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보수진영의 책을 읽었다. 뉴라이트적 역사관은 배제한 듯하고(적어도 이승만이 위대하다는 말은 하지 않으니...), 어느면에서는 진보적이라고 할만한 이야기들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보진영의 담론을 그대로 끌고와서 젊은이들의 공감대를 일으키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졌다. 즉, 시작은 진보인데 끝은 보수 같은 느낌이랄까? 사실, 미래토크라길래 요즘 트랜드나 미래에 대한 책이려니 했으나, 결국 정치적인 이야기였다.
저자 곽승준 교수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MB정권의 청와대 국정기획실장을 역임했고, 강원택 교수는 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이다. 이분들이 왜 이런 책을 하필이면 예민한 시국인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썼을까를 생각해보면, 보수표에 대한 갈망과 강남좌파와 진보진영의 표심 흔들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당시 전국적으로 청춘콘서트가 젊은이들의 인기를 끌면서 부상한 안철수효과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본문도 발견할 수 있다.
몇몇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가 있어 본문을 옮겨봤다. 첫째는 반미감정에 대한 일부분적 동기를 마치 전체의 것인냥 확대한 부분이랄 수 있다. 반미를 마치 잘난놈에 대한 시기심 정도나, 과거 일진에 대한 안좋은 기억을 반미에 투영한 것이라고 하는 놀라운 비유를 제기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과거처럼 이념에 따라 친미와 반미로 갈라지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미국에 대한 반감은 있다. 그냥 센 놈이 싫은 것이다. 세계평화의 수호자처럼 굴며 이 나라 저 나라 간섭하는 모습이 못마땅하다. 학교폭력을 겪으며 자란 세대답게 미국의 이런 태도에서 자신을 억압했던 '일진'을 떠올린다."(p.29)
이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진보진영이 제시하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을 호도하는 논리 비약이다.
둘째는 이념논리를 마치 진보진영에서 거추장스럽게 꺼내들고있다고 비아냥거리는 대목이다.
"철 지난 외투는 때가 되면 벗어던져야 한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은 채로는 제대로 달릴 수 없다. 이념은 유연하게 적용하고 실리는 중요하게 챙겨야 한다. 그래야 위기가 도래했을때 주저함 없이 변화와 혁신도 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애 이념에 집착한다면 그것은 살아 있는 박제나 다름없다."(p.54)
하지만 선거철마다 들고나오는 색깔론이나 안보위협은 누가 꺼내는 것인가? 그것이 결국 보수에게 언제나 유리하기 때문에 들추어내는 거추장스러운 외투가 아닌가 되묻고 싶다. 그러면서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 하는 것은 온당한 보수의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뭔가 뚜껑과 맞지 않는 병의 느낌이 드는 문장인데, 실은 이런 느낌의 문장들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게 이 책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셋째는 MB정권의 무척이나 자율적인 언론의 민주적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그것이 정말 민주적인 것이었는지 생각해보고 글을 썼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적어도 MB정권에 있어서만큼은 언론이 강압당하고, 종편의 밀어붙이기로 시장이 혼란스러웠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민주화 때문에 언론과 시민사회의 자율성이 커지면서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강화되었다. 지방자치의 진전과 함께 지방행정도 중앙권력의 직접적 지시나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사법권의 독립성 또한 커졌다. 상명하달식의 권위주의 통치방식은 더는 먹히지 않는다. 참여와 자치의 수평적, 상향적 질서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 모든 변화가 권위주의 시절 막강했던 대통령의 권력을 제어하고 있다."(p.103)
결국 이 책은 제목과 달리 "미래토크"라기 보다는 "대선토크"에 관심이 많은 것이 아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제목은 좀더 솔직했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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