를 암시하는 이름을 붙였다. 이 도시의 이름은 '열병의 도시'다.(p.77) "소비란 문화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지고 문화가 매만져지고 형성되는 원형경기장이다." <화의 세계>에서 사회학자 메리 더글러스와 경제학자 배런 이셔가우드가 한 말이다.(p.86) |
'READING > 시·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리뷰] 혼자서 본 영화 (0) | 2022.11.09 |
---|---|
[북리뷰] 1리터의 눈물 후기 (0) | 2018.03.24 |
[북리뷰] 행복한 사람은 쇼핑을 하지 않는다. (0) | 2013.06.14 |
[북리뷰] 위험한 독서 (0) | 2012.02.29 |
[북리뷰] 문학의 숲을 거닐다 (0) | 2009.06.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