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클라스 135회> 재레드 다이아몬드 편을 봤다. 미 UCLA 지리학 교수이자 <총,균,쇠>의 저자다. 그는 세계의 위기를 핵무기, 기후변화, 자원고갈 그리고 불평등으로 꼽았다. 그 중 불평등의 기원이 '농업'에서 시작되었다는 의견이 흥미로웠는데, 메소포타미아 농경지대에서 시작되어, 같은 위도에 위치한 다른 지역으로 좌우로 넓게 펼져질 수 있었던 유라시아 대륙의 적합 조건 덕에 다양한 왕국이 조성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렵채집으로는 넉넉치 못한 살림이었기에, 농업 경작을 한 이후에서라야 잉여식량이 축적됐고, 부의 집중으로 왕의 탄생까지 이어진 나라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지점에서 불평등이 양산됐다는 이야기다. 반면 아메리카 대륙에는 이런 현상이 없었는데, 위아래로 뻗은 대륙 특징(경도)에 따라 농업에 적합한 기후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왕권을 가진 유라시아 대륙의 여러 나라 중 부의 패권을 왜 유럽이 가져갔는가란 질문에서는, 다양하게 쪼개진 유럽의 특징을 꼽았다. 기원전 221년(진시황) 이후 중국은 거대한 통일 국가가 되어 강력한 중앙정부의 정책을 따라야 했지만, 유럽은 콜롬버스가 해외 원정을 가려할 때도, 여러 나라를 돌아 다니면서 요청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 성공 요소였다는 것이다. 중국은 단 한 번의 승인거절로 이후의 출정기회가 날아갔던 반면, 유럽은 A국에서 퇴짜 맞아도 B국에 가서 다시 승낙을 요청 할 수 있는 것이었고, 때마침 국가들의 경쟁도 치열한 덕분에 나라밖으로 마음껏 뻗어나갈 수 있었으니, 이것으로 패권이 갈렸다는 것이다.
한국의 언급이 흥미로웠는데, 1960년대 미국의 정치인들이 예언한 한국의 미래는 암울했다는 것이다. 자원도 없는데다가 전란 이후라 국가 기반시설이 취약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당시 한국에 비해 가나가 1.5배, 필리핀이 2배의 GDP를 갖고 있었으니, 당시 미국 정치인들은 50년 후에도 이들나라가 여전히 한국 보다 잘 살 거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반면,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한국을 좀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봤는데, 한국은 5000년이상 오랜기간 농업을 한 나라였단다. 덕분에 체계화된 중앙정부체계를 갖고 있었고, 독특하면서도 합리적인 글자체계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전쟁 이후 빠르게 성장할 수 밖에 없던 이유는 바로 이런 점들인데, 한일합방의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이미 한국은 부국이 되기 위한 준비가 갖춰진 국가였다는 것이다. 그놈의 '압축성장'으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기존의 여러 소리들과는 다른, 좀 국뽕스런 접근이었지만 신선하게 들려왔다. 물론 불평등은 농업만큼 기나긴 역사를 갖게한 필연적 산물이기도 했고 말이다.
지난해 9월 즈음에 녹화된 것이라, 내심 세계의 위기로 '질병'이 거론 될 것인가를 기대했더랬는데, 세계 석학도 이런 식의 위기가 올 줄은 몰랐는가보다. 그의 신작 <대변동>은 이런 바이러스를 예감하지 못한 듯하니 일단은 패스. 그러나 한국을 예의 주시해야한다는 그의 말은 옳았는지도 모른다.
매우 인자하고 유머러스한 다이아몬드의 강연이었는데, 어떤이들은 이를 두고 환경결정론이라고 비판한다. 또한 지리적 특성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 어떤 역사학자도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그의 이야기에는 통찰력이 있어서 독특한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유익함은 있었다.
그렇지만 잉카인들에 일부러 천연두가 묻은 담요를 선물로 주었거나(아, 아스달 연대기가 떠오른다), 그들을 참혹하게 노예살이 시켰다거나, 중국과 아편전쟁으로 일으킨 점이나 노예무역선을 날랐던 제국주의적 야만 행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 할 수는 없다는 측면에서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서구의 시각으로 미화된 주장은 또따른 오리엔탈리즘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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