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다르지 않은 지하철.
회사가는 길.
지하철 문을 들어선 후, 재빠르게 통로 쪽으로 빠지지 않으면, 계속 밀려드는 인파로 몸이 꽁꽁 묶이게 된다.
벤치 사이 통로쪽으로 황급히 몸을 옮겨 섰다.
다행히 오늘은 두 번째 줄이 아니다.
지하철 내 벤치 바로 앞줄이 1열, 그 다음이 2열이다.
보통은 1열의 기회가 자주 없다.
그만큼 앉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체면 불사하고 달려갔던 걸까?
그렇게 1열에 당당히 섰다.
하늘이 도운 건가?
혹시 <운수좋은 날>?
의자에 계신분은 꿈나라에 들어가 계신다.
살짝 잘못 섰나 싶긴 한데, 그럼에도 자기 내릴 역이 되면 거의 반자동으로 일어나시는 분들이 더러 있던 것을 감안하여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경복궁에 선다.
여기 내리시는 분들은 대부분 공무원 분들 같다.
안국역에 선다.
우리 본사가 위치한 곳이지만, 입사 때와 간헐적 교육 말고는 따로 부르지 않는다.
간혹 본사에서 일 하시는 분들이 부럽다.
지금까지 온 만큼 나는 더 가야 한다.
종로, 을지로2가..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이 환승역에서마저 안내리면 희망이 없다.
내 무릎은 강철이 아니다.
가뜩이나 요즘 만보걷기 하느라 시원찮은데, 앉을 행운마저 없을라구.
마지막은 충무로다.
충무로를 끝으로 왠만해선 다들 한강을 건넌다.
제발.. 제발..
그러고 보니 앉아계신분은, 원래 연체동물에 옷을 입혀놓은 것처럼 패딩에 파붙혀, 구부정한 자세로 미동도 없이 주무시고 계시다.
살아있는 건 맞겠지?
내려야 할 곳을 놓친 건 아니구?
살짝 발로 건드려 볼까?
별별 생각을 다하는 사이..
지하철은 한강을 건너고 있다.
아.. 오늘따라 햇살은 또 왜이리 밝은지.
내릴 때가 다되니, 앉아계신분도 계슴츠레한 눈으로 시계를 본다.
살아는 계신다.
나는 다음 역에서 내렸다.
뭐 오늘 같은 날도 있는 거겠지.
계단을 오르는데, 무릎을 쓰려니 묵직하다.
'THINKING >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쏘쏘로그] 홍반장 같은 친구 - 네 일만 해 (18) | 2022.12.17 |
---|---|
[쏘쏘로그] 블로그 단상 (12) | 2022.12.15 |
[쏘쏘로그] 사내 만보 걷기 이벤트 (6) | 2022.12.13 |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개발하기 (26) | 2022.12.11 |
흑화된 시어머니와 행동파 며느리의 고부갈등 (6) | 2022.12.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