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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정치·사회

[북리뷰] 굿바이쇼핑

by 체리그루브 201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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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사회적이다. 다시 마해, 일개 개인이나 가족을 넘어 사회구조 내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소비는 역시 개인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단 굶주림과 추위로부터 벗어난 상황에서의 쇼핑은 감정적인 사항이다. 따라서 물건을 마음속에 그려보고, 취하고, 소유하는 일을 둘러싼 감정을 살펴보지 않고는 소비 문제에 접근할 방도가 없다. (p.19)

<뉴요커>에 실린 만화에 한 여자가 백화점 카운터에 서서 판매원에게 묻는 장면이 나온다. "내 영혼의 어둡고 텅 빈 공간을 채울 만한 게 뭐가 있을까요?" (p.53)

존 스튜어트 밀은 말했다. "인간은 부자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남보다 잘살기를 바란다."(p.65)

코넬대학의 경제학자이자 공공정책 교수인 로버트 프랭크는, 사람들은 이제 이웃이 아니라 제타 존스 부부나 빌게이츠 부부에게 뒤떨어져서는 안 되는 것처럼 느낀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가 '사치 열병(luxury fever)'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p.66)

미국심리학협회에서 발행한 커다랗고 번지르르한 교재 한 권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심리학과 소비문화: 물질세계에서 만족스런 삶을 위한 투쟁>은 '획득 관련 장애'에 관한 학술논문집이다. 저자들은 그것이 우울증, 불안, 충동, 강박관념, 수치, 죄책감, 완벽주의, 자아도취, 자기협오, 친밀함에 대한 두려움, 인지능력의 협소화, 마법적 사고를 특징으로 한다고 주장한다.(p.70)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향신료와 소파, 그리고 이를 지키는 군대가 있는 그 도시에 질병과 광기를 암시하는 이름을 붙였다. 이 도시의 이름은 '열병의 도시'다.(p.77)

"소비란 문화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지고 문화가 매만져지고 형성되는 원형경기장이다." <화의 세계>에서 사회학자 메리 더글러스와 경제학자 배런 이셔가우드가 한 말이다.(p.86)

지멜은 개인의 세련된 취향이 새로운 고객을 찾는 도시 상인들을 먹여 살린다고 말한다. 또한 역으로 상품은 '남달라지려는' '눈에 띄고픈' 경쟁심리를 조장하면서 고객의 세련됨과 낭비벽을 길러준다. 우리의 정체성이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라면, 자본주의에서 우리의 정체성은 상업적으로 만들어진다. 내 옷은 곧, 선택적으로 유행을 따르고, 촌스러운 듯 도회적이며, 건전하게 유행을 좇고, 아이러니하게도 야외활동을 즐기짐ㄴ 머리를 쓰는 일을 하며, 사내 같은 스타일의 이성애자인 '나'라는 사람에 대한 수식어다.(p.101)

세기의 전환점에서 역사가 로절린드 윌리엄스는 파리에 대한 글 속에서 백화점, 박람회,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같은 새로운 '대량 소비 환경'을 '적어도 영업시간 동안은 모두에게 개방된 베르사유 궁전'으로 묘사한다. 이곳에서 소비자들은 옷을 만져보고 입어보고 사치품을 응시하고 온갖 스타일을 접해보는 등, 보통은 운 좋은 소수에게만 국한되었을 즐거움을 맛본다. 모두 '사치 않고도' 말이다.(p.104)

이 모임이 추천한 '자발적 가난(Voluntary Simplicity)'이라는 생활방식은 1981년 듀안 엘진이 지은 동명의 책제목에서 유래된 것이다. 엘진에 따르면 이 운동은 '검소한 소비, 생태학적 자각, 개인적인 성장'을 그 취지로 한다.(p.109)

옷장 구석의 부러진 테니스 라켓과 낡은 옷가지들을 집어던져라. 그러면 파편들 밑에 깔려 있는 '진짜 자아'를 발견하게 되리니, 그러고 나면 천국이 눈앞이다. 이에 대해 앤드루스는 자발적인 가난이 '개인의 영혼을 눈뜨게 하는 삶'이라고 말한다.(p.111)

사람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서로의 전술을 비교해가며 서로의 희생에 박수를 보내는 동안 나는 궁금증이 생긴다. 탐욕을 미덕으로 보는 레이건 시대의 시대사조에 반발해 일어난 이 운동이 그 희생자들의 생존전략이 된 것은 아닐까? 그리고 탐욕은 신이라고 외치는 부시 시대의 시대사조에 대한 암묵적인 항복은 아닐까? 자발적 가난은 서민의 마취제가 아닐까? (p.115)

올 한 해 폴과 나는 곤경에 벗어날 정도의 소비력을 갖춘 자주권이야말로 어른된 증거라고 말하는 문화에서 자발적으로 어린아이가 되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의 곤경은 권태다. 욕구에 이름을 붙이자면 그렇다. ... 단 한 번도 케인스가 말한 '억압된 요구'가 흘러넘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문턱에 멈춰 서서 견딜 수 없이 불안한 어린아이의 상태에 놓여 있었다. 문 여는 법을 알 때까지 기다리면서. 무엇을 원할 것인지 알 때까지 기다리면서.(p.143)

