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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정치·사회

[북리뷰] 어플루엔자

by 체리그루브 2013.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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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루엔자 Affluenza : 고통스럽고 전염성이 강해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병.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태도에서 비롯한 과중한 업무, 빚, 근심, 낭비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p.24)

지난 몇 년 사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어플루엔자 매개체가 등장했다.이 매개체는 쇼핑센터, 카탈로그, 쇼핑채널 등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위협이다. 동시에 어디든존재하는 인터넷을 쇼핑센터로 만드는 광기는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에서 금맥을 발견했을 때나 텍사스의 석유 붐 때 경험한 광기 외에는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다. 전체 미국인의 20퍼센트가 일주일에 평균 5시간을 인터넷에 할애하는데 그 시간의 대부분은 쇼핑이다.(p.45)

실제로 매년 100만이 넘는 사람(1980년에는 313,000명 이었음)이 개인 파산을 신청한다. 미국인 70명당 한 명꼴이니 이는 대학졸업자보다 많은 숫자로 1996년 이래 계속되는 현상이다. 15초 간격으로 한 명씩 파산한다는 말이다. 평균 채무는 월급 22개월치와 맞먹는 액수이고 파산자의 92퍼센트는 중산층이다. 그중 50퍼센트는 무모한 소비로 빚어진결과다. 나머지는 갑자기 불어난 의료비나 실직 등의 결과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여 여신기관은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파산선고를 더 어렵게 만드는 한편 고객을 계속해서 재정파탄으로 몰아갔다.(p.52)

"우리 사회는 탐욕에 감염되었다. 이건 최악의 전염병이다." 패치 애덤스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의 말은 절반만 옳다. 우리의 기대를 부풀리는 일차적인 원인은 탐욕이 아니라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기 때문이다.(p.65)

"과인소유란 너무나 많은 물건을 소유해서, 인생 자체가 그 소유물을 유지하고 돌보는 데 사로잡히는 걸 말합니다. 내가 소유하는 모든 것이 거꾸로 나를 소유합니다."(p.79) - 본문 중 리처드 스웬슨 박사의 말

린더는 쇼핑 그 자체가 시간이 아주 많이 드는 활동이라고 지적했다. (p.83) - 스테판 린더(스웨덴 경제학자)

노동 강화는 때로 지극히 비인간적인 수준에 이른다. 최근 도살장에서 몰래 찍은 비디오에선 두 눈 뻔히 뜬 소들을 산 채로 가죽을 벗기고 버둥거리는 네 다리를 자르는 광경을 보여준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한다. "컨베이어가 너무 빨리 돌아요. 시간당 300마리입니다. 내가 소를 한 방에 처치하지 못하면 그냥 지나가는 거죠. 멈추지를 않아요. 소들은 산 채로 매달리기도 합니다."(p.85)

시간 강박 외에도 경주 참가자들은 대개 마이어 프리드먼이 말한 '부유하는 적개심'을 품는다. 자신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모든 것이 적이요, 앞길에 놓인 건 다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라는 것이다.(p.88)

남들에게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감은 가족 간에 빚과 돈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을 일으키고 결국 이혼으로 내모는 경우도 많다. 사실 미국의 이혼율은 1980년대에 안정 수준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50년대의 두 배에 이른다. 가족문제 상담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혼 건수의 90퍼센트는 돈을 둘러싼 분란이 그 요인이다.(p.90)

한 번 쓰고 버리는 미국식 소비문화가 횡행하는 '계획적 진부화'의 세계에서, 제품과 관련하여 형성된 태도가 결국 인간관계에까지 전이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니까.(p.94)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버는 돈의 많은 부분이 본사로 송금되는 데 반해, 내 고장 물건에 쓴 1달러는 자신이 사는 동네나 시에 고스란히 남는다는 사실을 망각한다.(p.119)

자유시장은 아이들 장난감을 어찌나 싸게 생산하는지 지구 반대쪽까지 싣고 가 맥도널드나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 2달러짜리 음식을 사는 사람들에게 공짜 사은품으로 제공할 수 있을 정도다.(p.142)

우리는 담배가 현재 매년 43만이 넘는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가고 연간 500만 년의 잠재수명을 태워 없앤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원자력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은 DNA를 파괴하여 암을 일으키고 일부 생물 지역을 영원히 지워 없앤다. 다이옥신은 작은 미립자 하나라도 태아에게 전달되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재생산 체계를 영구히 파괴한다. 1940년과 1995년 사이에 합성화학물질의 생산은 600배가 늘어, 현재 우리는 연간 1인당 725킬로그램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하여 미국인 다섯 명 중 두 명은 생애 어느 때엔가는 암에 걸리고 아동의 발병률도 증가하고 있다.(p.168)

카페인은 미국식 생활방식의 필수 연료(연간 1인당 90리터)지만 분해가 매우 어려운 화합물이다. 카페인은 우리 혈관에 끈질기게 남아 수면을 방해하듯이 우리의 강과 시내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p.175)

우선 그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마치 망치처럼 코의 신경세포를 때리고는, 기를 쓰고 머릿속으로 들어가 뇌를 뒤흔든다. 후텁지근한 날 돌아다니는 더러운 개, 봉해진 비닐봉지 속에 오랫동안 빨지 않은 기저귀, 도로 위 뜨거운 태양 아래 부풀어 오른 짐승 시체를 상상해 보라. 바로 이런 냄새다. 옥외 변소나 사향 냄새에 눈물이 핑 도는 암모니아의 자극을가미했을 때 나느 그런 냄새.(p.179)

