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는 과거 9살 천재 딸을 미국 워싱턴대에 입학시켜, 교포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그녀의 화려함 뒤에는 오래전 학습 라이벌이었던 친구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는 열등감이 작동하고 있었다. 그녀의 병적 집착을 보다못한 남편은 이혼을 요구했고 결국 사단이 났다.
남편이 마지막 짐을 가지러 온 날, 제니퍼가 사람을 동원 해 남편 차의 브레이크 오일 튜브를 절단하도록 했다.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던 남편의 존재가 달갑지 않았을지 모른다. 남편의 죽음을 교통사고로 위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은 자신의 뜻대로 될 것이고, 성가신 남편도 없으니 더욱 딸을 다그쳐서 더 많은 매스컴에 자신을 드러내, 라이벌 앞에 당당히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설랬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얌전히 앉아 공부만 하고 있을 줄 알았던 딸, 케이가 그만 차에 타고 있던 것이다. 떠나가는 차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딸을 보는 순간 제니퍼는 차를 세우고자 황급히 뛰쳐나간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애엄마가 뛰쳐나오는 것을 본 애아빠는 가속패달을 더 밟았고, 멈출 수 없는 차는 교차로에서 큰 전복사고를 낸 후에야 멈춰섰다.
남편은 사망하고, 딸아이의 정상적 회복은 불가능 하게 되었다. 미드를 좀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차체 결함 중 튜브가 도구를 이용한 절단일 경우 위장 살인으로 의심된다. 부부의 불화가 원인일 것이라는 탐문과도 일치하여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러나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그녀의 모든 것과 다름없는 딸이 차에 탈 것을 알고도 그렇게 했겠냐는 변호에 힘입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다.
풀려난 그녀에겐 이제 더이상 빛을 바래줄 수 없는 딸만 남겨졌다. 더이상 교포 사회에 남아 살 수 없던 그녀는 좇기듯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김주영으로 개명하여 입시코디네이터로 살아간다. 1년에 단 2명의 제자만 키워 일류대 원하는 과에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입학시킨다. 1등급을 내내 유지키면서 리더십 역량이나 사회봉사활동, 수행평가, 경시대회 등을 적극 관리하니, 부모는 자녀의 건강관리만 책임지면 된다.
그녀는 맡겨진 아이들을 착실히 관리만 했으면 됐다. 그러나 점차로 제자들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했나보다. 제자들이 자기에게 안기고 의지하는 게 좋았다. 부모가 방해되면 부모와 이간질을 해서라도 아이의 마음을 얻어냈다. 심지어 자신감 충만했던 학생들에게도 "너자신을 믿지마라,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허물어버렸다. 고작 틀린 문제 하나로.
그런 문제많은, 과거 있는 입시코디가 SKY캐슬에 들어왔다. 수십억 원을 들여서라도 3대 의사 명문 가문을 만들 수 있다면 서슴없이 내줄 수 있는 재력이 있는 사람들이 사는 캐슬로 들어왔다. '3대째 의사 명문가'를 이루기 위한 욕망의 틈바구니로.
3대째 의사 가문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보다. 평판과 학력이 실력 보다 더 쉽게 인정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그런 허세 가득한 세상을 향한 일침일 수도 있겠다.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실력있는 황치영 교수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속없는 껍데기인지 깨닫게 해준다. 이야기의 결말은 김주영을 캐슬에서 빼냈을 때에라야 가능 했고, 저들도 일정부분 포기하고 난 후에야 자유로워졌다. 대학에 따라 연봉이 갈리는 사회라 현실은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지만, 드라마만큼은 이상적 결말로 끝났다. 우리가 얼마만큼 '보여주기'에 치중하고, 허영 가득한 사람들인지를 보여준, 그것만으로도 작가가 보여주려 했던 메시지는 충분했다고 본다.
정희진은 말한다.
입시 제도, 경쟁은 한국 교육의 대표적 적폐다. 전 국민을 망가뜨리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높은 성적을 모든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거짓 실력으로 위계를 만들고, 이를 통치 이데올로기로 삼는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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