뉴딜정책 이래로 민간부문에 대한 이러한 편향적인 태도는 레이건 정부시절부터 진리의 안수를 받으며 이단에서 사회통념으로, 다시 헤게모니로 승격했다. 물론 그 와중에 비난도 받았다. 1958년 <풍요한 사회>에서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는 특유의 우아함으로 이를 낱낱이 해부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역사는 독재정치에서 민주정치로 나아가기 마련이므로 "현대의 경제이념에 정부에 대한 강한 의혹이 섞여 있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심지어 마르크스도 국가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적었다. (p.151)

어쨌든 싼 가격이 전부는 아니다. 다른 고려사항들은 모두 제쳐놓고 단지 가격만 싸다는 것은 실상은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는 흉계일 수도 있다. (p.157)

주는 행위는 언제나 도덕적이고 정서적인 유대가 포함된 하나의 관계를 정립한다. 그리고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가 무엇이든 그리고 그 선물이 무엇이든, 엄마의 젖이든 조가비든, 대학 기부금이든 천국을 향한 구원의 약속이든, 주는 사람이 우위를 차지한다.(p.176)

리처드는 1987년 주정부 산하의 자연자원국을 그만둔 이래오 상근직으로 일해본 적이 없다. 지금은 지구연구소 일을 조금, 도시하수관리국 일을 조금, 지역 목장에서 젖 짜는 일을 조금 해주고 연간 9000달러 정도 번다. 그는 1년에 약 7000달러로 생활한다. 그중 1000달러는 트럭 보험금, 휘발유, 자동차부품으로 들어가고 사회보장세를 비롯한 연방세금으로 똑같은 액수가 들어간다. 2001년 예산을 보면 '학급(책, 잡지, 교육과정)'에 512달러, '오락(영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위스콘신까지 버스 이용 1번, 낸터킷까지 버스 이용 1번)'에 365달러를 사용했다. '기부/선물'과 같은 감상적인 지출도 356달러로 여전히 많은 편이다. 같은 해 내가 지출한 금액보다도 256달러나 더 많았다.
리처드는 매년 한두 번씩 치과를 다니고 요가를 한다. 등이 아파오기 시작하면 "아, 속도를 늦추라는 거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건강은 타고났습니다." 그가 말한다. "평생 아스피린이라고 먹은 것ㅇ 여섯 알 정도니까요." 그는 약간의 저축예금으로 큰 병을 대비할 뿐 건강보험 같은 것은 없다. "건강 걱정은 안해요." 그가 말한다. "일 죽는다고 해도 멋지게 살았으니까. 이 다음에는 사과나무로 다시 태어날 겁니다."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가난한 삶을 살죠?" "해탈이죠." 리처드의 입에서 첫 번째 튀어나온 말이다. "난 이게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것 이상으로 검소하게 산다. "이건 공평함에 관한 문제죠."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자기 몫 이상으로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그는 생각한다.(p.229)

내가 봐도 지금이 최상의 자신 같다. 몸치장을 하고 공공장소에서 시시덕거리며 다른 여자들처럼 하고 있자니 나 역시 여자다워진 느낌이다. 쇼핑은 여자에게 이러한 쾌락을 순결하게, 말하자면 성행위 없이 제공한다.(p.235)

사실상 소유권 사회는 공공신탁에서 민간인의 손으로, 보다 정확히 말해 특정 민간인의 손으로 막대한 부가 재분배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경기회복에 따른 성장분의 47퍼센트가 기업 이윤으로 흘러 들어갔다. 50여 년 만의 최대 비율이다. 임금과 급여로 들어간 비율은 고작 15퍼센트로 최저 비율에 해당한다. 부시와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은 투자소득에 대한 세금면제를 추진 중이다. 부자들은 더 큰 부자가 된다. 반면에 납세의 짐은 노동으로 번 돈에 부과한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의 허리가 더 휜다. 이런 '개혁'으로 미국 납세자의 상위 1000분의 1이 소유한 부의 지분은 갑절 이상 늘고 하위 90퍼센트의 몫은 감소해온 지난 25년간의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터이다. 국세청의 최근 자료인 2002년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개인 및 부부 5650명은 연방소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2000년에 발표된 것보다 5배가 넘는 수치다. 소위 가진 자들의 사회, 전용제트기 소유자들의 사회라고 이를 만하다.(p.308)

물건이 필요하든 안 하든, 가격이 싸니까 사는 게 절약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사게 되는 소비행태를 '스페이빙(spaving)'이라고 부른다.(p.326)

가나한 삶을 통해 얻은 보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의식의 고양이다. 잔돈 지갑을 드나드는 동전 몇 푼이 다가 아니다. 물건을 사기로 했든 유보했든,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매번 나는 그 구매가 세계의 자원과 사람들에게 미치게 될 잠정적인 영향을 생각한다. 아무리 사소한 영향이라 할지라도 말이다.(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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