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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ING/드라마

[드라마리뷰] 또 오해영

by 체리그루브 2017.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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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만과 편견>을 보면 굉장히 시크한 도시남이 등장하고, 순수한 사랑을 열망하는 한 여인이 등장한다. 두 남녀의 사랑과 체면에 대한 밀당 고전이다. <또 오해영>도 이와 비슷한 플롯이다. 그런데 내용은 훨씬 재미있다. 동명이인으로 인한 오해를 통해 어긋 연결된 사랑이지만 운명일 수 밖에 없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팽팽한 긴장이 연속된다.

 

고교 3년 내내 전교석차 1, 2등만 하는 예쁜 오해영(전혜빈 분)과 중간석차의 평범한 오해영이(서현진 분) 있었다. 매번 인기 많은 '예쁜' 오해영 때문에, 비교당해서 서러움이 많았던 '그냥' 오해영은 사회에 나와서야 당당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다. 활발하고 긍정적인 성품의 그녀는 결혼 하루 전 날, 약혼남으로부터 파혼을 당한다. 이유인 즉은 그녀가 "밥먹는 모습이 꼴보기 싫어졌다"는 것. 그녀는 '사망선고'와 같은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영화 음향 기업 대표인 박도경(에릭 분)이 등장한다. 앞서 '예쁜' 오해영과 결혼하기로 한 날, 그녀가 나타나지 않아 파혼에 이르렀던 그는, 2년 후인 현재 그녀의 새로운 결혼 소식을 듣고 남편될 사람의 자금줄을 막아 그 결혼을 파혼에 이르게 한다. 그런데 그 오해영이 자기를 떠나간 오해영이 아니었던 것. 그의 실수로 다른(그냥) 오해영의 결혼을 파탄 나게 만든 것이다. 죄책감을 느낀 그는 오해영에게 다가가고 딱 미안한 만큼만 잘 해주는데, 오해영이 그를 좋아하기에 이른다. 어느정도 거리두기를 하던 그였지만, 죽는 순간까지 후회없이 사랑하고자 운명을 바꿀 결심을 한다.

 

한편 '그냥' 오해영에게 험한말 하고 파혼에 이르게 했던 한태진(이재윤 분)은 무혐의로 풀려나 다시 오해영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변했고, 이 모든 게 박도경의 실수(동명이인에 대한 오해)로 빚어진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죽이고자 하나 운명의 장난인지 얼마전 술에 취해 죽을 뻔한 자신을 살려준 이가 박도경인 것을 알고, 되돌아 간다.

 

복잡한 사랑 이야기인지라 곳곳에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잠깐씩 암시되고 있어 정리하고 가야할 것 같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왜 '예쁜' 오해영은 결혼 당일 나타나지 않았는가? 하는 부분이다. 그녀가 결혼만 제대로 박도경과 했더라도 이 이야기는 이렇게 나오지도 않았을 텐데, 이 운명적 장난의 시작인, 그녀가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바로 박도경과 어머니의 대화 녹취 내용 때문이었다고 설명된다.

 

여기서 유추하여 부연하자면, 박도경의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예쁜 오해영이, 자신이 결혼하고자 하는 장사장(강남길 분)의 네번째 부인의 딸이라는 것. 이미 장사장과 결별한 네번째 부인이지만, 족보가 꼬일 것이 염려되었던 것이고, 아마도 이는 장사장이 먼저 조사하여, 박도경의 어머니에게 그 결혼을 막으라고 종용했을 것이다. 어머니 입장에서도 아들과 오해영이 결혼하면, 자신과 장사장과의 결혼이 무산되고, 그렇게 되면 장사장의 많은 상속을 받지 못하게 될 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들과 결혼을 놓고 단판을 지으면서 녹취를 한다. 이때 아들 박도경의 말에서 예쁜 오해영은 박도경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부분을 명확히 알게 된다. 불쌍한 애라고,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그 눈망울에는 인정받으려는 슬픔이 비춰진다고 그래서 더 버릴 수가 없다고. 사랑이 아닌 동정을 받고 있는다는 생각에, 이 녹취를 듣는 그녀는 자신을 폐부까지 들켜버린 챙피함으로, 결혼식까지 갈 용기를 얻지 못한 것이라 본다.

