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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ING/영화

[영화리뷰] 조선명탐정3 - 흡혈괴마의 비밀

by 체리그루브 2018.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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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3>은 단순히 가벼운 전개라 보기엔 그 스토리의 결말이 이 세대에게 주는 울림을 간직하고 있다. 비록 30년 전 죽은 이들이 흡혈괴마가 되어 복수를 한다는 설정이지만, 그 시작은 조선 세자의 백성을 위한 급진적인 생각들이 사대부 세력들에게 위기가 된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영화를 보며, 이 대사는 남겨둬야겠다 생각했다. 연등행사에 나온 세자께 한 신하가 질문한다. "전하는 어떤 소원을 빌었습니까?" 라고.

 

(나는) 이 조선을 주인에게 돌려주리라 빌었네. 왕이 나라의 주인이 돼서는 아니되네.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어야 하네. 지금의 조선은 백성의 것이 아닐쎄. 백성을 위해 일하는 자들이 백성 위에 군림하고 자기 것을 지키려고 패를 가르고 싸우는 자들.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왕 옆에 붙어 간언하고 자기와 다르다 하여 역도로 모는 그들. 지금의 조선은 그들의 것이네. 내가 왕이 되면 그들에게서 이 조선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다시돌려주고 싶네.

 

 

 

헌법 1조1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을 조선식으로 풀어 쓴 고백 같다. 일찌기 유시민 작가도 <대한민국 개조론>에서 유사한 말을 했다. "우리는 대통령이 왕인 시대가 아니라 국민이 왕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라고.

이어지는 왕의 고백을 들어보자.

 

저 풍등에 담겨있는 백성들의 소원이 무엇인지 그대들은 아는가? 백성은 늘 작은 소리를 내고 백성을 위한다는 자들이 큰소리를 내지. 이 조선에는 백성을 위해 대신 소리를 내줄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야. 백성의 작은 소리를 들어줄 자들이 필요한 것이네. 밥 한끼 옷 한 벌, 의원비에 눈물 흘리는 백성이 없는 그런 조선을 만들고 싶네.

 

 

지배층이 언론을 장악하고 자기들 목소리만 크게 전달하고 불리한 기사는 방어하며, 댓글조작으로 선거를 좌지우지 하는 오늘날의 세태를 조용히 겨냥한다. 그리고 복지국가로의 나아가고자 하는 원대한 포부를 담고 있다.

 

세자는 이런 마음의 소리는 혼자 되뇌었어야 했다. 이 청천병력과 같은 세자의 급진적인 고백은 곧 사대부들에게 전달되고, 즉각 세자를 독살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세자비와 외척일가는 역적으로 몰려 억울하게 처형당하고 그들의 재산은 이른바 공신들에게 나눠진다.

 

 

그리고 생뚱맞게도 이들의 도망치던 세자비와 그 오라비는 난파된 외국배에 이르고, 거기서 흡혈귀에게 물리고, 30년만에야 복수하기에 이른다는 내용. 조선명탐정 김민도 복수 대상이다. 왜냐하면, 세자께 질문했던 선비가 바로 김민(김명민 분)의 아버지, 후에 영의정이 되는 김신이다.여리여리한 김지원의 아름다운 모습과 김범의 절도있는 액션씬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허세 탐정 김민의 연기과 오달수의 오마주도 재미를 더했다. 최근 미투로 영화의 주목도가 떨어진 점에 대해서는 관객으로서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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