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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작전, 한국판 전격Z작전 - 영화리뷰

by 체리그루브 2022.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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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늦여름 넷플릭스 오리지날로 나온 영화 <서울대작전>을 누군가는 '한국판 분노의 질주'라 하였다. 이름을 잘도 지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대한극장 필름을 전달하는 경주에 까지만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극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전격Z작전>이라는 외화의 오마주라는 느낌을 준다. 여러 명이 떼거리로 역할분담하는 모습은 마치 <A특공대>나 <맥가이버>를 연상시킨다. 모두 그시절 추억의 드라마다.

그러나 흥행은 좀 신통치 않았나 보다. 올드카에 진심인 마니아들은 1988년에 등장한 차종들을 언급하며 고증오류를 들었고, 하룻밤 만에 자동차에 조립해 붙일 3개의 낙하산과 퍼레이드 카에 쓰인 소독기 장비들 마련한다는 사실은 A특공대도 놀라 자빠질 설정이었다. 박동욱(유아인 분)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 계획했던 일을 그만 둘 사람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가장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작전을 진두지휘했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공중전까지 펼쳐가며 <미션임파서블>한 장면들을 시전했다.

무엇보다 쌍팔년도의 세계적인 축제, 올림픽을 전후해서 펼쳐지는 체포작전이 억지설정이라는 이야기도 많은데, 흥미로운 시도로 느끼고 즐겨주면 무엇이 탈 날 것인가 싶어 이해가 안갔다. 도데체 이 영화가 무엇을 그리 잘 못한 것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재미있고, 볼 꺼리 많고, 영상미 좋고, 기승전결 확실해서 좋았는데, 갑자기 역사성을 따지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무엇이 우리에게 독이 되는가 싶은 것이다. 나름 참신했고, 한 번쯤은 한국에서도 나와줬어야 할 카체이싱 드라마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당시 희대의 사기극을 펼쳤던 장영자씨가 강인숙 회장과 겹쳐보였다는 점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이순자 여사의 삼촌과 자신의 언니가 결혼한 것을 자랑삼아 떠벌리고 다녔고, 중앙정보부의 차장으로 있던 이철희씨와 결혼하여, 남편을 앞세운 고위층 대상의 금융사기를 주도한 혐의로 82년 구속수감된다. 당시 장영자가 어음 사기로 벌어들인 총액이 7천여 억이나 되었다. 세간에선 전두환씨가 뒷배가 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를 가상의 인물 강인숙 회장으로 엮어 표현한 것이 나름 참신했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심지어 극중 강인숙의 행동대장 이현균 실장은 마치 장영자의 남편 이철희와 닮은 점도 많았다. 군부출신으로 상명하복에 철저하며, 장군님께 충성하는 모습에서나 중정의 막가파 스타일, 권총을 함부로 쏠 수 있을만큼의 안하무인 격의 인간 말이다. 실제로 이철희는 김대중 납치 사건에도 관여했다는 정황이 있다.

대체로 서울 한복판에 큰 인명 피해없이 이만하길 다행이게 큰 사건을 해결해 내는, 굴비 역듯이 쓰리아웃 체인지 시키는 박동욱의 지략과 기개가, 호쾌하고 즐거웠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마다 흐르는 옛 감성의 노래들도 잘 어울렸던 것 같고, 전체적으로 색감이 밝고, 극중 인물의 에너지도 좋았다. 이렇게 살아가는데 활력이 되는 에너지를 분양받는 느낌의 영화는 언제나 환영이다. 결코 킬링타임용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알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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