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정유미와 무르익은 박중훈의 캐미가 묻어나는 영화다.
어려운 때 도움이 되었던 보잘 것없는 이웃에 대한 가슴 찡한 이야기다.
박중훈이 그 퇴직 형사를 죽이는 결말이면 어쩌나 싶어 가슴 졸이며 봤는데,
역시나 그 형사의 비리가 드러나는 단초가되는 사건이 되게 풀어졌다.
결과적으로 영리한 결말이었고,
이를 계기로 박중훈은 조직에서 쫒겨났는지,
한 세차장 일을 하며,
한 때 그녀의 취업을 위해 무릎꿇기까지 했던 추억을 세차장 유리 너머로
마주하면서 엔딩한다.
구질구질하게 그녀에게 안기는 것도 아니면서
깔끔하게 미소 하나로 끝나는 결말..
가슴 찡하다.
박중훈의 깡패연기에서 빚어진 오동철의 성격을 꼽아보면,
생각없이 행동하고, 가오를 인생의 으뜸으로 여기는 것.
조직의 에이스로 만들어주겠다는 형님의 약속만 믿고 감방 생활하고 돌아와 보니,
얻은 것 하나 없는.. 취준생 한세진 마냥
업소 하나를 얻기 위해 대기해야 하는 대기 인생.
그런 그에게 다가온 정유미가 사실 그의 인생을 되돌아 보게 하는 계기가 됐는지도.
정유미를 다시 시골로 내려오게 회유하는 아버지는 정유미에게 한 마디 한다.
"서울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너같은 애에게 일자리를 주겠니?
그렇다면, 그 회사가 별로인게지.." (실제 대사와 다를 수 있음)
딸을 서울에서 떼어내겠다는 아버지의 모진 말인데도
왜 내 마음에 이토록 서글프게 꽂히는지 모르겠다.
아버지의 심리가 투영된 문장이다.
아버지는 시골 역무원이지만, 운이 좋아 그렇게 됐을 뿐,
서울 한 복판에서라면,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하는
안도와 두려움이 비춰진다.
그런 그의 딸이니, 서울에서 직장다닌다고 집을 떠난 딸이 곱게 보일리가.
그런데 딸은 달랐다.
아버지 세대와 달리 딸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했고,
끝내 증명해 내었다. 물론 박중훈의 지대한 도움이 컸다.
영화와 현실이 다른 것은 이런 박중훈 같은 이웃이 있느냐와 없느냐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박중훈 만큼, 돈도 안들이고,
마음으로 신경써주고 하는 이웃으로써의 멘토가 있는가 없는가다.
그래서 멜로를 떠나 더 마음이 찡한 부분이지 않았겠는가 싶은 것이다.
with LGU+ 비디오포털
'WATCHING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리뷰] PMC : 벙커 (0) | 2022.09.04 |
---|---|
[영화리뷰] 마션 (0) | 2018.11.04 |
[영화리뷰] 독전 (0) | 2018.06.15 |
[영화리뷰] 그날 바다 (2) | 2018.04.19 |
[영화리뷰] 흥부 - 글로 세상을 바꾼자 (0) | 2018.03.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