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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ING/영화

[영화리뷰] 범죄도시

by 체리그루브 2017.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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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고기 다루듯 하는 잔인 무도함을 볼 때, 우리는 섬뜩한 괴물을 대면한다. 그들에게는 “너와 나”라는 개념이 없다. 상대방을 믿지 못할 뿐만 아니라, 들짐승처럼 상대의 허점을 후벼 팔 매서운 눈매만 발달돼 있다. 그들은 “너”를 “그것”으로 바라본다. 사람을 사물로 바라보는 데에서 그 무심함과 잔인함이 싹트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영화는 괴물 장첸(윤계상 분)을 잡기 위한 세 가지 덫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첫 번째 덫은 오락장 운영권을 박탈당한 조직에서 장첸 무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아예 매장을 자동차로 들이쳐 만든 덫이다. 이에 장첸의 두 동생이 나서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마석도에게 걸려 장첸의 두 동생 중 하나인 위성락(진선규 분)이 붙잡히게 된다. 조직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재산적 손해를 감내했음에도, 얻은 게 하나도 없는 작전이었다.


두 번째 덫은 장첸 무리에게 팔이 잘려나간 룸싸롱 조직원에 대한 복수였다. 이 조직은 앞서 조직과는 다르게 영리한 편이었다. 장첸과 함께 수행했던 독사파 조직원을 회유해서, 장첸이 식사 중인 식당을 알아내고, 그쪽으로 조직원을 투입한 것. 그러나 여기서도 장첸은 2층 창문을 부수고 빠져 나온다. 이를 계기로 장첸은 한껏 주위를 경계한다.


그 즈음 마석도가 내놓은 매우 영리한 덫이 등장한다. 중국 공안이 위성락을 송환하기 위해 왔으나, 이 공안 담당자는 마약 판매루트를 찾는 부패한 공안이라는 것. 이를 이용하여 위성락이 마약판매루트를 찾아주겠다며 스스로 꽤를 부려 풀려가게끔 하는 상황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 정황을 들은 장첸은 의심하기 시작하고, 결국 마석도의 덫에는 위성락만 걸려들게 한다.
아무도 믿지 않는 예리한 장첸의 촉이 빛을 발했다. 위성락이 붙잡히던 그 시각, 장첸은 자신을 급습했던 이들에 대한 정면돌파로 황사장 조직을 역공해 간다.


이처럼 짧은 영화인데도 전략과 술수가 여럿 등장하고, 또 그것이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 상황도 묘사된다. 어쩌면 이것이 세상 돌아가는 축소판이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에 있어 전략의 부재가 오늘의 처지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이 살짝 들기도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가 갖춰야 할 인생의 계획과 전략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 말이다. 저들도 저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데, '세상 눈감으면 코 배어간다'고 늘상 말만 하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나를 자책한다.

 

극중 장첸이 한 말이 떠오른다. “니 내 누군지 아니?” 장첸에게는 일정 정도의 분노가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자신을 경멸하는 듯한 시선에 대해서 죽음으로 되갚는다. 그는 그것을 상대방이 받아야 할 정당한 대가라고 본다. 이 장첸의 정체는 극 중반에 나오기 시작하는 데, 하얼빈에서 수행원 300명을 거느리던 팀장이었는데, 두목이 사형을 당하면서 한국으로 밀항해 마산에서 사채업을 했다고 나온다. 그 정도인 자신을 제대로 대접하라는 말이었는 갑다. 우린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데, 다자고짜 자신이 누군지 아냐니,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다. 갑질 하시는 분들 중에도 이런 분 많다. 그래서 이런 분들을 대하는 우리는 일정 정도의 예의만 갖춰도 목숨만은 부지할 수 있다는 야속한 셈법을 몸에 익히고 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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