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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소설·만화

[북리뷰] 초콜릿

by 체리그루브 2009.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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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프랑스 랑스크네라는 평온한 작은 마을. 이 마을은 아직도 성당을 중심으로 한 종교적 권위주의와 폐쇄주의로 둘러쳐져있다. 이야기는 비안 로쉐라는 여인이 성당 앞에 <천상의 프랄린>이라는 초콜릿 가게를 차리는 데서 시작 한다. 주임 신부인 레노는 초콜릿을 세속의 상징이자 금기의 대상으로 지정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강론하고, 일부 보수 꼴통 신도들은 무리지어 보이콧 하지만, 가게는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며 사람들의 편견을 무너뜨린다.

 

초콜릿 축제를 망치게 하는 길만이 그 가게를 문 닫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레노 신부는 부활절 새벽, 결행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뭉게뜨리려 했던 초콜릿들은 너무 맛있었다. 결국 먹고 음미하는 사이 아침이 밝아왔고, 신부는 부활절 미사도 못한채 도주하고 만다.

 

 

권위주의와 탈권위주의는 어디서 오는가

 

권위주의라는 것은 자신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권위를 내세우는 것이다. 반대로 탈권위주의는 그런 기득권의 권위에 일탈함으로써 대응하는 것들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레노 신부는 새로 이사 온 비안에게 교회의 출석을 제안 함으로써 자신의 권위에 순종할 것을 종용하지만, 비안은 이를 거부함으로써 권위에 불응한다.

 

레노 신부의 이분법적인 사고는 이때부터 발동된다. <천상의 프랄린>을 교회와 대립되는 대상으로 본 것이다. "사람은 보고자 하는 것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신부에게 만큼은 "사람은 보고자 하는 것만 극대화해서 본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는 매번 <천상의 프랄린>을 관찰하며 과대망상을 쌓아 간다. "그때 제가 그녀의 가증스러운 짓거리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잡지 못했더라면, 저는 맹세코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라고 믿었을 겁니다."

 

신부에게 있어 결국 이 모든 정황은 이제 돌킬 수 없는 "영적 전쟁"이 되어버렸다. 그는 "우리의 관습과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그녀의 도전"(135)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결국 초콜릿을 먹는 행위를 통해 모든 종교적 질서가 허물어지고, 마을의 질서가 와해될 것이라는 예언을 일삼는다. 그는 그의 모든 권위를 총동원하여, 심지어는 스스로 물리적인 힘을 가해서라도 이것을 막아보고자 한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동화처럼 아름답고, 저자의 글은 너무도 화려하고 밝아서 독자로 하여금 음악을 곁들여 듣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그러면서도 교회의 권위가 쏟아내는 부질없는 몸부림을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랜 서양의 전통으로 자리매겨온 교회의 권위에 도전한 "인간 자체에 대한 사랑과 배려". 어쩌면 작가가 묘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 변질된 교회의 권위가 회복되면서 갖추게 될 그것이 "사랑과 배려"라고 하려던 게 아니었는가 싶다. 어쩌면 종교라는 자체를 송두리째 필요없는 무엇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더 나아가 이것을 비단 종교적인 문제가 아닌, 인간 개개인의 실존적 문제로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레노 신부 처럼 인간은 누구에게나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고귀한 체제나 신앙일 수도 있지만, 더 세밀하게 들어가보면 자신의 '자존심'일 경우가 핵심이다. 그리고 그 지켜야할 것에 대해 레노 신부와 같이 행동해선 곤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얼마나 그같이 실수를 저지르는가. 쉽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 없는 고집부터가 어쩌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작은 권위에 대한 출발점이 아니겠는가고 생각한다. 자신의 지식만이 절대적인 냥 우기는 행위도 사실 권위지키기에 다름 아닐 것이다.

 

사랑과 배려는 곧 자신의 권위를 내려놓는 것.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비안을 그대로 처음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레노 신부에게 필요했던 처럼 우리에게도 어쩌면 그와 같이 스스로의 잘못과 부족함을 인정하는 자세가 가장 필요하고, 인간을 대하는 가장 처음 시간에 갖추어야할 덕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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