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작 <배트남전쟁> 다큐를 한참 동안 봤다. 한 편, 한 편 집중해서 보기가 힘들었다. 매 회마다 잔인한 장면의 연속이었고, 같은 내용들의 반복 같은데, 영상 속에선 시간의 흐름에 맞춰 정세, 관점을 달리해서 보여줬기 때문에 따분하기까지 했다. 결국 누구의 승리랄 것도 없는 상처 뿐인 전쟁이었지만 세계의 경찰, 미군에 대한 환상이 한 번 더 꺽이는 계기이기도 했다.
배트남전쟁은 미군의 패전으로 끝난 전쟁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기억되길 원치 않았다. 배트남전쟁이 끝난 이후, 한동안 상당수의 재향군인들은 자신들의 참전 사실을 숨겨왔다고 한다. 한 아버지는 밤에도 전등을 꼭 키고 자야 하는 자신을, 아들이 이상히 여겨 털어놔야 했다고 한다. 칠흑같은 어두운 밤, 북베트남 적군의 기습으로 수많은 전우의 죽음을 목격했던 트라우마의 결과란 것이다.
미군이 전쟁에 임하는 자세에는 허세 가득했다. 담배를 피우며 수색을 하곤 했는데 이는 적에게 그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과 같았다.
주로 논밭을 횡단했는데 이는 부비트랩을 고려한 행동이더라도 너무 위험천만했다. 총알이 날아와 엎드리려하면 총신에 진흙이 들어가 제대로 반격할 수 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적군의 AK47소총에 비해 당시 미군의 새로 나온 총인 M16은 결함이 많은 총이었다고 한다. 결정적 상황에서 격발이 되지 않아 패인의 원인 됐단다. 그리고 영상으로 전해지는 교전장면에서는 허공에다 대고 난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준 사격하는 적의 매복공격에 번번히 당하기만 하는 미군 필패의 상황이었다.
영내 막사 내부에서는 흑인, 히스패닉에 대한 인종차별적 모멸이 넘쳐났고, 장교들의 무리한 교전지시는 자칫 병사들의 하극상을 초래했다. 수류탄을 장교의 막사에 던져넣는 행위도 자주 보고됐고, 교전을 틈타 살해모의도 이루어졌다고 한다. 미군의 기강은 결국 값싼 헤로인 보급으로 인해, 현실의 고통을 덜어내면서 무너져갔다. 상당수의 미군들이 마약 중독자가 되었다고 한다.
미군은 교전 승리를 과대 선전했지만, 실상은 반대였고 막대한 전쟁자금만 쏟아져 들어갔다. 하지만 미국은 누가보아도 승리로 퇴군해야했고, 깃발없는 항복으로 조용히 물러나야만 했다.
제 9화에서 닉슨의 방송연설 장면이 나왔다. 캄보디아 공습이 성공적이었고, 남배트남군에 대한 이양도 순조롭게 되어 미군도 조만간 철수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었다. 이 연설 이후, 키신저와의 대화가 너무 웃겼다. 연기자보다 훨씬 잘했다는 키신저의 극찬에 대통령은 너스레를 떨었다. 상황은 미군이 돕는 남베트남군의 대패였고, 언제나 그렇듯 전쟁의 참패원인이됐던 것 중 하나는 남베트남군의 만연한 부패였다.
당시 미참전용사 중 하나가 상원의원들 앞에서 읊은 다음의 연설이 너무 감명적이어서 옮겨본다.
"우리는 마을을 구하기 위한 파괴 행위를 합리화했습니다. 우리는 미국이 도덕성을 잃는 것을 보았습니다. 미국은 냉정하게 미라이 학살을 받아들였고 초콜릿과 껌을 나눠주는 미군의 이미지를 포기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무차별 폭격 지대의 의미를 배웠고 움직이는 모든 것을 쏘았으며 동양인의 모습을 가볍게 생각하는 미국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미국이 사망자 수를 위조, 아니 미화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 미국은 이것을 생각하길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베트남에서 마지막으로 죽은 사람이 되라고 요구하겠습니까? 실수로 죽은 마지막 사람이 되라고 어떻게 요구할 수 있을까요?"
훗날 이 젊은이는 미 대선 후보에까지 올라 부시와 겨뤘던 존케리 상원의원이 되고, 국무부장관이 된다. 물론 그에대한 반대편의 목소리도 없는 것은 아니나, 당시의 반전운동은 미정부의 거짓된 뉴스에 대적하여, 참전군인들이 훈장을 내던짐으로 시작하여, 메이데이의 과격한 시위로까지 이어졌다.
2차세계대전 이래로 미국은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면서도 그에 걸맞는 괄목할만한 승리를 거두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민간인 폭격이라는 오명만 뒤짚어쓰고 있다. 람보같은 영웅은 있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헐리우드의 주인공을 꿈꾸며 나선이들은 대부분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올 수조차 없었다. 이점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지금 한반도에 머물고 있는 미군은 제대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일까? 분담금은 왜그리 많이 받으려는 것일까? 정말 미국은 믿어도 되는 우방일까? 역사는 아니라고 말하는 거 같은데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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