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거탑은 한 국립대학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온갖 갈등을 통해, 세간의 명예와 권력을 탐하는 점잖치 못한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갈등은 내과와 외과 간의 자존심 대결과 이들에게 소외된 기초의학 분야간의 신경전이 있겠고, 부원장, 각 과장 선임 투표 때마다 벌어지는 표대결로 인해 오래간 누적된 원한갈등이 잔존해 있겠다. 바로 8화까지 장준혁의 과장 선출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표대결도 이런 갈등의 연장선상으로 긴장은 극에 달하고, 뇌물이 오가는 광경은 그야 말로 정치판을 방불케 할 지경이다.
의사 장준혁은 외과 수술쪽의 내노라하는 스타 의사다. 외과의 차기 과장감이지만, 퇴임을 앞둔 이주완 과장은 탐탁해 하지 않는다. 이주완 과장 속내를 보자면, 한마디로 제자 장준혁이 싫기만 한 것인데, 10년 넘게 부려먹은 제자를 내치는 것이 보기에 좋지 않을 것 같아, 겉과 속이 다른 행보를 보인다. 제자를 아끼는 척 하지만, 속내는 외부 인사(노민국 교수)를 과장 후보자로 끌어들인 것. 그야말로 속물적 인간의 끝판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과장은 왜 장준혁을 싫어하게 된 것일까? 그건 자존심때문일 것이다. 제자이지만 그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자신의 존재감이 항상 소외당한 데 대한 마지막 저항이, 과장 외부인사 영입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속내는 감추고, 인간이 덜 됐다느니, 인성이 모자란다고 면상에서 폄하한다. 물론 그런 면이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주완 과장만큼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자기 손에 피를 뭍히려 들지 않는 점잖은 어투과 교양섞인 행동을 하지만 결국 그는 교활했다. 어쩌면 이주완 과장은 장준혁의 행동 속에서 자신을 본 것인지도 모른다. 원래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법. 특히 닮은 구석이 나쁜 자신의 속성을 거울 비추듯 보여주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니.
이것은 드라마 인물에 한정되지 않는다.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적절할 만큼, 저돌적인 장준혁과 소심하고 올졸한 이주한, 그리고 매 상황을 계산하는 유용식 부원장, 박쥐처럼 양다리 걸치는 박동철 과장 등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컬렉션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인지도 모른다. 그 속에 내가 있기에 돌아보게 한다. 중요한 수술을 앞두고 어머니를 데려다 드리는 장준혁과 그의 눈물을 보노라면, 그것은 이주완 과장에 비춰졌던 그의 모습 이상의 사정이 존재했다는 것이리라. 그래서 사람을 다 안다하는 것은 내가 다 보지 못한 면에대한 오만한 속단일 수 있겠단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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