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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정치·사회

[북리뷰] 전체를 보는 방법

by 체리그루브 2018.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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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복잡계 연구를 통해 얻어낸, 통찰에 관한 책이다. 인간이 그토록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온 의사결정 분야 조차도 분자단위로 쪼개어 결론을 얻으려는 관행을 지적하고 구조적 측면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답이 보인다고 말한다. 유리조각에 대한 세밀한 공부를 한다고 해서 스테인드그라스를 더 잘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인간의 두뇌가 결정하는 오류나 박테리아의 생존에 관한 결정에서 일어나는 오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흥미롭다. 몇가지 신선했던 내용을 기록해 두고자 한다.

 

1.
"우리는 우리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해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복잡한 금융 적응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각 단계에서 해택이 더 생긴다는 미명 하에 부가적인 복잡성을 축적해왔다. 즉, 시장을 서로 연계시키면 확실히 가격 차이가 빨리 없어질 것이고, 단타거래자가 있으면 어느 거래에서든 준비된 거래 파트너가 보장되며, 또 파생상품을 사용하면 농부가 나쁜 날씨의 위험을 피하거나 연기금의 포트폴리오를 보장하는 수단을 제공하는 등등의 헤택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런 개별적인 요소들은 이치에 맞지만 모두 모아 놓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87)

 

컴퓨터 알고리즘의 오류로 인해 주식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던 2010년 5월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주식의 많은 부분은 자동화 되어 거래된다고 한다. 특정 알고리즘에 의해 거래 추이를 보고 자동으로 내다 파는 이 자동화 프로그램에 의해 어떤 주식은 하루 아침에 10센트가 되고, 또 다른 주식은 10만달러가 되는 대이변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 자동화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의 오류는 단지, 주식을 량으로만 결정한 것이지 가격으로 파악하는 부분이 누락되어 발생한 것이라고. 단순히 사람이 조절하면서 팔면 6시간이 걸릴 많은 양이었으나, 기계가 순식간에 처리하는 바람에 6분도 채 걸리지 않았고, 이 파장은 또다른 기계들에 영향을주어 주식시장을 출렁이게 한 것이라 한다.

 

이미 인공지능의 의사결정은, 인간의 머리로 추론하기 불가할 지경이라고 하는데, 이처럼 작은 오류 하나로도 세계가 술렁이는 세상이 오기나한 것인가 싶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AI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개미들이 수익을 꿈꾸는 주식시장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저들은 이미 수많은 데이터와 시장동향 정보를 무기로 개장부터 나노초 단위로 초단타 신공을 부릴 것이니 말이다. 이미 시작부터가 지는 게임이라 주변에 주식을 하는 분들은 좀 만류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합리적인 알고리즘을 가진 주식 툴을 개발하여 갖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2.
"금융 붕괴와 관련된 주요 시장이, 자주 번개가 치는 산둥성이에 있는 조림 숲이라고 상상해보자. 때로는 번개가 나무를 때리면 나무는 불길에 휩싸이고 주변 나무에 불이 붙는다. 목재 수확을 최대로 하고 싶다면, 더 많은 나무를 심는 방법과 불길이 번지지 않을 정도의 휴경지를 조성하는 방법 사이에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여기서 최선의 선택은 다양한 기본 요소, 예를 들어 번개의 빈도수와 나무의 성장률 등에 달려 있지만 최선의 선택을 하느냐 마느냐는 그 산등성이를 소유한 사람한테 달려 있다. 만약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면, 몇 개의 화재차단지대를 도입하여 불씨가 전체 산등성이를 태우는 큰 불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각 나무의 소유주가 다르고 자신이 개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에서는 그런 화재차단지대가 생기지 않을수 있다."(91)

 

결국 이런 의사결정의 복잡성은, 인간사 제몫 챙기기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합리적 결론은 있을 수 없다. 자기의 이익 관점에서 양보는 패배를 의미할 뿐이다. 금융에 관련해서는 더없는 이치다. 매번 금융사고들이 고비마다 있어왔지만, 누구도 그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자신의 이익을 손해보지 않으려는 현실을 매우 적절한 비유로 설명한 것이라 하겠다.

