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에 상영된, 믿었던 사람에 대한 실망에 관한 오래된 영화다. 폴란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어엿한 변호사가 된 앤 탤보트(제시카 랭 분)는 아버지가 나치 전범으로 고발되었다는 통지를 받고, 아버지의 무고를 주장하기 위해 변호한다. 물론 그녀의 변론으로 재판은 최종 승소한다.
아버지가 고발된 면면을 살펴보면, 당시 나치 친위대에 자진해서 들어갔으며 너무도 포악하고 특이하여, 회상하는 사람들이 그를 못알아볼 수 없었다는 점과 총알이 모자라 여러 명을 겹쳐서 세워놓고 사살하거나 손발을 묶어 물에 빠트린 후 일행중 하나를 사살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증언한다. 당시 철없던 이 친위대원은 기념사진을 희생자들을 뒤로 한채로 웃으며 찍었던 것.
당시 같이 친위대 활동을 한 친구가 아버지에 대한 유력한 증거사진을 확보해 놓은 상태였으나, 어떤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해 모든 게 잊혀질 뻔 하였다. 그러나 그녀(딸)가 폴란드로 출장 갔을 때, 들린 아버지의 옛친구가 남긴 티켓을 받아든다. 그것은 미국의 외진 전당포 교환티켓. 그리고 전당포에서 건네받은 물건은 뮤직박스 였다. 순간 아버지를 의심했노라고 스스로 자책하며 뮤직박을 열어졌혔을때, 그녀는 잊혀질뻔한 아버지의 사진이 쏟아져 나온 것을 본다. 딸은 순간 부들부들 어쩌지 못했고, 다정다감하게 자신의 아들에게 말타기를 가르치는 부친을 보며 뛰쳐나간다. 그녀는 스스로 변호했던 아버지의 사건을 뒤집는다.
여기서 인상깊었던 장면 하나는, 아버지가 신분세탁을 해 미국에서 새 가정을 꾸려가며 건실한 가장으로 살아내고, 폴란드 고국의 사회주의 실상을 강력히 비판하는 극우성향의 노인이 되었더란 점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일들을 모함이라고 하며, 무고를 끝가지 주장하는 장면에서는 어쩌면 그 스스로가 그렇게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전두환씨의 모습이 겹쳐졌던 건 나만의 생각일까? 혹자는 전두환이 죽기전에 꼭 봐야할 영화라고 소개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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