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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정치·사회

[북리뷰] 어플루엔자 - 소비중독 바이러스

by 체리그루브 2013.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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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뉴스 보도에서 중국이 남미 나라들에게 원조를 약속하며 대대적으로 돈을 풀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것을 보는 미국의 마음은 씁쓸했을 것이다. 중국과 소련의 남하를 막아 보겠다고 한국과 일본, 필리핀에 전략적 원조를 했었던 때가 불과 20세기 중반이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역전이 되어 미국의 턱밑 나라들의 원조를 중국이 지원하는 것을 빈지갑으로 바라봐야 하는 신세이니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미국의 경제적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 되겠다. 좀더 깊이 들여다 보면, 수많은 서적과 학자들로부터 경고되었던 "소비중독 바이러스"에 의함이 아닌지 추정해 본다.

 

어플루엔자 Affluenza : 고통스럽고 전염성이 강해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병.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태도에서 비롯한 과중한 업무, 빚, 근심, 낭비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p.24)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미국의 가계부채에 대한 심각한 현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되었지만, 이 책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 미국의 소비 풍조를 일종의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파악하고, 전 사회운동으로 일으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가 다시 책으로 출판된 것이다. 

실제로 매년 100만이 넘는 사람(1980년에는 313,000명 이었음)이 개인 파산을 신청한다. 미국인 70명당 한 명꼴이니 이는 대학졸업자보다 많은 숫자로 1996년 이래 계속되는 현상이다. 15초 간격으로 한 명씩 파산한다는 말이다. 평균 채무는 월급 22개월치와 맞먹는 액수이고 파산자의 92퍼센트는 중산층이다. 그중 50퍼센트는 무모한 소비로 빚어진결과다. 나머지는 갑자기 불어난 의료비나 실직 등의 결과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여 여신기관은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파산선고를 더 어렵게 만드는 한편 고객을 계속해서 재정파탄으로 몰아갔다.(p.52)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책을 보면서 내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사회는 탐욕에 감염되었다. 이건 최악의 전염병이다." 패치 애덤스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의 말은 절반만 옳다. 우리의 기대를 부풀리는 일차적인 원인은 탐욕이 아니라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기 때문이다.(p.65)

원인은 그리 단순하지 않겠지만, 매체를 통한 광고효과의 비중이 컸으리라 생각한다. 발달된 심리학과 광고기술이 사람들의 마음을 유명인과 비교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재벌과 비교해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로비스트와 연결된 각종 법안통과나 기업의 후원을 통해 학교 내에서도 유명 회사의 로고나 광고가 버젓이 자리잡게 되었다. 기업은 연구소에 자사의 제품에 이익이 되는 것에만 후원을 한다. 따라서 유해물질에 대한 연구는 늘 뒷전이 될 수 밖에 없었고, 기업은 늘 좋은 이미지를 고수했다.

 

어플루엔자는 환경오염을 낳았고, 더많은 소비를 위해 할애한 노동 시간의 연장은 가족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시간 강박에 좇기는 생활을 하다보니, 마음들이 각박해 질수 밖에 없었다. "대개 마이어 프리드먼이 말한 '부유하는 적개심'을 품는다. 자신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모든 것이 적이요, 앞길에 놓인 건 다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라는 것이다."(p.88)

 

남들에게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감은 가족 간에 빚과 돈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을 일으키고 결국 이혼으로 내모는 경우도 많다. 사실 미국의 이혼율은 1980년대에 안정 수준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50년대의 두 배에 이른다. 가족문제 상담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혼 건수의 90퍼센트는 돈을 둘러싼 분란이 그 요인이다.(p.90)

이러한 전염성 강한 사회적 질병인 어플루엔자는 사실상, 미국적 상업주의가 태동하는 곳이라면 미국이 아니라 그 어디에라도 발병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의 가계부채도 이미 감당할 선을 넘어선 것이 우려스럽다. 우리는 저자들이 말하는 다양한 치료방법에 귀기울여햐 할 것이다.

 

그 전에, 기업들의 소비조장 음모에 눈을 떠야 하겠다. 다음의 글을 보자.

'최고의 홍보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라는 슬로건은 밀실 정치와 사이비 시민운동, 조직적인 검열, 모조 뉴스 등의 무기를 휘두르는 이 산업의 불문율이다. 최상의 무기는 거짓 정보라는 탄알을 쏘는 일종의 스턴총이다. 이 총에 맞으면 특정 견해나 신념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을 위해 싸운다. 예를 들어 고객의 청탁을 받은 홍보 기업이 즐겨 구사한 기업 전략 중에 '시민 고문단'을 구성하는 기법이 있다. 이 기법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오염되었다고 느끼기 보다는 자신도 한 몫 끼었다고 느끼게 한다. 시민은 신중하게 선택되어 기업이 마련한 오찬에 참석해 공동체의 현안을 토론한다.(p.259)

'적을 내 편으로' 전술은 일거에 몇 가지 성과를 올린다. 이 전술은 기업에 아주 새로운, 녹색으로 씻은 듯한 이미지를 선사하면 환경운동에서 서로의 구분을 흐리게 한다. 기업 쪽의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그들을 계속 바쁘게 만듭니다. 고소할 시간이 없도록 말이죠."(p.260)

언론은 물론 소비를 자제하자는 환경단체의 운동도 소개한다 하지만, "그들은 조작된 과학적 정보를 제시함과 동시에, 도토리에 맞아 깨어나서는 하늘임너졌다고 호들갑 떠는 닭처럼 과장된 반대 의견을 동시에 제공한다."(p.269)

 

저자는 생활방식을 바꾸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는 수전 팰루디가 말한 '장식 문화' 속에 살고 있다. 이 문화는 사람들에게 꾸미고 소비하는 역할 외에 유익한 공적 역할을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한다. ... 그 본질은 파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니고 자아의 판매이며,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사람이 본질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파는 외로운 판매원이다.(p.254)

 

사회와 기업이 우리를 너무 바쁘게 만들었고, 매스컴이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구멍을 만들었다. 욕구와 필요를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건강한 소비, 자연과 호흡하기, 공동체 생활이나 소모임을  통해 더 나은 우리를 만들 수 있고, 어플루엔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개인적으로 보면 한 사람이 잘 먹고, 잘 자고, 이웃과 교류하기 위해 백만장자까지 될 필요는 없다. 의문의 여지 없이 우리는 소비를 줄여야 한다. 이용할 수 있는 자원만이 아니라 우리의 쓰레기를 버릴 만한 장소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적인 논지는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것을 넘어 욕구와 필요를 줄이는 차원에 이른다. 우리는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의 생활방식을 좇는 태도를 버리고, 만족할 줄 알고 건강한 사람의 생활방식을 따를 수 있다.(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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