 

최근 비트코인과 관련하여 투기 열풍이 거세게 일었었고, JTBC는 이를 놓고 긴급 토론회도 가졌다. 국가적으로도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법무부, 재경부, 금융위 등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는 당장의 폐지는 없다고는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규제는 있을 것 같다. 이 욕망의 용광로는 이처럼 마른 장작과 같아서, 지금과 같은 적기에 국가가 나선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이것을 두고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적절치 못한 비유라 생각한다. 이런 중차대한 결정에 있어 정치적 판단으로 호도하는 야당은 표로 다스려야 한다고 본다.

 

3.
"식스시그마 같은 예를 보거나 또는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시스템에서 오류를 제거하면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제품을 만드는 제조 시스템은 많은 점에서 창발 시스템과는 반대로 행동한다. 예를 들어 제조 시스템은 동질성으로 번성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전 장에서 보았듯이,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이질성이 필요할 때가 있다. 잘 정의된 상품을 제조하는 데는 오류를 피하는 것이 유용하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싶다면 오류 회피는 위험한 편견이다." (109)

 

이 책에는 '복잡계', '환원주의', '창발'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창발이라는 용어가 낯설어 찾아봤더니, 하위계층에서 일어날 수 없는 부분이 상위계층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을 의미한단다. 도저히 예를 들지 않으면 안되는 설명이다. 6미터나 되는 거대 개미집이 있다. 타액으로 견고하게 굳어있어 온도조절도 가능하단다. 하나의 개미로써는 이룰 수 없는 놀라운 작업이, 수많은 개미의 합작으로 이룬 결과다. 이처럼 창발은 기존 환원주의적 시각에 대한 반성으로 나오게 됐다고 한다.

식스시그마는 놀라운 생산력을 갖추기위한 도구인데, 때로는 창의력의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구조주의적 반론인 셈이다. 전체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소음이나 이질적인 현상들이 다음의 먹거리를 발견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그 어느때보다 통찰이 요구되는 시대다. 거시적 관점에서 길을 찾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4.
"대부분의 이웃들과 마찬가지로 각 가옥에 사는 거주자의 행동은 이웃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각 거주자는 자신의 정원 잔디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지(이를테면 잔디를 깍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한 사람이 잔디 관리에 들이는 노력의 양은 이웃이 하는 행동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웃이 깔끔하고 퍼팅그린처럼 잔디를 관리한다면, 아마 여러분도 그렇게 관리하려 할 것이다. 이웃의 잔디가 잡초만 무성한 정글 같다면, 잔디를 관리하려는 우리의의지도 꺾일 것이다." (177)

 

이 이야기는 다수결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버블마케팅 효과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웃과 교감하면서 동질화 되어가고,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의 안락함을 추구하는 속성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날 소셜 네트워크도 이런관점에서 매우 놀라운 속도로 우리를 연결해 준다.


어느 다큐에서는 오늘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낳은 게,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실리콘밸리의 지성들이 이 광경을 보려고 그런 것은 아닐진데, 처참한 결과에 이른 것을 두고 많이들 반성하는 눈치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표적 포털인 N사는 아주 지능적으로 정치적 행태를 보이는 것 같다.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 프레임으로 교묘히 바꿔서 정부를 조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기계적인 댓글에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N사를 다니는 관련자 중 내부고발자가 나오지 않고서는 이런 사태가 어찌 중지 될 수 있을지 암담하기 까지 하다. 포털 권력의 힘을 분산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5.
마지막으로 저자는 모래더미의 임계치 이야기를 하며, 고대 마야도시가 어떻게 사라져갔는지, 아랍의 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저마다 개개인의 인내를 극도의 상태까지 끌어올리는 시점에서 모든 사회시스템이 중단될 정도의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사태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목도했고, 그 어느나라보다 성숙하고, 성공적으로 '회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 어찌보면 국가적인 건전성 확보와 다음 세대에 건내줄 우리의 선물이 아직 나쁘지 않다는 희망을 품게된다. 이제 한 분은 재판을 마무리 지을 것이고, 또 다른 한 분은 포토라인에 서실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처럼 정적을 발디딜 수 없을 정도로 사찰하고, 내모는 행위는 그 어느 정권에서도 일어 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시대를 지내는 우리 모두의 바람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의 결론은, "부분을 안다고 해서 전체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원주의는 각 부분이 서로 얽힌 구성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것이 복잡계 연구의 근본적인 통찰이다" 라고 말한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인상깊은 적절한 예시를 통해 쉽게 복잡계 연구의 과실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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