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미국이라는 복잡 미묘한 나라를 이해하는 데, 10개의 코드만으로는 부족하겠지만, 중요한 우선순위로 따졌을 때에는 꼭 알아두면 좋을 것들을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나서서 친미적 글쓰기라고 고백하지만, 우리민족의 우수한 독특성을 타민족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읽는다면, 타인의 견해에 귀기울이는 열린 자세도 비판적 지성을 갖고 살아가기를 원하는 우리 모든 블로거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본문에 나오는 10가지 코드는 다음과 같다.
① 개인주의 ② 자유방임주의 ③ 평등주의 ④ 법치주의 ⑤ 다문화주의 ⑥ 퓨리턴 정신⑦ 개척정신 ⑧ 실용주의 ⑨ 신기술 ⑩ 비즈니스 매너
이 책을 통해 새롭게 확장된 미국에 대한 배경지식과 나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나의 주관적인 공감과 비공감을 곁들여 작성한 것이다.
첫째, 개인주의적인 미국사회에 대한 풍경이다. 햄버거 하나를 사더라도 하나의 메뉴에서도 옵션이 제각각인 미국사회의 개인주의는 획일적인 햄버거를 주문하는 우리 사회와 확연한 차이를 갖는다. 저자는 이들의 개인주의는 다수의 횡포에 대한 견제적 입장에서 토머스 제퍼슨이 주장한 것이라고 말한다. 제퍼슨의 주장은 정치적으로 민주당에 계승되었고, 개인과 자치 주의 자유주의적 정신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워싱턴 부관으로 있던 알렉산더 헤밀턴은 지역이기주의적 행태로인해 전쟁의 완수가 힘겨움을 느낀데에서 반감을 얻어 강한 연방정부와 자치 주의 권한 축소를 지향하는 공화당의 시초가 되었다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오늘날의 미국의 정치적 대중 속에 녹아든 민주당과 공화당의 성격적 구분이 모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즉,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정신은 민주당의 것인데, 이것은 오히려 미국 우파적 대중이 지지하는 공화당의 것 같다는 느낌에서다. 그리고 강력한 연방정부의 힘을 바탕으로 한 복지정책 쪽 입장은 공화당의 것이라기 보다는 민주당의 느낌이 강하다. 물론 백인과 보수 기독교를 근간으로 하는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의는 단연 공화당의 것이라 생각한다. 쉽게 도식화한 이해의 단점을 너무 쉽게 맛본 것 같아 씁쓸하다. 내 개인적으로 좀더 깊은 통찰이 나에게 요구됨을 느낀다.
둘째, 미국의 평등주의적 정신에 대한 비공감다. 미국인은 애써 유럽인들 처럼 구별짓기를 위해 고급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우리나라에선 명품으로 취급당해 공감하긴 힘들지만, 미국의 랄프 로렌과 케빈클라인 브랜드가 그 예라는 것이다. 또한 보통선거과 보통사람 대통령 앤드류 잭슨의 당선, 평등하게 열린 교육에서 미국적 가치인 평등주의를 찾아낸다.
하지만 미국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소비사회'다. 비싼 브랜드는 아니더라도 넓은 집에 수납할 공간이 부족할 만큼 구별짓기를 위해 사들인다. 유럽과 다른 소비패턴을 보여주는 다름의 차이일 뿐, 평등주의적이라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보통선거도 미국만의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어떤 면에서 미국은 유럽처럼 아직 여자 대통령도 나오지 않은 나라가 아닌가! 귀족주의적인 과거 유럽과 다르다는 의미에서 평등주의를 바라 볼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백인우월주의가 가려진 상태에서 사회적 동요를 잠식시키기 위한 평등주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엔 유럽이 조금 더 평등주의적인 것 같다.
셋째, 미국의 법치주의에 대한 견해다. 미국의 수출 효자종목이라고 꼽는 미국의 헌법과 법치지상주의적인 모습을 이야기 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풍경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부패라고 단정짓는 저자의 모습은 너무 숭미적인 모습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준다. 미국은 변호사의 왕국이라고 해도 손색이없는 국가지만, 실은 자치 주마다 법이 달라 변호사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모든 국가나 사회가 지향해야할 바는 아닌 것이다. 오히려 변호사의 윤리강령이 타직업군에 비해 월등히 많을 만큼 비윤리적 집단이 이 변호사들이다(『미국인의 발견』참고). 또한 저자가 칭찬하는 연방대법원은 다수결의 횡포에서 지배집단의 정치적 입지를 꺽이지 않기 위해 거부권을 가진 사회 통제 장치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반지성적 '국가보안법 폐지'를 다수결 만장일치로 '위헌' 판결한 헌법재판소와 같은 권한을 가진 미 연방 대법원은 다수의 의견을 충분히 묵살하는 미국 법치주의의 이면인 것이다. 2000년 대선 결과 부시와 엘 고어의 공방에 대법원이 부시의 손을 들어주고 사회가 수긍했던 것을 높이 살 일 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넷째, 유대인의 리버럴 입장이다. 저자는 유대인은 초기 이민사회에서 당한 모진 세월을 이겨낸 탓에 기질적으로 진보적이서 인권문제와 복지정책 부분에서 리버럴한 입장이며, 80%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하였다. 미국의 지배집단인 유대인이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 입장이라는 것은 언뜻 수긍할 수 없지만, 일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미국의 인디언 학살에 대한 부분이다. 반미의 주 재료 중 하나는 반성없는 미국의 인디언 학살이었다. 이 책은 '왜 인디언과의 갈등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짤막한 답을 제공한다. 동부에서부터 좆겨나 서부로 이동하여 살던 인디언들에게 들소 떼는 주 식량 자원이었다. 하지만, 들소떼의 이동은 미국인들이 힘들여 건설한 철도의 레일을 고장내는 주범이었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인디언들에게 식량지원을 약속하고 400여만 마리의 들소떼를 사냥하기로 한다. 식량이 고갈된 인디언들은 정부가 식량 배급을 서둘러 이행하지 않자, 민간 마을에 내려와 약탈을 일삼는다. 이로써 인디언들의 침탈에 대비한 백인 정규군 주둔이 이루어지고, 남북전쟁 후에는 인디언들에 대한 소탕전을 일으켰다고 한다. 미국의 인디언 학살에 대한 일방적인 답변이라 인디언의 추가적 증언을 찾아봐야겠지만, 당시의 시대적 정황을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여섯째, 실용정신의 기원이다. 미국의 기본적인 사상은 퓨리터니즘, 즉 청교동 정신이었지만 복잡화 되어가는 세상에 답을 제공해 주지 못했다. 청교도의 경직성에 저항하여 일어난 초월주의도 너무 개인주의로 흘러갔다. 이 가운데 효용성이 진리를 입증한다는 실용주의가 태동하게 되었다. 워싱턴의 유럽불개입 선언은 중도 실용주의적 정치를 보여주었고, 뉴딜정책은 경제의 실용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정반합으로 설명되는 간단한 도식적 설명이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마치는 글에서 미국에 대한 유럽 방식의 비판적 시선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한다. 오히려 미국은 유럽이 내좆은 유대인을 받아들여줬고, 현재 아랍계 주민들에게 차별적 대우를 하는 측도 미국이 아닌 유럽이었다고 말한다. 어떤 면에서 반론의 여지도 많겠지만, 너무 유럽적 입장과 반미적 시각으로 미국을 혐오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은 반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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