 

언제나 사람들 앞에서 예쁘고 당당하고 똑똑한 그녀였지만, 늘 어머니의 사랑이 없는 것에서 부족함을 느껴야 했고, 인정받고자 한 공부였고, 노력이었고 웃음이었던 것이다. 이 반전은 그동안 '그냥' 오해영이 받은 비참한 비교와 주눅드는 상황에서 늘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 믿음을 갖고 지켜봐 주는 따뜻한 부모의 보살핌이 있었던 것으로 반증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게 된 '그냥' 오해영은 자신감에 많은 회복을 가져온다. 늘 비교되던 오해영과 떨어지게 된 덕분이거니와 부모의 사랑과 관심 덕분에 그녀는 밝은 성격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리고 한 유망한 사업가와 만나 약혼에 이르게 되는데, 갑자기 파혼을 당한다. 앞서 그 이유는 설명이 됐는데, "왜 그는 그녀에게 밥먹는 게 꼴보기 싫다고 했을까?" 하는 의문이 또 이어진다. 이 부분도 어느정도 설명이 되는데 룸싸롱 웨이터에게 고민 상담을 의뢰하는 장면에서다. 한태진은 '여자가 기다리지 말고 떨어지게 하는 방법'을 물어본다. 웨이터는 "너 냄새나~"라고 하라고 가르쳐 주지만, 한태진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대답이 "밥먹는 모습이 꼴보기 싫어서"라는 것. 사실 앞서 냄새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이 말의 경중을 알리 없는 이 무심한 남자는 단지 그녀를 멀리 떨쳐내고자 사용한 것 같은데, 오해영은 그말에 죽고 싶을 만큼 절망을 느낀다.

 

왜 한태진은 차라리 그때 솔직하게 형편이 어려워졌다고 말하지 못했을까? 왜 결혼 전에 파혼을 내야만 했던 것일까? 이유는 결혼 당일 구속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많은 하객들 앞에서 망신살 뻗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 결혼 급행열차를 당장에 새워야 했기에 이처럼 강력한 말로 그녀가 반박할 수 없게 해야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왜 장사장은 한태진에게서 자금을 빼도록 조치했는가 하는 부분인데, 사실 이부분은 크게 궁금한 건 아니었지만 극에서 반전을 보여줬던 부분이기에 언급한다. 한태진이라는 유망한 사업가에게는 함께 사업을 이끌어가던 친구가 있었다. 장사장의 돈으로 해외 사업 루트를 확장하기 위해 한태진이 출장을 다니던 사이, 그 친구가 돈을 빼돌리고 있었던 것. 이를 알았던 장사장은 특별히 박도경의 부탁이 아니었더래도 투자금 회수를 계획하고 있었던 차였다. 이 사실을 알리 없는 박도경은 자신의 오해로 한태진을 망하게 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졌던 것이다.

 

사실 이 모든 사단은 장사장이 한태진에게서 투자금을 회수해 발생한 사건이었고, 그것도 사실은 한태진의 친구가 딴짓을 해서 그랬던 것이다. 장사장은 자신의 알까기 검은 돌, 흰 돌 처럼 치고 박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허지야 여사의 결혼식을 파토낸 박도경에게 화가 난 장사장은 박도경을 버릇없다 여겨 혼 좀 내줄 참이었으니, 이때 복수심에 불타던 한태진을 이용하지만, 한태진도 이내 이용당하는 것을 알고, 또 친구의 중국 도주를 도운 장사장을 알고는 마음을 돌려먹어 박도경은 회생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인간의 체면과 관련되어 귀결되니, 그 전개가 극중 박도경의 동생 박훈이 쓴 <애욕의 열쇠고리>와 비슷한듯 하다. 쪼잔한 인간의 자존심이 부른 웃픈 결과 쯤으로 해석하고 싶다. 장사장은 족보가 꼬이는 우스운 결과를 낳을까 그들의 결혼을 반대했을 것이다. 예쁜 오해영은 감추고 싶은 마음 깊은 부분이 들킨데 대해, 결혼식에 가지 못했다. 한태진은 구속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죽기보다 싫어서 약혼자를 상처주면서까지 파혼을 결행해야 했다.

 

박도경은 감정불구자였다. 자신의 가오가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오글거리는 사랑은 논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냥' 오해영을 만나고부터는 감정에 솔직해 지려고 한다. 체면따윈 내려 놓는다. 그리고 오해영을 사랑하면서 큰 행복을 느낀다. 당장 죽어도 좋을만큼.

 

메세지 하나는 명확한 것 같다. 사랑에 재지 말 것. 밀당 같은 것은 개나 주고 후회없이 사랑하라고. 솔직 당당한 여자 주인공의 연기가 좋았고, 차가운 도시 남자가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이 보는 내내 훈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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