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수첩>의 김보슬 기자는 요즘엔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경쟁적으로 생겨나, 신선한 의제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의제는 서로 돌고 돌아, 그밥에 그나물일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녀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그만 '쇠고기 전면 개방'이라는 확약을 부시에게 선물로 주고 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순간 스치는 선수의 직감이라고나 할까? 대박예감이 들었더란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커져버릴 줄은 몰랐었나 보다. 디오게네스가 했다고 하는 "우연에는 용기를..."이라는 말은 이런 때에 적합할 것이다. 사회적 파장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신께 우연을 빌 수밖에.. 광고가 늘어날 줄 알았었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되어버렸다. 촛불집회는 전국적으로 확대되었고, 날마다 끊이지 않고 사람들이 광장으로 몰려나왔다. 특집 방송 때에는 광고도 없이 해야했다. 덕분에 MBC의 입장은 이만저만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지만 많은 대중들은 MBC의 선전에 큰 기대와 갈채를 보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촛불을 계기로 생겨난 MBC를 사랑하고 기대하는 사람들의 글들로 채워졌다. 촛불이후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깨닫게 해주는 MBC. 다음은 이 책을 읽으며 얻은 작은 조각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 것이다.
1) <PD수첩>의 광우 병에 대한 스케치 만으로도 한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이미 프레시안은 관련 보도만 300 여건을 해왔었다고 한다. 아직 제기된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도 <PD수첩>이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방송국에 대한 민영화니 사장 교체를 운운했단다. 이에 대해 우석훈은 “한국이라는 사회경제 구조가 거짓과 신화로 가득 찬 허상 위에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30)고 했다. 코미디다.
2) <PD수첩>은 ‘<시사저널> 사태’를 폭로한 바 있다. 파업 기자 중 한 사람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보수의 문제가 무엇인 줄 아는가? 부패? 아니다. 부패 이전의 문제가 있다. 바로 몰염치다.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 MBC도 ‘몰염치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게 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꼭 은혜를 갚겠다”(73). 이 말은 현 정국을 그대로 예언하고 있다. 이미 MBC 내부에도 ‘이명박 장학생’이 존재할는지도 모른다.
3) 한 토론회에서 나온 다음의 발언에 주목이 된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논란의 핵심은 누가 ‘위험사회’, 서구적 근대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조종하느냐의 문제다. 이는 바로 ‘초국적 자본’이다. 왜 ‘그들’은 그렇게 도축하고, 사료 조치를 느슨하게 했으며, 검사 비율을 낮추려 하는가. 그 배후에는 바로 카길과 같은 초국적 자본의 이윤이 있다.” 대한민국은 초국적 기업과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싸움이 결국 정부와 민중의 싸움으로 귀결됐지만 말이다. 언제부터 MB가 초국적 기업의 간부가 되었더란 말인가! 대통령 임기 끝나고 카길의 중책이라도 맡을 계획이신가 말이다.
4) 알튀세는 미디어를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라고 파악했다. 미디어는 끊임없이 우리를 ‘이러저러한 사람이 되라’고 주문한다는 것이다. 히틀러의 주둥이라고 불린 괴벨스의 예는 그것이 얼마나 큰 파장을 국가에 미칠 수 있는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5) 우리는 민영화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국민의 정부는 집권 초기에 IMF와의 공공부문 민영화 대상 사업에 제한을 두었다. 그러나 결국 미국의 강압적 압력에 굴복해 민영화를 수용한 바 있다. 포항제철은 외국인 지분율이 60%이다. 사실상 외국자본이 지배하는 기업이 되었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전기통신공사의 정부 지분을 인수한 자본 역시 해외금융자본이다. 현재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분할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는 주체도 해외 자본이다. 이것은 가히 국가의 재산을 외국에 팔아 치는 일과 다름없는 작업이니, 경영 효율이니 이익 창출이란 허울좋은 껍데기에 속아 민영화를 속행할 경우, 우리도 엔론(ENRON)이 그랬던 것처럼 빈번한 전기 공급의 중단 사태와 터무니없는 전기 공급가격 인상, 채납 시 인정사정없이 공급을 중단하는 무례한 행태를 맞지 않을까 적잖이 우려스럽다. 민영화가 원래 그런 거다.
6)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집단은 두 번의 정권 창출 실패를 방송 탓으로 돌려왔다.
7) 신재민 차관이 강조한 자율과 경쟁, 그리고 시장원리의 실체는 결국 공영방송의 민영화와 신문고시 전면 재검토함으로써 언론을 조중동의 밥상 위에 바치려는 것이다. 방송의 공적 기능이 마비될 경우 우리는 반론의 여지를 갖지 못한 채 일방적인 권력의 문법에 갇혀 버리게 된다. 푸코는 담론의 장악이 곧 권력의 장악이라고 했다.(261)
8) <미디어스>의 안영춘 기자는 촛불집회를 보며 다음 같은 불편함을 언급했다고 한다. “지난 10일 저녁부터 11일 새벽까지 광화문 네거리에 앉아 있을 때, 나는 틈틈이 불경한 의문을 품었다. 여기 모인 60만 명 가운데 몇 퍼센트가 지난 대선에서 MB를 지지했을까? 그 몇 퍼센트 가운데 다시 몇 퍼센트가 그 선택에 대해 자기성찰을 했을까? 그 밖에 몇 퍼센트가 박은경 전 환경부장관 내정자처럼 부동산을 사랑할까? (비록 짝사랑일망정!) 또 몇 퍼센트가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 8학군 진입 투쟁을 벌이는지, 남성의 몇 퍼센트는 술 먹고 성을 사는지, 여성의 몇 퍼센트가 신상 된장녀인지, 혹은 몇 해전 MBC <PD수첩>을 공격했던 황빠는 없는 지… 이런저런 것들이 궁금해 전두엽이 근질거렸다.”(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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