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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정치·사회

[북리뷰] 미사일방어체제 MD(살림지식총서005)

by 체리그루브 2009.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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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부시 행정부가 사활을 걸었던 MD(미사일방어체제) 구축에 대한 패권주의적 야망과 무력하게 포섭될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현실을 설명하고 있다. 2003년에 출간되었기에 6년이 넘게 흐른 현재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은 더 살펴봐야 할 과제 남겨져 있다.

 

 

MD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의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방어하기 위한 NMD와 중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TMD로 나뉘었던 것을 부시 행정부에 와서 MD로 통합하고 레이건의 '스타워즈'까지 끌여 들어 육·해·공·우주를 연결하는 다층적이고 지구적 미사일 방어망을 일컫는다. 부시 행정부가 MD에 사활을 거는 것은 자국보호와 동맹국 보호의 명분으로 무기를 팔아 냉전해체로 인해 위기에 빠진 자국의 군산복합체들에게 막대한 이익(3천~1조억 달러)을 보장해주고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를 군사적 측면에서 보장하기 위함이다. MD 구상에 따르면, 남한은 단순히 MD전략의 포섭 대상일 뿐이고, 북한은 MD 구축의 명분이자 무력화 대상으로 규정되어있다는 것이다. 결국 ‘분단의 논리’를 한반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벗어 던지기가 더욱 어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시는 1972년에 구 소련과 체결한 ABM(군비통제조약)을 2002년 6월에 탈퇴함으로써 MD구상을 본격적으로 천명하였다. 사실상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2001년 9·11테러 이후였다. 더 강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미 의회는 초당적 단결로 MD 구상에 대한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미 군수 업체 호황은 날로 증가하게 되었다. 북한 위협론을 제기하면서도 막상 대화에 응해주지 않는 부시 행정부의 노림수는 선제공격을 강조한 군사 정밀 타격과 MD 구축 등에 있었다. 강력한 창까지 갖고 있는 미국이 MD를 통해 강력한 방패까지 구축한다면, 군사적으로 선제공격을 하는 데에 있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를 군비 증강의 늪으로 몰아 넣게 될 것이다. 결국 MD는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문제를 활용해 국제법은 물론 국내법까지 무시하면서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D실험평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자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고, 실험경과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자 ICBM을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는 시스템인 MDS는 앞으로 실험도 하지 않고 2004년까지 10기를 알래스카에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신무기 체계의 개발 시 반드시 실험평가를 하고 의회의 예산 심의와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미국 의회법 조문마저 부시의 ‘스타워즈’야망 앞에서는 휴지조각이 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는 가장 큰 논리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제시되고 있다. 남북한 모두 이 점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대미 전략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p.59)

 

 

F-22와 함께 미 주력 기종이 될 F-35 합동공격전투기(JSE)는 총사업비가 2,500억 달러다. 문제는 입찰에 달려든 미국의 양대 군수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사의 사활이 걸린 이 사업되다 보니, 탈락하는 업체가 감수할 개발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입찰에서 떨어진 보잉사는 생산라인을 폐쇄할 위기에 처했었다. 이 회사로부터 막대한 정치헌금을 받아온 부시 행정부는 마침내 한국의 F-X사업으로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해 준다. 과거 한국에 논란이 되었던 F-X사업의 배경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 국방부는 보잉사를 살리기 위해 F-15기를 대량 매입해줌으로써 그네들의 정치헌금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 주게 된 셈이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또 그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패권적 논리를 비판했을까? 그리고 또 그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책의 일선에서 미국의 패권에 맞서 자주국방과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일하고 있을까? 씁쓸하다.

 

이러한 MD 구상의 배후에는 거대한 군산복합체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아이젠하워는 고별연설에서 그의 재임 시절 군산복합체가 정권에 로비하여 천문학적 이익을 남기고, 핵전쟁의 위기를 고취시켰으며, 각국들의 구데타를 부추기는 역할을 해왔음을 시인했다. 군산복합체는 미국의 실제 지배자라는 말까지 듣는다.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또한 군비 축소를 계획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무기 로비스트들의 표적은 미국 의회와 정부는 물론 외국 정부와 의회 및 WTO, 각국 언론 및 각국의 안보정책 싱크 탱크에까지 다양하다. 이로써 미국의 군수산업은 국제시장에서도 예외적인 지위를 획득했다. 이들은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산층의 공포심을 자극할 줄 알았고,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이루어냈다. 또한 이들은 전쟁을 수출했다. 전세계 42개 분쟁 지역 가운데 39개 지역에 무기를 판매했고 개중에는 적대국에도 무기를 팔았다. 자본 앞에서는 초국적이고 비인륜적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초국적 군산복합체는 가히 인간 탐욕의 결정체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보며 한없이 작은 우리 조국의 국력을 떠올리게 되었다. 먹고 살만은 하지만 뭔가 우리의 주체적인 정서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강압적 무기 매입으로 군산복합체에 조공을 바쳐야 하는 현실은 매판 언론의 안개에 파묻혀 가려지고, 피상적인 결과들만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끔 하는 것은 오랜 세월 학습된 체념의 결과인 것 같다. 정책결정자들의 올바른 판단에 한 표를 던져줄 힘은 아는 데서부터 오는 실천과 한 표의 행사가 아닐까? 이마저도 약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 이라크 파병이라는 커다란 시험대가 있었다. 이라크 파병안 통과로 많은 진보 세력들이 노무현 정부로부터 등을 돌렸다. 유시민 전 장관은 이를 두고 미국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한 결과라고 말한다. 정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더욱 어쩔 수 없게 만든 것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조·중·동의 안개에 가로막혀 노무현의 선택과 미국의 고압적 태도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의 고민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만약 거꾸로 아래로부터 이해가 수반되어 지지된 정부였다면 좀더 나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노무현 편이 너무 없었다는 게 주 이유였던 것 같아서다. 이명박 정부가 지나고는 그런 새 정부가 하루빨리 들어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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