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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자기계발

[북리뷰] 누가 뭐래도 우리는 민사고 특목고 간다

by 체리그루브 2009.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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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진 외 지음, 글로세움 펴냄, 2005.07.05 발간

 

얼마 전 아내와 개천에서 용 안 난다는 말을 놓고 입씨름을 한 적이 있다. 친구인 중학교 선생이 아내에게 될 성 싶은 애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결정된다며 자라나는 학생들을 예단하는 말을 한 것이다. 나는 그런 친구가 가르치는 반 애들이 불쌍하다고 하였다. 그런 의식을 가진 교사는 우리 딸 아이가 제발 안 만났으면 싶다고 했다. 적어도 사람이라면 늘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며 언제든지 깨우치는 순간부터 공부에 열정을 쏟을 수 있고, 딱히 공부가 아니더라도 다른 재능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을 겨우 초등학교 단계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교사라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는 친구 편을 들며 현실적으로 보자면 냉정하지만 그것이 더 맞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혼자 고상한 척 하는 속물이라고 했다.

 

나는 교육열이 뜨거운 엄마들도 이해가 안되었다. 민사고니 특목고니 하며 아이들을 내 모는 부유한 엄마들을 보며 부의 재분배라는 명목으로 그들의 도덕성을 비난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그들의 관점이 이해되었다.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어떤 부모든지 자식이 최적의 교육조건에서 좋은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며 공부하기를 바란다는 것. 나 또한 불우한 학창시절을 보내서일까? 자녀가 불량한 친구과 어수선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은 원치 않는 바이다. 최상의 조건인 학교, 민사고와 특목고 같은 최고의 교사진과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진 학교에서 배움의 시기를 갖도록 하고 싶어진 것이다. 이젠 그 누구에게도 비난의 말을 할 처지가 못되었다. 그들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멘스라고 할 수 없는 처지이지 않은가?

 

저자는 무현 정부가 지향하는 경시대회 폐지고교 평준화를 악법으로 규정한다. 뛰어난 인재 발굴의 기회를 없애고 그들의 공부환경을 일반 아이들과 희석시키면서 도리어 인재 육성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도 빌 게이츠와 같은 인재가 나와야 한다니 말이다. 하지만 인재 한 명이 아흔 아홉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체제, 즉 승자독식적인 사회가 옳은 것인지 좀더 생각해 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인재가 나머지 아흔 아홉 명을 위해 먹여 살리기는 할 것인가의 문제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어쩌면 단순히 인재육성을 빌미로 사교육에 대한 불을 지피는 수사(修辭)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의 진술에서 저자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수학경시대회에 나갈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학교의 교사였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눈치를 살피는 학교라는 환경은 일부 학생들을 상대로 한 영재교육을 차별이라는 이유로 금지하였다. 저자는 학교를 그만두고 안양에 영재사관학원을 차린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강도 높은 공부를 경험하게 하였다. 복장규정과 예의 범절을 중요시 여겼고, 체계적인 점수관리를 통해 아이들 대부분을 민사고와 특목고에 진학 시켰다그는 이와 같은 입시 전문 종합학원이 아닌 일반 과외는 지양하라고 권했다. 이것이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과외는 대학생들의 일시적인 아르바이트이기 때문에 교수 준비가 많이 부족하고 학생에 맞춤식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효과적이지도 못하다고 한다.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민사고를 준비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귀한 경험이어서 만약 실패한다고 해도 그것은 성공한 것과 같다고 한다. 이른 나이에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는 그 아이는 어느 학교를 가서라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공감되는 부분이다. 우리 딸아이는 아직 준비하기에 너무 이른 나이다. 어쩌면 강 아래 마을 아주머니들에겐 이것도 늦은 나이일수 있겠지만. 언젠가 딸 아이를 데리고 민사고를 갔다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이 학교를 다니고 싶어하길 기도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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