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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소설·만화

[북리뷰] 파리로 가다

by 체리그루브 200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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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이런 소설류를 보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본 소설의 전형이라고까지 얘기한다. 나는 아직 많은 일본 소설을 접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발칙하게 덤벼드는 이런 이야기가 낯설기까지 하다. 과연 이것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 나의 물음인 것이다. 한낱 애니메이션의 영향으로 이야기의 진지함이 코미디로 전락하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진지하게 인생을 대해야 하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고 말이다.

 

하지만 참 재미있게 읽었다. 지하철에서 웃음 참으며 읽느라 입술을 깨물었고 깨물린 입술은 파르르 떨렸었다. 내가 만약 작가였다면, 사쿠라이 가오리와 곤도 마코도를 연결시켜주고, 크레용은 피에르, 그리고 레이코는 다시 그의 전남편 도가와에게 안겨 주었을 터이나.. 이야기는 엉뚱하게도 벼락부자인 간이치의 라스베가스 호텔 운영에 따른 리쿠르트로 흘러가 버린다. 나의 유치한 해피엔딩에 일격을 가한 저자의 낙천적 기치였다고 해야 하겠다.

 

어쩌면 저자는 더 현실적으로 대안을 안겨 주려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높은 실업률과 빈곤한 일자리를 박차고 달려온 이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로 희망을 던져주고자 한 것이다. 부의 개념을 황금과 태산같은 현금으로 보지 않고, 좋은 일자리와 관계로 현실감있게 바꾸어 보여준 것이다.

 

아무튼 이 기괴한 여행일지에 대해 나는 최소한의 기억만큼은 유지 하고 싶어 등장 인물을 옮겨 적는다. 포지티브 팀 : 사쿠라이 가오리(하이 미스), 기타시라카 우쿄(베스트 셀러 작가), 하이미 리츠코(편집인), 시모다 부부(자살 미수), 가나자와 간이치(벼락부자), 미치루(애인), 아사카 레이코(여행 안내인). 네거티브 팀 : 곤도 마코도(전직 경찰관), 크레용(트랜스젠더), 단노 부부(사기군), 이와나미 부부(노 선생), 다니 후미야(편집인), 도가와 미츠오(여행 안내인). 17세기 프랑스 : 루이 14세(태양왕), 프티 루이(루이 15세), 디아느(연인), 그랑 셰프 무농(수석 요리사), 줄리앙(사위), 마이에 (마 부르고뉴).

 

인상깊은 구절

 

남자와 여자란 결국 그런 것이다. 남자는 어려운 것을 간단하게 생각한다. 여자는 간단한 것을 어렵게 생각하려 든다. 그 마찰로 인해 파생되는 건 서로에 대한 경멸.(1, 237)
- 아, 이것이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구나 싶다. 그래서 늘 아내로부터 깊이를 강요하는 나. 그래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 소설 『깊의에의 강요』에 나온 주인공이 여자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려서부터 온갖 고생을 하며 자란 가나지와는 겉모습과는 달리 생활 예절에는 철저했다. 시골중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상경한 이래 줄곧 남의 집 눈치밥을 먹어온 그는 특히 '뒷정리'에는 신경질적일 정도로 철저했다.(2, 129)
- 갑자기 큰누나가 떠올랐다. 이들처럼 누나도 눈치밥을 먹었던 탓일까? 뒷정리의 달인이다.

 

딸아이의 실망이 손에 잡힐 듯 전해져 왔다.(2, 118)
- 딸아이의 아빠라면 한 번 가져볼 수있는 애처로운 표현이다.

 

재미있었던 구절

 

이 넝마 버스가 파리에서 베르사유까지 20킬로미터의 길을 무사히 달려왔다는 건 미라가 벌떡 일어나 밥을 먹은 것과 똑같은 기적이었다. (2, 45)

 

미안하지만 내 대신 똥 좀 싸주게. 이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이야(2, 223)
- 아무리 과학이 최첨단을 달린대도 불가능한 부탁. 하지만, 소설에선 하야미가 얼른 일어나 화장실로 직행한다. 베스트 셀러 작가의 부탁이니 어련하시겠는가.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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