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스타는 어쩔 수 없는 걸까? 글로벌 한류스타가 된 마준규(정경호 분)가 일본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난 이후 벌어지는 헤프닝을 다룬 영화다. 하정우가 감독을 맡아 2013년에 선보인 입봉작. 입만열면 기도를 해대다가도 <육두문자맨>이라는 영화 주인공에서 빠져나지 못한 때문인지 쌍욕도 서슴치 않는다.
어쩌면 비행공포증을 이겨내려는 그만의 의식으로 의자를 닦고 주변을 정갈히 하지만, 태풍으로 활주로의 길이 막히고, 김포에서 인천, 인천에서 제주로 회향하는 사이 심신이 망가진다. 클라이막스는 기장이 강력한 믿음을 주기 위해 자신이 바퀴없이도 안전하게 착륙했던 경험을 안내방송으로 틀어주지만, 그게 거짓임이 들통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마이크를 강하게 붙들고 있던 터라 기장실의 대화가 비행기 안에 퍼져갔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수동 운전 자체가 처음"이라는 부기장과의 대화. 마준석은 길길이 날뛰고 소란을 피우며, 욕이란 욕을 다해댄다. 그러다 전기총 맞고 기절한다.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포복절도의 상황이 어쩌면 일본 만화스러운 풍경이 아닌가 싶다. 세태를 풍자하는 장면도 빼지 않았다. 땅콩회향 사건을 연상시키는 사모님의 갑질도 그렇고, 연예인 가십성 기사를 써내려 가는 기자의 모습도 웃음을 안겼다. 무엇보다 고성희의 일본인 승무원 연기가 볼만했는데, 바람둥이 마준규는 이미 스캔들이 난 상황에서 그 비행기의 어떤 승무원과도 그렇고 그런 사이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엔 일본인 승무원 미나미토를 유혹한다. 제버릇 남줄까.
저예산 영화로 예상되지만, B급 코메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스터 맥도날드>가 떠올려졌다. 기내식을 준비하는 승무원들의 풍경이나, 조종실에서 오가는 대화, 그리고 스타와 재벌을 대하는 승무원들의 태도 등은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하는 내밀한 사회를 들여다게 해주는 색다른 흥미를 안겨줬다.
마지막에 마준규의 매니저는 마준규를 향해 폭발한다. 은혜도 모르는 자식이라며 백만원받고 일하면서 갖은 수모를 다 참아왔더랬는데, 일순 모욕감을 참지 못하고 마준규를 내버리고 공항을 떠난다. 그렇게 어안이 벙벙이 된 마준규는 정처없이 걷다가 미나미토(고성희)를 보며 전화번호를 물으며 끝난다. 사람은 안 변한다.
'WATCHING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리뷰] 릴리 슈슈의 모든 것 (4) | 2022.11.05 |
---|---|
[영화리뷰] 뮤직박스 (0) | 2022.11.04 |
[영화리뷰] 20세기 소녀 (1) | 2022.10.27 |
[영화리뷰] 파이터 (0) | 2022.10.23 |
[영화리뷰] 헤어질 결심 (2) | 2022.10.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