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반부에 맞춰지는 모든 조각들은 역시나 가정 폭력으로 깨어진 가정. 자살 하려던 엄마와 그 엄마를 구해준 아저씨가 도망치듯 새 삶을 살게 되고, 그때부터 조하(이병헌 분)는 홀로 아버지의 폭력을 받아낸다. 제 어미의 몫까지 맞아가면서 울음을 삼킨다. 그에게 복싱은 생존이었다. 앙갚음질 할 때가 된 성인이 된 이후로는, 아버지를 감방 유리 너머로 밖에 볼 수 없었다. 복수도 사회적 인정도 박하기만 했다. 동양 웰터급 챔피언이었다지만 심판 폭행으로 자격이 정지 됐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분노조절 장애였던 것일까. 사회적 규범의 틀은 그에게 좁았을 수도 있다. 아버지에 대해서 그저 예측할 수 있는 만큼이라면, 엄마의 남자를 살해하고 감방에 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조하가 면회 갔을 때 아버지는, 엄마를 끝까지 찾아낼 것이라 말하며 노여움을 삭히지 못했다.
조하는 평생 버림받으며 살아 왔다. 열심히 살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불가능은 일종의 의견일 뿐이라는 알리의 명언을 벽에 붙여둔다. 도데체 어디를 다니며 얼마나 자주 붙였다 떼었으면 그렇게 너덜너덜할까.
엄마(윤여정 분)를 우연히 만난다. 엄마는 새살림으로 동생을 낳았는데, 장애우다. 서번트 증후군 덕에 피아노를 천재적으로 친다. 동생, 진태는 기적같은 조력자를 만나 큰 무대에 서게 되는 기회를 갖는다. 가슴벅찬 무대에서 겪는 현란한 협주는 보는이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물한다. 그때쯤 말기 암을 앓고있던 엄마에게도 더없는 선물이었다.
그렇게 감동도 잠시, 상황은 다시 버림받는 현실로 변한다. 차라리 혼자였으면 낫겠는데, 평생 곁에 두고 신경써야할 동생까지 맡게된다. 어쩜 인생이 이렇게 안 풀리 수 있냐는 거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면 나와보라 해라. 왜 조하는 어머님을 그때서야 만난거냐고. 이젠 짐같은 동생을 두고 간 것이냐고. 이런 내면의 복잡한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조하는 횡단보도에서 동생의 손을 꼭 붙잡는다. 영화는 느닷없이 끝난다.
한국판 레인맨이라는 분도 있겠지만, 이런 영화가 한국에선 나오면 안된다는 건가? 어쨌든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다. 도데체 이대로 끝내면 어쩌라는 것인가. 이 형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라는 거냐고 말이다. 형은 호빠에서 일하는 건가? 아니면 한지민네 경호원이 되는 것인가? 동생의 피아노 연주는 이후로 무대에 설 일이 없는 것인가? 영화를 보면서 어느덧 우리 옆집 이웃 총각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듯하다. 작년에 나왔던 <형>과도 비슷한 장르인데 더 걱정스럽고 마음이 가는 건 진태 때문이겠지? 오진태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준, 박정민 배우의 미친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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