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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ING/드라마

[드라마리뷰] 슈룹, 엄마란 극한직업

by 체리그루브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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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중전이었다.
다행히 한 아이는 국본, 세자가 되었다.
나머지 아들들은 학문에 뜻이 없었다.
늦잠자는 아이들을 깨우고, 계집질 하는 아이도 겁박해야 했다.
중전은 온 궁을 뛰어 다녔다.

그러다 세자가 아팠다.
자랑스런 중전의 첫째 아들, 세자가 아팠다.
남편인 주상의 배다른 형이 죽었을 때의 그 병명과 동일한 것이었다.
청천병력이었다.
백방으로 알아봤다.
민가의 처방전도 받아봤다.
폐비윤씨를 찾아가 당시의 증세를 물었다.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대비가 살해한 것이란 엄청난 사실을 들었다.
이렇게 몰래 만나지 않고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가뜩이나 대비도 중전을 눈의 가시처럼 여기던 터였다.
언제든 중전을 뽑아 내어버릴 기세였다.
세자마저 이대로 죽고 없어지면, 폐비 윤씨의 아들들이 그러했던 것 처럼, 모든 자식들도 죽을 운명이었다.

병약한 세자는 결국 죽었다.
호전되는 것 같더니, 피를 토하며 죽었다.
병 간호 하던 권의관이 죽였다.
세자빈과 아들은 궁에서 쫓겨나야했다.

죽음의 이유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겨를이 없었다.
새로운 세자책봉으로 온 궁이 떠들썩했다.
중전의 다음 아들이 이 경합에 참여했다.
그동안 세자에게 가장 신임받던 성남대군이었다.
그러나 온갖 편법이 자행되었다.
뒷배가 있는 자들이, 성남대군을 죽이려했다.
그럼에도 성남대군은 모든 역경을 딛고 최종 세자로 발탁됐다.

대비는 이번에도 성남대군을 못마땅히 여겼다.
성남대군이 혼외자란 소문을 퍼트렸다.
의관을 불러 희한한 방중술로 친자구분을 했다.
피가 섞이도록 하는 구별법인데, 따로 술수를 썼다.

중전이 기지를 발휘한다.
국왕의 귀 뒤에 있는 돌기뼈로 친자를 구분하자했다.
대비가 친히 나서서 확인했다.
그러다가 대비가 밀고있는 의성군이 도리어 친자가 아닌 것을 알아버렸다.

실상은 이랬다.
의성군은 주상의 아들이 아니었다.
영원대군 즉, 태인세자의 동생의 아들이었다.
영원대군이 바로 권의관이었다.
복수를 위해 폐비윤씨 옆에 몰래 다른이를 데려다 놓고, 어미의 곁을 떠나 의술교육을 받아왔었다.
의과으로 궁에 들어와는 형님, 태인세자의 병사 원인을 조사했었다.
그리고 밖에서 도모하는 역모세력과 결탁이 예고되었다.

역모의 세력은 모두 일망타진된다.
중전은 국왕을 설득하여 과거 대비의 잘잘못을 밝히자 한다.
국왕은 오랜 고심 끝에 친어머니의 폐위를 결정한다.

궁안에 있던 모든 악함이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온다.
다시 내명부의 위계가 섰다.
쫓겨났던 세자빈과 손자도 불러들였다.

중전은 극한직업이었다.





<여인천하> 이후로 조선 내명부의 일을 관장 하는 여인들이 이토록 화려하게 활약하는 사극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왕자들의 교육열이라 해서, 초반에 '조선판 스카이캐슬'인줄로만 알았었는데, 국본이 되는 길의 험난한 여정과 음모가 도처에 깔려 있어 그 길 자체가 살얼음판이었음을 상기시켜줬다.

실제로 이정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있을 법한 상황들이 한 시대극 안에 압축적으로 들어가지지 않았나 싶다. 해외에서도 인기라는데, 혹여나 정말 조선의 국본 비화 과정을 곡해해서 이해할까봐 살짝 걱정도 된다.

무엇보다 재밌었던 부분은 중전이 궁 전체를 횡단하며 뛰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당사자는 너무 다급해서 뛰는 것인데, 보는 우리가 즐거운 것은 어떤 심리로 이해하면 되는 것일까? 타이타닉에 탄 귀족들이 바다 한 가운데서 수장되는 것을 지켜보는 즐거움과 견줄 수 있는 것인 건가? 너무도 진지해야할 국모가, 한낱 세간의 엄마와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줘서 통쾌한 것일까?

이 드라마는 비록 중전이지만, 엄마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준다. 절대로 자기 우산 아래에서 비 한 방울 맞지 않게 하기 위한 어미의 우산(슈룹)을 메타포화 하여 보여주는 역사물이다. 그래서 때론 중전은 '추리의 여왕'이 되어야 하고, '쪽집게 과외 선생님'이 되어야 했다. 무엇보다 중전은 국왕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그게 사실 안정적 가정을 이루기 위한 가장 근본이었던 것을 보여준다. 아무리 고부갈등으로 시어머니가 홱책을 놓는다 해도, 흔들림없는 신뢰가 두 부부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괴물이 되어 버린 대비를 잠잠케 할 마지막 힘을 쓸 수 있었는지 모른다. 일평생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던 선군정치의 발목은 그로써 해방을 맞게 된다.

드라마 말미에 주상이 김치를 먹으며 대관절, "역시 우리 것이 제일입니다" 했을 때, 빵 터짐!
이런 대사가 갑자기 왜 들어간 것인지 두고두고 회자되지 않을까 싶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압력을 행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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