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주말 근무가 잡혀 숙소에 혼자 남게 되었다. 다들 주말이라 집에 일찍 갔지만, 나는 영화 1987을 선물하며 위안 삼았다. 예측 가능한 내용인데, 뜨거운 피가 솟구치는 것은 왜일까? 그렇게 얻은 민주주의였구나 싶어 가슴 벅차 눈물이 났다.
일부 보수매체는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나아진게 없다 하지만, 나는 공기부터가 달라졌다고 본다. 공정사회로 내딛고 정상화 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일이다. 보수매체는 그만 남영동 대공분소 같은 짓 좀 그만하고, 제대로 된 기사를 내보내시길 바랄 뿐이다. 스크린 속 영희는 “그날은 오지 않는다”고 체념하는데, 스크린 밖 우리는 그날이 왔다고 외쳐댔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으로 희생당하면서도 민주주의의 촛불처럼 온몸을 태워갔다.
당시 5공화국은 정권 유지를 위해 여러 공안 사건들을 조작하여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 냈고, 이 일의 적임자로 박차장이 활약했다. 본래 평안도 출신이지만, 지주였던 아버지가 거둬들인 양아들에 의해 죽창에 찔려 죽은 사건을 계기로 남한으로 내려와 빨갱이 색출에 능한 사람이 되었다. 실제로 그가 만들어낸 빨갱이는 대부분 그의 슬픈 가족사에 기인하지만, 그는 그것을 애국이라 여긴 것 같다. 여전히 오늘날에도 빨갱이 노이로제에 걸리신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들은 이 영화를 보며 어떤 감정을 느낄지 물어보고 싶다.
어렵게 얻은 직접선거였고, 지난 9년의 암흑기를 거치며 더욱 재건에 가까운 노력으로 민주주의의 적폐를 청산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1987의 함성을 외쳤던 시민들처럼, 일정부분 일상에서 투쟁해야 한다. 비록 그것이 큰 소란은 아니더래도 옳은 소리에 힘을 실어줘야 하고, 응원해 줘야 한다고 본다. 그날 거리로 나온 넥타이부대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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