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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역사·문화

[북리뷰] 갈리아 전기

by 체리그루브 2009.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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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인 군인 카이사르가 갈리아 지방(현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서유럽국가)을 정복하며 기록한 8년간의 기록, <갈리아 전기>는 군사 문학의 고전이요, 나폴레옹이 교과서로 삼을 만큼 전술, 교양적으로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일전에 <로마인 이야기>를 접하면서 이 책의 존재를 알았지만, 쉽게 읽고 싶은 용기가 안 나던 터에 만화 형식을 빌은 이 책을 만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느낌이라면? 음... 솔직히 별루다.

그것은 이 만화라는 매체로 만났기 때문이랄 수 있는데, 작가의 그림이 너무 형편없었고 설명이 이원복 교수처럼 창조적이지 못해 지도 설명이 들어가야할 자리에 엉뚱한 그림이 배치되어 있다던지, 어려운 지형 지물, 인물의 이름만 남발하여 이해에 큰 장애가 되기도 하였다. 이런 책을 어떻게 어린 학생들이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학생을 위한 책은 이렇게 성의없이 만들어도 될 일인지, 출판업자들의 양심에 묻고 싶은 심정이다.

카이사르가 갈리아를 평정하게 된 계기는 하이두이족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여 그들의 해방을 맞게 해 주고자 카이사르가 직접 간섭해 들어감으로써 시작된다. 로마인에게 갈리아 지방 사람들은 야만인에 불과했다. 양육강식으로 종족간 정복과 피정복이 반복되는 형국에 강력한 로마 기병을 앞세운 카이사르의 간섭은, 나름 강했다고 자부하던 갈리아 일부 종족에겐 커다란 골치덩어리 이자 갈리아 민족 해방의 빌미였을 것이다. 처음엔 게르만인의 이동으로 인해 고통받던 갈리아 인들이 카이사르에게 붙어 생존을 갈구하더니,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들의 자유가 구속됨을 느꼈는지, 이제는 게르만 용병들과 합세하여 로마에 대한 배신과 굴복을 반복한다.

갈리아의 해방 전쟁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적어도 이 책에서 얘기하는 8년동안은 그러했다. "백설공주가 왕자님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동화의 결말이 완전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모험의 시작임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사실 갈리아 원정 8년 이후로도 끊임없이 로마에 대한 대항과 독립이 지속되었을 거란 생각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것은 정복이라는 테마로 민족주의적 굴욕을 당해보지 않은 민족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라고 얘기하면, 너무 거창할 것인가? 하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도 로마의 세력 밑에서도 충분히 평화롭게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 왜 구지비 전쟁을 불사하며, 불행을 자초했던 것일까 싶은 생각에 이르고 보면, 나름 그들의 해방 전쟁에 복선이 깔려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복선이라? 그것은 이들에게 해방전쟁의 불씨는 당기는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킴으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매력이 있었던 것이란 거다. 즉, 그들은 흩어진 부족을 통합 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강력한 권력을 쥘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 로마의 속국으로서가 아닌 자주 독립구가로서의 왕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배권력의 완벽한 기반다지기 쯤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로마를 배제한 더 많은 파이를 얻을 수 있는 기회. 사실 당시 주둔하고 있던 로마의 군병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은 모두 이들 갈리아 지방 원주민의 몫이었으니 말이다.

일부 소수를 위해 불타는 민족주의로 그들의 권한을 더욱 공고히 할뿐 일반 서민들에게는 하등의 자유도 허용이 안되는 명분없던 이 전쟁에 얼마나 많은 서민이 피를 흘려야했을까? 이것은 비단 당시의 상황만을 놓고 볼 만한 옛 이야기가 아니다. 좀더 깊게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오늘날에도 똑같이 벌어지는 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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