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이와이 슌지의 우울한 영화(2001년)다. 소위 중2병이라고도 불리는 시기의 성장 드라마라고 봐야할지 모르겠다. 영화는 배우의 연기 측면이나 화질, 흔들리는 카메라 등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높지 않다. 그렇다고 B급영화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진지하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첫사랑. 그런 첫사랑이 친한친구의 폭압에 이끌려 원조교제를 강요받을 때, 곁에서 지켜보지만 힘이 없어 구출해 줄 수 없는 현실. 그럼에도 탈출구는 음악이다. 유이치가 BBS 관리자로 있는 팬카페는 가수 릴리 슈슈다.
가상의 공간에서는 릴리 슈슈를 지키는 수호자이지만, 현실은 패배자. 물론 그 공간에는 가해자, 호이치도 함께 활동한다. 감쪽같이 몰랐다. 콘서트장에 푸른 사과를 그가 들고나올 때에야 알았다. 숨이 멋는 것 같았다. 그가 티켓을 뺏았아 갔다. 콘서트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유이치에겐 릴리 슈슈의 정서가 충만한 콘서트장에서 자살하려고 갖고 나온 칼이 마침 있었다. 콘서트가 끝나고 빠져나오는 인파 사이에서 유이치는 호이치의 등에 칼을 꽂는다.
정희진 작가는 <혼자서 본 영화>에서, 쿠노의 행동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듯 싶다. 쿠노는 원조교제를 강요받지만, 다음날 삭발하고 나타난다. 삭발한 외모로는 더이상 원조교제에 이용할 수 없다. 상품성이 떨어진다. 스스로 "너희는 나를 어쩌지 못해"하는 저항이다. 더이상 그녀에게 무엇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저항하는 짧은 에피소드다. 정작가는 상처받은 여성에게 이 이야기로 위로해 준다고 한다.
난해한 영화다. <러브레터>를 보고 이 영화를 택한 것이라면, 더더군다나 당황해 할 수 밖에 없다. 에테르니 뭐니 하는 거나, 중학생의 일탈, BBS에서 활동하는 정서는, 원작 소설의 내용이 보완되지 않으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영화에서 어떤 여운이 오래토록 가시지 않게 한다면, 그또한 영화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 아닐까? 유이치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한 것일까? 혹시 우리가 만나는 사회의 무리에도 유이치 같은 친구가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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