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드라마 중에서도 성범죄에 관한 전담 이야기로 구성된, 결말이 통쾌하고 따뜻한 드라마였다. 모름지기 결말은 이래야 한다는 뻔한 스토리를 갈망하는 나 같은 소시민의 바램이 담긴 드라마라고나 해야할까? 특수부를 꿈꾸는 여성검사 마이듬이 내부고발로 발령받은 한직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성범죄 전담팀이다. 하지만 마이듬은 주어진 사건들을 적극적이고 영특하게 해결해 나간다. 사라진 엄마에 대한 수사로 조갑수 시장을 파고들다, 모함으로 검사직을 내려놓지만, 결코 주눅들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면에서 애청자의 격려와 사랑을 받았을 것이라 본다. 소위 나쁜 여자나 쎈언니에 속하는 그녀의 제스처와 패션, 소품은 자신감 넘치는 여성들의 걸크러쉬 워너비가 되려는가 싶다.
한편 차도남 여진욱 검사는 일종의 질척이는 마검사의 구애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고 건조하게 제 갈길 간다. 여검사는 전직 정신과 의사여서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그래서 이드라마는 일정부분 성역할이 폭넓게 교환된 듯한 인상을 준다. 앞뒤 분간 않고 뛰어드는 마이듬과 사건을 수습하는 다소곳한(?) 여진욱 검사로 말이다. 마검사 여검사라는 약칭만으로, 그런 흐름이 읽혀지고, 마검이 부르는 "여검"이 "여보"로 들리는 달달함은 나만의 환청은 아니었을터.
매회마다 재밌는 에피소드로 다양한 즐거움을 줬을 뿐만 아니라 영파시장 조갑수를 악의 화신으로 지정하고 법정에 세우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로웠다. 거물급 인사이니 만큼 마검사, 민검사 나중에는 여검사도 자리를 내줘야 했다. 그러나 수행비서가 죽기전에 남기고 간 일기를 손에 넣고, 이들은 특검으로 부활하여 사회정의를 바로 세운다. 이 드라마 역시 요즘 세태를 많이 반영했다. 특검도입, 비리에 연루된 고위급인사들의 법꾸라지 행태, 성로비, 여배우 자살, 심지어 형제공장 성폭력 등과 같은, 현대사에 곳곳마다 매스컴을 통해 언급됐던 다양한 성범죄 등이 소개됐다는 면에서도 작가의 재치있는 구성 돋보였다 하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전광열의 법정발언을 보면 끝까지 뉘우치지 않는, 자기합리화 달인의 면모를 본다. 얼마전 이 전 대통령이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복수로 현 정부를 선재공격했다. 언론사를 초대해서 자신 뿌린 말로 싸워주길 바랬던 것일까? 스스로는 한점 부끄러움없이 국가를 위해 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억울하다는 것이다. 전광열이 오버랩됐다. 드라마 종결된 지 몇달이 지났어도 현재 정치권 어법과 그 수가 읽혀지는 건 이런 낯두꺼운 사람들의 행보가 얼마나 드라마틱한지 보여준다. 이제 포토라인 설날이 얼마 남지 남지 않으셨습니다, 회장님!
'WATCHING >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리뷰] 라스트 킹덤 (0) | 2022.09.07 |
---|---|
[드라마리뷰] 하얀거탑 1~8화 (0) | 2018.01.25 |
[드라마리뷰] 38사기동대 (0) | 2018.01.05 |
[드라마리뷰] Person of Interest 시즌1 (0) | 2018.01.05 |
[드라마리뷰] 또 오해영 (2) | 2017.1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