페이버의 말에 따르면 흔히 병적인 구매 속에는 분노가 암호화 되어 있다. 부채가 배우자나 부모에게 복수하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일시적인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극단적인 쇼핑에 빠지는 사례도 있다.(p.187)

매슬로는 충족의 의미와 기초 욕구의 과잉소모를 고려하지 않았다. 욕구를 충족하는 방식의 효율성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생산과 이용의 기술과 방법도 말이다. (p.197)

코넬대학 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더닝은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대개 유능한 사람들보다 더 자신감과자기 확신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더닝은 이렇게 썼다. "그들은 잘못된 결론에 도달한 탓에 불행한 선택을 하는데, 그들의 무능력이 그 사실을 깨닫는 능력마저 앗아간다." 그는 논리, 영문법, 유머 시험에서 가장 점수가 낮은 피험자들이 자신의 실력으 과장하는 성향도 가장 강하다는 것을 입증했다.(p.204)

철학자 제롬 시걸은 말한다. "퀘이커 교도들 사이에서는 과시와 소비에 대한 제한이 폭넓게 적용되었다. 이들은 사치스런 소비를 추구하는 태도가 알코올 중독, 가난, 노예제, 인디언 차별 등과 같은 광범위한 불의와 사회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보았다."(p.218)

혜안을 가진 사회 비평가들은 좌/우파 모두 미국의 새로운 풍요에는 비싼 대가가 따른다고 경고했다. 보수주의 경제학자 빌헬름 뢰프케는 우리가 물질적 재화의 공급에서 잠재적 수익을 계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물질적인 손실에 대해 염려했다. 중도파인 밴스 패커드는 <인밀한 설득자들>(1957년)과 <신분 추구자들>(1959년), <낭비 조장자들>(1960년)을 통해서 광고와 남 따라 하는 소비, 계획적인 구식화 등을 호되게 비판했다. 또 진보주의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경제 성장은 스스로 창출하는 욕구를 충족할 뿐 아무런 행복도 증진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사적인 부유함을 강조하면 대중교통 체제와 학교, 공원, 도서관의 쇠퇴, 대기 오염과 수질 저하 등 공적인 비참함이 초래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런 태도는 세계적으로 굶주리고 불만에 찬 사람을 양산하는데, 그들을 굶주림과 궁핍에서 구제할 수 없다면 무질서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p.243-244)

우리는 수전 팰루디가 말한 '장식 문화' 속에 살고 있다. 이 문화는 사람들에게 꾸미고 소비하는 역할 외에 유익한 공적 역할을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한다. ... 그 본질은 파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니고 자아의 판매이며,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사람이 본질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파는 외로운 판매원이다.(p.254)

'최고의 홍보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라는 슬로건은 밀실 정치와 사이비 시민운동, 조직적인 검열, 모주 뉴스 등의 무기를 휘두르는 이 산업의 불문율이다. 최상의 무기는 거짓 정보라는 탄알을 쏘는 일종의 스턴총이다. 이 총에 맞으면 특정 견해나 신념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을 위해 싸운다. 예를 들어 고객의 청탁을 받은 홍보 기업이 즐겨 구사한 기업 전략 중에 '시민 고문단'을 구성하는 기법이 있다. 이 기법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오염되었다고 느끼기 보다는 자신도 한 몫 끼었다고 느끼게 한다. 시민은 신중하게 선택되어 기업이 마련한 오찬에 참석해 공동체의 현안을 토론한다.(p.259)

'적을 내 편으로' 전술은 일거에 몇 가지 성과를 올린다. 이 전술은 기업에 아주 새로운, 녹색으로 씻은 듯한 이미지를 선사하면 환경운동에서 서로의 구분을 흐리게 한다. 기업 쪽의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그들을 계속 바쁘게 만듭니다. 고소할 시간이 없도록 말이죠."(p.260)

그들은 조작된 과학적 정보를 제시함과 동시에, 도토리에 맞아 깨어나서는 하늘임너졌다고 호들갑 떠는 닭처럼 과장된 반대 의견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아주효과적으로 '거인들의 언론 싸움'을 붙인다.(p.269)

기업이 생산량을 20퍼센트 감축할 처지여서 노동자의 5분의 1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가정하자. 그러는 대신 모든 종업원의 노동시간을 하루 줄이면 어떨까? 모든 노동자가 더 적은 수입으로 사는 법을 익혀야 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도 늑대 먹이로 던져지지는 않을 것이다.(p.352)

진보재정의협의회의 조앤 클리주나스는 그 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GDP는 오염을 최소한 4배로 계산합니다. 오염물질이 생산될 때, 정화될 때, 의료비 형태로 그리고 법적 다툼이 벌어져 소송비가 발생할 때죠." 사실 면밀히 분석하면 GDP로 환산한 경제의 많은 부분은 범죄, 낭비, 환경파괴에 토대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p.370)

개인적으로 보면 한 사람이 잘 먹고, 잘 자고, 이웃과 교류하기 위해 백만장자까지 될 필요는 없다. 의문의 여지 없이 우리는 소비를 줄여야 한다. 이용할 수 있는 자원만이 아니라 우리의 쓰레기를 버릴 만한 장소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적인 논지는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것을 넘어 욕구와 필요를 줄이는 차원에 이른다. 우리는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의 생활방식을 좇는 태도를 버리고, 만족할 줄 알고 건강한 사람의 생활방식을 따를 수 있다.(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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