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복잡한 미국 문화의 우월성(?)을 영화를 통해 들려주는 안내서다. 저자는 미국 영화를 재미로만 보거나 문화 제국주의적 상품으로 치부하기 전에 미국을 알고 연구하는 소재로서의 영화를 제안하고 있다.
왜 미국문화를 이해해야 하는가? 역설적이게도 저자는 우리가 미국문화를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은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의 예이다.
- 미국에서의 음주운전은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면, 사람을 죽였더라도 형사처벌되지 않는다.
- 미국은 철저히 상업주의 국가다. 실리가 없으면 하지 않는다.
-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차이가 없다.
- 한국은 충·효·예 사상을, 미국은 자유·정의·평등 사상을 추구한다.
- 한국은 단일민족에 자긍심을 갖고 미국은 다인종/다문화를 자랑한다.
- 한국은 모든 것을 법으로 통제하지만, 미국은 하지말라는 것 외엔 모두 할 수 있다.
- 한국은 고맥락 사회이고, 미국은 저맥락 사회이다.
- 미국은 자본주의 이념에 따라 철저히 계급화 되엇, 계급에 따른 불평·불만이 없고, 서로 사는 동네도 다르다.
- 미국은 각 주마다 독립성이 강한 합중국의 형태이다.
- 한국은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은 데, 반해 미국은 무관심하다.
저자는 이러한 미국을 알면 세계가 보인다고 얘기하며, 그런면에서 미국 영화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을 곧 세계로 보는 저자의 시각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아울러 "미국 영화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킨다"는 세간의 헐리우드 평가에 대해서는 한국도 한국의 가치관을 실어 영화를 만든다며 반박한다. 이부분에서는 마지막 참조글을 확인 바란다. 저자가 다룬 영화와 그의 의미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레인맨」,「귀여운여인」,「흐르는 강물처럼」에서 관객은 아메리칸 드림을 볼수 있다고 한다. 물질주의와 기계만능주의를 넘은 목가적 추구의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을 말이다.
- 광기의 매카시즘 시대의 「하이눈」,「자니 기타」는 고독한 보수주의가 악당 자유(진보)주의를 궤멸하는 은유를 담았고, 다문화주의의 승리를 표현한 「닉 오브 타임」은 당대의 용광로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 뉴욕의 인간 쓰레기 청소를 다루는「데쓰 위시」나 조금 완곡되었지만 역시나 경찰 폭력을 미화한「더티해리」는 당시 관대한 법집행에 대한 사회적 불만을 품은 관객에게 위안되도록 한 영화였다.
- 인종간의 갈등으로 탄생한 브루스리의 영화와 타자와의 포용적 관계를 다룬「타이타닉」, 변종인간을 다룬 「액스맨」
- 미국의 최후의 상징적 보루인 가정을 다룬 「패트리어트」,「글래디에이터」
다음은 이 책을 읽으며 주어 올린 인상깊은 구절이다.
「아메리칸 뷰티」는 제대로 된 길을 가지 못하고 있는 현대 미국사회의 자유(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둘 다에 대한 신랄한 비판 처럼 보인다. 즉, 이 영화는 도덕적 헤이에 빠져있는 자유(진보)주의와 비인간적 위선의 길을 걷고 있는 보수주의 모두를 비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p.42)
미국의 영웅은 군중들 사이에 위장한 채 숨어 있다가 위기의 순간에만 나타난다. 그리고 위기가 해결되면 그는 다시 위장한 채 군중 속으로 사라진다. 미국의 영웅은 상존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에만 나타나는 것이다. 비평가 레슬리 피들러는 "슈퍼맨을 창조한 사람은 유태계 미국인이었고, 그래서 유태인들의 메시아적 비전이 슈퍼맨에는 투영되어 있다"고 말한다. 즉, 위기의 순간에 메시아가 나타나 유태인들을 구원할 것이라는 메시아 사상이 원더우먼 같은 미국의 영웅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p.91)
이 책은 영화를 해석하는 독특한 관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하지만 궂이 문화를 알기 위해 영화를 보는 것이 영화를 해석한 책을 읽는 것 만큼 유익할까 하는 면에서 의구심이 든다. 물론 영화를 곁들여 보면 십분 이해가 빠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영화를 볼 때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될 '독'작용은 설명이 부진한 것 같아, 다음의 인용을 들어 주의를 환기해 보고자 한다.
『할리우드』의 공저자들은 할리우드 영화의 주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가 '합의의 이데올로기(ideology of consensus)'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합의의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는 영화는 지배 이데올로기가 바탕에 깔린 영화에 국한되지만, 그것이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영화에서 지배 이데올로기는 모습을 직접 드러내는 법이 없이, 환상주의의 외형 아래 그 의도를 감추고 있다."예를 들어 할리우드 영화 속의 멋진 배우나 차를 본 관객은 곧 그 배우가 연기하는 주인공이나 차에 매료되고 그들과 함께 하거나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나게 된다. 이러한 욕구는 대개 생산적이기보다는 소비적인 경우가 많으며, 자신이 속한 사회가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곧 미국을 동경하게 되고, 나아가서는 미국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긍정하게 되는 것이다."최성일,『미국 메모랜덤』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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