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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영화리뷰

by 체리그루브 2022.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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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남자가 있다. 마지막 청부살인을 마치고 은퇴하려는 그에게 중개인은 딱 한 번만 더 하자고 조른다. 그러나 그는 이제는 좀 쉬고 싶어 한다. 파나마에 가서 발뻣고 자고 싶은 것이다. 그는 일찌기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던 듯 한 데 오랫동안 헤어져 살았다. 여인은 태국 방콕에서 이 남자가 보내주는 생활비로 딸을 키웠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가정부가 아이를 납치하고, 경찰엔 알리지 말고 나오란 말에 나갔다가 주검으로 돌아온다. 장기가 없어진 채로 말이다. 이 남자 인남(황정민 분)은 며칠전 여자가 자기를 찾더란 얘기도 들었으나 뿌리쳤었다. 그러나 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찾아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여기서 개연성이 없이 갑작스헙게 부성애가 발동되는 부분이 새삼 놀라웠다. 여자는 어찌된다해도 나몰라라 해놓고, 딸은 찾아야겠다는 집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어쨌든 부성애의 크기는 감당이 안돼 앞을 가로막는 이들이 현지 조폭이라 해도 무기 하나 변변찮은 남인에게는 상대가 안된다. 그렇게 딸을 찾는데 성공한다.

또다른 남자가 있다. 의형제를 맺긴했으나 다소 소원하게 지냈었는데, 인남에게 작업당해 죽었더란 소식을 듣고 불같은 복수심을 태운다. 평소에 잘 왕래도 없었다는데 갑자기 고레다의 복수가 왠말일까? 자기에 대한 도전이라 여긴 걸까?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정보망을 풀가동 인남이 있는 태국까지 좇아간다. 현지에서 무기상을 털고 경찰 특수부대와 맞짱을 뜰만큼 기개와 깡이 충만하다. 마침내는 현지 조직 보스에게 수류탄 까고 들어가 협상도 한다. 조직원 도움을 받기로 하고 인남 사냥을 대대적으로 시행한다.

이에 맞서는 인남도 고군분투 한다. 이제막 떠나는 배편을 보고 오는 길이었는데 사방에서 조직원들이 뒤쫒는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무너졌다. 딸아이는 캐리어 가방에 들어있고 야차같은 레이(이정재 분)만 눈앞에 있다. 이제 조직원들이 인남을 해치려 하는데, 레이는 자신의 먹이감에 손대는 것을 질색해한다. 모두 헤드샷으로 날려 버리고 장소를 이동시킨다. 여기부분도 이해가 안되는 게 비닐까지 다 깔고 작압 할만 했는데 어디로 옮겨 간다는 건지 왠지 헛점만 보인 꼴이 됐다.

결국 인남의 현지 가이드를 맡았던 유이가 차에 실려가던 인남을 구출하고 인남의 레이를 향한 역추적이 재개된다.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일본에서 중개인이 딱 한 번 더 하자는 그 작업이 레이였는데, 그때부터 손을 썼어야하지 않았나 싶다. 그덕에 인남의 조력자들은 유이 빼고는 모두 레이의 손에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그렇다 레이는 싸이코패스였고 강한 소유욕과 집착을 갖고 있었다. 누군가를 가슴 뜨겁게 사링하는 것 따위는 그의 사전에 없다. 고레다의 죽음은 울고 싶은데 뺨맞 것이나 진배없었다.

영화 제목처럼 유빈은 악에서 구출되었다. 생모, 생부의 소식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트랜스젠더 유이는 인남이 남기고 간 돈가방을 들고 파나마로 떠난다. 이렇게 가족이 탄생하는가 보다.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태국 현지의 셋업 범죄가 나온다. 1년여에 걸친 작업으로 골프장 인수의 유혹을 받지만, 그렇게 좋은 조건에 싼 가격으로 인수 하라는 게 선뜻 납득이 안됐다. 그러나 이는 목돈을 사전에 준비하게 끔 하려는 목적이었고, 아이를 유괴하여 여인의 신변을 확보, 감금한 후 은행돈을 인출하는 수법으로 돈을 모두 뺏고, 그후 그녀의 몸에서 장기까지 빼어 팔아치운 악날한 범죄였다. 아이는 그저 미끼일 뿐이었고 저들이 노린 건 그 여인이었다. 여기에는 다수의 한국인이 연루되었다는 대목이 충격을 준다. 어쩌면 골프장 인수 자금 때문에 여자가 인남을 그렇게 자주 찾았었는지도 모른다. 여자도 매번 생활비를 받아 쓰느니 골프장 사업도 괜찮겠다 싶은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인남은 "나,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다 그래요!"라며 그녀에게 전해 달라고 한다. 여자도 그렇지. "딸이 있어요. 납치당했어요" 한 마디만 했으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텐데 너무 안 풀리려니 이렇게 된 듯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는 역시나 볼꺼리가 많고 화려하여 좋았지만, 두고 보니 대부분 잘못된 선택과 오판으로 겉잡을 수 없게 커져 버린 결말을 맞았다. 도데체 이렇게 많은 희생을 거치며 살아남은 유빈은 앞으로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할까? 마치 미래세계에서 장래의 반군 대장을 호위하기 위해 찾아온 터미네이터라면 그렇게 극적으로 어린 반군 대장을 살려 내야만 하는 것인데, 이 영화는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가 결말이다. 우리네 삶이 그토록 치열한 것은 아마도 평범한 일상을 꾸려가기 위함인 것 처럼.

P.S. 그런데 여기에 연변 보모로 나온 여배우가 유독 눈에 띄던데, 찾아보니 심영은이라는 배우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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