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나는 레고(LEGO) 블록을 갖고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머리 속에 떠올려지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넘쳤고, 실제로 스스로의 창조력에 적잖이 만족스럽고 자랑스러웠었다. 필요한 블록이 없을 때에는 다른 것으로 대신해야 했는데, 그때마다 아이디어가 새록 새록 떠올랐었다. 기억에 남는 행복했던 기억 속엔 이처럼 내가 무언가에 집중하여 몰두하던 경험이 있다. 몰입의 결과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주는 것은 결국의 몰입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개인의 능력을 넘어선 많은 성과들을 이 몰입의 과정을 통해 얻었다고 고백한다. 하나의 난제를 풀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끌어내야 하는 사고의 과정은 결국 최선의 삶을 살기 원했던 그의 인생 가치관과도 맥을 같이 하며, 그것이 결국 행복을 누리며 사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깨닫거나 공감되었던 부분을 나누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몰입은 많은 천재들의 공통된 생각법이었다는 것이다. “단언하건대 만약 몰입적 사고 없이 타고난 지적 재능만 부여 받았다면 그들은 위대한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20). 뉴턴은 어떻게 만유인력을 발견했냐는 물음에 “내내 그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까”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누구나 몰입 체험을 통하면 천재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일정 정도의 지적 기반만 갖추어져 있다면 누구나 현재보다 몇 백 배, 몇 천 배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다고 저자는 대답한다. 희망적인 이야기다. 누구나 천재로 태어나진 못하지만, 천재성에 대한 로망은 있는 법이니 말이다. 실제로 유대인들은 이 몰입적 사고를 실천함으로써 세계 속에서 자기 민족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 저자는 몰입의 2단계 ‘천천히 생각하기’만이라도 전 국민적으로 실천하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어쩌면 이런 것을 학교 정규과정에 포함 시키면 효과적 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둘째, 몰입으로 자칫 잃을 수 있는 건강을 유의하라는 것이다. 천재는 단명(短命)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일까? 몰입적 사고(思考)의 면으로 천재를 봤을 때는 개연성은 있다. 운동을 게을리 했기 때문에. 몰입을 통해 집중하다 보면 배고픈 줄 모른다고 한다. 그 자체로 행복감이 최고조에 이르다 보니, 배고프다거나 건강의 문제에 소홀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모짜르트도 영감에 휩싸여 작곡에 임하다 보니, 자신에게 찾아 든 병을 돌보지 못해 단명했고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몰입적 사고는 건강한 몸을 전제로 실시 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루 1시간씩 잘 할 수 있는 운동을 통해 몸을 단련함으로써 몰입하기에 최적의 몸 컨디션을 유지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또한 전체적인 사이클 곡선의 안정을 위해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몰입을 생활이 되게 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면에서 공감이 가는 의견이다.
셋째, 몰입은 버거운 문제를 맞추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셈을 하도록 유도하는 간단한 계산을 예로 설명한다.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게 한다는 것은 그만큼 난이도를 높이는 결과를 만든다. 중학생들에게 미적분 문제를 풀도록 할 때 선험적인 지식 없이 현재의 능력과 몰입의 방법을 갖고 풀도록 하는 것도 이러한 몰입의 체험을 극대화 하기 위한 것이었다. 저자는 풀 수 없을 것만 같던 연구 과제를 장기적인 몰입을 통해 성공적으로 풀 수 있었다. 처음부터 집중이 잘 될 수 없지만,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천천히 생각하기를 통해 자신을 워밍업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문제는 그 해결을 위해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모는 절박감을 뇌에게 알려는 주는 것이라 한다. 사막에서 사자를 만났을 때,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집중된 뇌의 활동은 ‘빠져나가기’, 즉 해결책 찾기인 것 처럼 말이다.
넷째, 몰입은 결국 잠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이다. 몰입은 생각을 깊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목을 기댄 채 앉아 편안한 상태에서 시작하라고 말한다. 이때 처음부터 누워서 실행하는 것에는 주의가 요구된다. 자칫 생각이 늘어지고 집중도가 떨어진 채 바로 잠들어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뇌파에는 베타파, 알파파(패스트, 미드, 슬로), 세타파, 델타파가 있다. 베타파는 깨어있는 상태이고 알파파는 명상의 상태(선잠), 세타파는 최면 상태, 델타파는 깊은 잠의 상태라 할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어려운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 받고 노이로제나 신경쇠약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모두 베타파(각성상태)에서 생각하기를 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며 선잠에 들어가면 몰입이 발생한다. “생각하는 도중에 선잠에 드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선잠 상태에서는 의식의 깊은 곳까지 문제에 대한 생각이 들어가게 되어 문제와 관련된 깊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98) 실제로 많은 문제들이 이 선잠 단계에서 풀어진다고 한다. 우리가 각성 상태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실제로는 모두 이 단계에서 이미 풀어졌던 해답들이 기억나지 않았다가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경험은 누구나 있을 법하다고 생각하며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다.
