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과연 어떤 약물이 시한폭탄처럼 극적으로 정확한 시간에 맞춰 반응할까? 시계가 있나? 남의 몸으로 유체이탈을 하게 만드는 ‘약물’이란 것에서도 동의하기가 어려웠지만, 그 약을 투여 받았을 때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몸을 넘나든다는 설정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모든 억지설정을 납득한다 해도, 이 약물이 거래되고 그로 인해 겪을 사회적 혼란이 배제된 무책임한 설정도 황당할 뿐이다. 누군가 그랬다. 뷰티 인사이드의 스릴러판이라고. 막판에 각성한 강이안은 조직의 팀장을 맡았던 면모를 과감히 보여주며, 존윅을 떠오르게 하는 건 카타를 시전한다. 이 영화의 백미라 할 것이다.
주요 이야기
다음 글은 스포가 포함되어 있다.
“누가 진짜 나인지 모르겠어요” 교통사고 현장에서 눈을 뜬 한 남자. 거울에 비친 낯선 얼굴과 이름,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 바뀌었어. 낮에도 바뀌더니 밤에도 또”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 남자. 그는 12시간마다 몸이 바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한다. 그가 12시간마다 몸이 바뀌었던 사람들,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의문의 여자까지, 그리고, 이들이 쫓고 있는 국가정보요원 ‘강이안’. “이제 알게 됐어. 내가 뭘 해야 되는지” 모두가 혈안이 되어 쫓고 있는 ‘강이안’이 바로 자신임을 직감한 남자, 자신을 찾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태국의 신종 마약 에테르엑스의 국내 유통 방어를 전담하는 국가안보국 요원들이 도리어 해당 약물을 되파는 일에 연루된다. 그러다가 해당 행위를 내부고발 하고자 하는 유준영 대리와 그의 아삼육, 강이안과 그의 아내 문지안이 모두 죽을 위기에 처한다. 이때 강이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투여된게 에테르엑스인데, 이 약물의 증상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듯하다. 그들의 위장 죽음 설정에 맞춰, 문지안에게 힘없이 총구를 겨뤘던 순간. 12시가 되고 몸이 바뀌어 장내의 다른 요원들에게 총을 쏘고,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난다. 이후로 강이안의 몸은 평택 안전가옥에서 쉬게 되고, 그의 영혼은 다른 이들의 몸을 빌어 옮겨 다니게 된다.
강이안이 처음부터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옮겨다녔으면 좋았으련만, 기억상실로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다. 그러나 차츰 매시 정각마다 몸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의문의 여자도 자신의 아내 문지안이라는 것과 자기 몸이 평택 안전가옥에 누워있다는 것을 점차로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대면하게 되었을 때, 모든 기억이 되살아 나고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각성하는 단계에 이른다.
강이안은 안전가옥에서 극심한 총격전을 벌이며 끝내 침몰해 가는 차에 갖혀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또다시 12시에 맞는 유체이탈로 위기를 모면한다. 해외 바이어와의 약물 거래를 하는 장소 바깥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화려한 총기술과 마샬아트로 그동안의 윤계상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싸움의 신이 되어 되돌아 온다. 이즈음에서 모두 존윅을 연상한다. 안전가옥에서는 왜 이렇게 못싸웠을까 못내 아쉬웠다.
마지막 결전에서 박실장과 난투를 벌이다 죽음에 이른 몸은 백상사. 과연 강이안은 살아 있는 것일까? 다행히도 강팀장의 몸은 노숙인의 도움으로 병원에 안치되고, 아내가 돌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안의 빨라진 백박은 도데체 어떤 이야기를 더 하려는 것일까? 과연 시즌2를 선보일까?
느낀점
상상력 과잉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했다. 그럼에도 창의적인 면에서 좋았던 것인지 헐리우드에서 이 영화의 판권을 사갔다고 한다. 조만간 리메이크 작이 탄생할 것 같다. 내가 보기에도 확실히 연출 면에서, 주인공 윤계상에 맞춰진 프레임에 유리, 거울에 비춰진 실제 인물들의 모습을 비취게 한 것은 테크닉 적으로 연출의 노련한 힘이 보인다. 그럼에도 이런 방식의 연출이 낯선 것은 그 기발함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다.
솔직히 흥행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107여개 국에 판매했고, 국내 박스오피스를 2주나 석권했다. 100만을 넘기지 못한 저조한 성적은 아쉽지만, <유체이탈자>의 새로운 연출 문법과 새로운 시도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생각한다.
남주로 나온 윤계상의 연기력도 좋았지만, 여주의 강한 인상과 이미지가 더 오래 남는 것 같다. 숏컷 헤어스타일의 임지연이 확실히 극중 인물과 어울렸고, 남주를 향한 애틋함과 간절함이 더 깊게 베어나왔던 것 같다.
악역을 담당한 박용우도 기괴한 웃음과 기행적인 면모로 악의 화신을 그려줬고, <나의 아저씨>에서 송과장으로 나왔던 서현우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범죄 도시>에 함께 열연한 윤계상과 박지환의 재회가 반가웠다.
'WATCHING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영화리뷰 (4) | 2022.12.24 |
---|---|
정직한 후보2 - 영화리뷰 (6) | 2022.12.22 |
[영화리뷰]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6) | 2022.12.19 |
[영화리뷰] 해바라기 (22) | 2022.11.24 |
[영화리뷰] 봄 (14) | 2022.11.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