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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재보는 자신의 책 《돈의 기원》에서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이길 수 있었던 힘은 좋고 희귀한 물건을 가려내어 수집한 소장품 덕분이었다고 주장한다. 사냥보다는 수집에 더 중점을 둔 이러한 문화는 소장품을 매개로 협력을 이끌어내어,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들보다 열 배는 빨리 인구가 늘어나는 원동력이 되었다.
(《화폐혁명》, 홍익희)
이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인류가 살아남은 대표적인 방법, 뒷담화(이야기) 활용 능력과는 다른 면이 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복합적으로 상충되지 않게 이해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내부적으로는 이야기로 결집시키고, 결집시키기에 좋은 매개물로는 '희귀한 물건을 가려내어 수집하는 소장품 문화' 덕분이었겠다 싶게 말이다. 실제로 약탈이 주 경제수단이었던 몽골의 유목사회는 부족간의 약탈로 전리품을 획득하도록 하여 생계를 꾸려나갔다.
이러한 소장품 곧 모피, 부싯돌, 동물이빨 등이 부로 간주되고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거나 교환되면서 가치저장의 수단이 되어 돈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당시의 사람들은 아마도 추운 기후 때문에 체온을 보호할 수 있는 따듯한 털옷에 큰 가치를 두었기에 모피가 인류 최초의 교환매체 곧 화폐로 쓰였던 것 같다.
(《화폐혁명》, 홍익희)
인류 최초 돈의 기원이 된 이야기다. 희귀한 조개가 채취되는 곳에서는 조개 자체가 화폐이기도 했고, 영국과 프랑스가 격전을 벌였던 북부 캐나다에서는 한 동안 트럼프 카드가 돈 역할을 했다고 하니, 돈이란 게 사실 허구임에도 신뢰하여 얻어낸 공동의 약속이자, 그것이 견고히 깨지지 않을 것임을 염두에도 마련된 것임에 또다시, 이야기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최초의 화폐가 모피였다는 것은, 추운 기후에 따른 털옷의 가치 때문이었다는 게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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