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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정치·사회

[북리뷰] 나의 권리를 말한다

by 체리그루브 2009.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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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무엇인가? 적어도 이 물음에 대한 학창시절 나의 답은 술취하신 행인의 노기어린 호통과 같은 그 무엇이었다. 재수없으면 욕먹을 수도 두둘겨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힘. 내가 좌우할 수도 없고 강제 당할 수 밖에 없는 외압으로 느껴졌던 게 ‘법’이었다.

 

요즘 학생들은 법을 무어라고 느낄까? 다행히 학생들은 2002년부터 새로 추가된 교과목인 '법과 사회'를 통해서 법에 대한 막연하고 과장된 추측은 벗어 버린 것 같다. 부러운 세대다. 그렇지만 인권 사각지대인 교육현장에서 참다운 인권 교육이 이루어질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 책은 '법과 사회'를 가르치는 고등학교 교사의 권리 찾아주기 에세이다. 그가 드러낸 법의 속살엔 낮은 자에 대한 배려가 숨어 있었다. 돈이 많거나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법망을 우습게 피해간다. 하지만 법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부분의 서민들은 그들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조차도 찾아 먹지 못한다. 법 정신은 이들의 약자들을 위해 이미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는 데도 말이다. 이런 취지에서 저자는 14개의 소재로 우리가 찾아 누려야 할 권리를 소개한다. 행복추구권, 흔히 자연권이라 부르는 천부인권, 모성권, 교육권, 건강권, 양심적 병역거부, 주거권, 피의자 인권, 노동기본권, 환경권, 소비자 권리, 지적재산권, 종교의 자유와 한국의 기독교, 안락사.

 

위 내용 중 나에게 새로운 정보가 되었던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년째 표류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안의 배경이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해당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적으로 피해자 본인이 의료사고를 증명해 내야 하기 때문에 의료지식이 없는 입장에서는 하나마나 한 소송이 된다. 오히려 법으로 인해 한 번 더 큰 고통을 당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의사가 본인의 의료 행위에 잘못이 없었음을 역으로 입증하자는 것이 바로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안’이다. 너무도 좋은 취지이다. 그리고 모든 국민이 환영할 만한 법안 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무엇을 하는 것일까? 일반 서민들은 알고나 있는 것인가? 이 법안은 의료 산업체의 강력한 로비로 인해 20년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법인이라고 한다.

 

둘째는 피의자 인권에 대한 부분이다. 대부분 경찰이 경찰서로 가자 하면, 따라 나서야 하는 게 선한 시민의 도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여러 장치를 통해 시민들은 보호받고 있다. 우선 따라가지 않을 권리, ‘임의동행 거부권’이 있다. 그리고 경찰의 신문에 대답하지 않을 ‘묵비권’과 ‘진술 거부권’ 그리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주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피의자가 자신의 사정을 판사에게 나아가 직접 변호할 수 있는 ‘영장실질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영장 발부 후에는 적절성을 따질 수 있는 ‘구속적부심권’이 있고, 구치소에 수감된 후에는 ‘보석’을 신청할 권리가 주어진다.

 

셋째는 소비자로서 제품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을 권리이다. 밥통 폭발 사고로 물의를 빚어 전 제품을 리콜했던 사례가 있었다. 이는 제조물책임법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즉, 사고의 개연성에 대한 입증 책임을 소비자가 지지 아니하고, 제조사가 무과실책임주의에 입각하여 보상해야 한다는 법이다. 이는 소비자가 오용하더라도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여 제공회사가 위험을 예측하고 해결하여 제품을 내놓도록 하는 법이다. 일례로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사 들고 가던 할머니가 커피가 넘쳐 손에 화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소송으로 맥도날드는 할머니에게 250만 달러를 배상했다. 그 후로는 “커피가 뜨거우니 손 조심하세요”라는 문구가 컵에 넣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개연성만으로 보상이 이루질 수 있는 것은 환경권에서도 다루어지는데, 어느 공장의 오염으로 인해 인근 주민의 공통된 피해가 의심된다면 무과실책임주의에 입각하여 보상받을 수 있다.

 

넷째는 한미 FTP에 감춰진 지적재산권 논쟁이다. 한미 FTP의 부당함의 일례가 바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 저작자의 사후 50년까지 법으로 보호하여 그 후손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것은 전 세계 150여개국이 회원으로 있는 베른 조약 때문에 가능하다. 미국은 미키마우스로 연간 60억 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나라다. 그러다 보니 저작자의 생후 50년 기한의 만기가 아쉬웠던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법안을 상정하여 통과 시켰다. 전세계인이 이에 대해 조롱하듯 ‘미키마우스 보호법안’이라고 둘러댔다. 이로써 미국은 70년까지 보호받도록 강제한 것이다. 베른조약에 따르면 년 수가 적은 것을 각 나라마다 따르도록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50년으로 기존 법안을 따라 저작권료를 지불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의 70년 조항을 받아줄 것을 미국은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 법안을 받아들인 다면, 우리나라는 해마다 150억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셈이 된다. 한미 FTA는 정말 우리에게 실익이 있는 것일까? 의심이 든다.

 

지적 재산권은 인류 전체가 함께 누려야 할 효용가치를 너무 오랫동안 일부 소수에게 몰아주는 왜곡된 법이다. 주거권을 위협하는 아파트 브랜드 광고는 서민의 집을 사치와 허영의 누각으로 변하게 하였다.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는 몰지각한 보수 기독단체와 제단들은 학생들의 자율 교육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주변에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우리의 권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 줬다.

 

저자는 서문에서 권력 위에 누운 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했다. 즉,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만이 참다운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하게 산다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양보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때의 양보는 위의 사람에 대한 양보가 아니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이익을 위한 충성이 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권리를 약자를 위해 배풀 때 참다운 인생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저자의 가르침은 나의 지적 소양과 배품이 다르지 않아야 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더 많이 안다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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