다섯째, 몰입은 종교적 체험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나는 선(禪) 체험을 하지 않았지만, 저자는 이와 매우 유사함을 강조한다. 어느 하나에 집중하여 몰입하는 상태에서 희열감을 맛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는 이에 비해 조금 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기도의 상태는 어떤 면에서 비슷하다 할 것이다. 선지자들의 많은 계시들이 이 선잠을 통해 얻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내가 풀어야 할 당면 과제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깊은 물음들도 이 몰입의 과정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겠다 싶다. 특히, 저자가 바둑 기사들의 얘기를 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예전에 읽은 <4차원 속독법>에서 했던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둑기사들에게는 바둑판이 공중에 뜬 상태로 머리 속에 들어와 있는 상태라는 것. 즉, 그들의 경기 몰두 장면 이면에는 그런 뇌의 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4차원 속독은 어떤가. 포토그래프 방식의 속독법 처럼 책 한 장의 판본이 시각을 통해 그대로 뇌에 남겨지는 상태라고 하지 않는가? 그것은 훈련을 많이 거치는 단계여야 한다기에 나는 진즉이 그만 두었지만, 내용 상으로는 일치하는 구석이 있다. 속독법도 일종의 몰입의 결과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은 구체적인 실천들이 요구되는 매우 유익한 실용서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저자는 이러한 실천들이 전 국민적으로 일어나기를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 같다. 결국 유대인들의 민족적 우월성이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음의 실천사항을 삶에 적용하고 싶어진다.
첫째, 몰입을 자녀교육에 적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단순한 주입식 교육은 결코 영재교육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저자가 영재교육 전문가는 아니기에 속단하긴 힘들지만, 저자의 방법이 실제로 사람에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공부방법이라는 것에는 크게 공감하고 있다. 나는 딸이 기쁘게 공부하길 원한다. 누구나 자녀가 공부를 통해 성취감과 희열감을 느끼기를 바랄 것이다. 따라서 이 몰입 방법을 어렸을 때부터 가능한 문제부터 시작하여 난이도를 높이면서 하나씩 실천할 계획이다.
둘째, 몰입을 나의 자기 개발과 직장 생활에 적용할 것이다. 이 책을 쓰는 순간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수학자나 연구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에 대해 주제선정부터가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먼지 싸인 수학책을 다시 열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물론 수학도 장기적으로는 조금씩 해 볼 참이다.) 그런 면에서 이렇게 글을 쓰면서 정리하는 것은 책을 쓴 저자와 정신적 교감을 한다는 행위, 읽어낸 것을 기억하여 나의 글로 옮긴다는 행위에서 깊은 사고를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덮고 저자가 한 이야기를 하나 하나 되 집어 보는 시간을 몰입으로 해결해 볼 것이다. 또한 회사에서 주어지는 기획서나 제안서 등을 이와 같은 방법으로 풀어 볼 생각이다.
셋째, 몰입을 위해 단순하게 살기를 실천해 보고자 한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산만함을 없애야 한단다. 출근, 업무, 퇴근, 가족 시간, 몰입 시간을 구분하여 최대한 일정한 시간에 이 몰입의 삼매경에 빠져보고자 한다. 단순화 된 규칙된 일상은 몰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넷째, 몰입을 위해 운동 시간을 가질 것이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단순히 스트레스에서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적당한 운동이 필수라고 하였다. 하루 30분간 달리기와 같은 운동을 실천함으로써 건강하고 행복한 몰입을 실행할 것이다.
저자는 몰입을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하였지만, 문제 해결을 못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많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충분히 후회 없는 삶을 살았노라 할 수 있다고 고백한다. 몰입의 과정을 통해 인간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이 그런 것인가 싶은 생각에 부러움과 함께 최선의 삶을 향한 나의 몰입도 시작해 보고자 한다. 또 다른 나를 만나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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