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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ING/드라마

[드라마리뷰] 부암동 복수자들

by 체리그루브 2017.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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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명랑한 드라마다. 복수자들이라고 해서 처음 생각은 스릴러물일까 했는데, 복수 품앗이를 하는 아낙들의 깜찍 바랄 코믹물 정도라 해야겠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의 복수를 꿈꾸는 이들의 모임은 치밀한 복수 계획보다는 서로를 위로해 주고, 필요를 채워주는 모임의 성격이 더 강했다. 여운이 남는 서너 장면을 떠올려 봤다.

우선 혼외자에 대한 시선 하나가 들어왔다. 김혜정(이요원 분)은 남편이 바깥에서 낳아 데리고 들어온 아들로 인해, 복수를 결심한다. 그러나 김혜정 자신도 혼외자였던 것. 대기업의 딸이라고 정략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지만, 항상 외롭기만 한 그녀에게 다가온 또다른 혼외자 아들은 남편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자신에게 뜻밖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준다. 그런 아들에게 건네는 그녀의 말은 "네가 죄송해 할 것 없어. 너가 선택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깐". 그녀도 어린 시절, 이런 위안을 너무 받고 싶었던 게지. 출생의 결정권 없는 우리 서민들에게 던지는 위로가 아니었겠는가 싶다.

두번째는 이루어질 수 없는 멤버들의 조합이었다. 생선장수 홍도희 (라미란 분)와 대기업 재벌의 딸이 어떻게 언니동생하며 어울리 수 있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교육감 후보의 아내까지. 그런데 어찌 보면 과장되서 그렇지 주변에 이런 조합의 모임이 없는 것은 아닌 거 같다. 먼 친척보다 더 가까이 위로가 되어 주는 이웃인 그들과 함께 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작은 희망이 되어줄 수 있다. 그래서 성경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나 보다. "모이기를 힘쓰라"고. 또 이런 말씀도 있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전4:12)

세번째는 혼외자 이수겸의 생모의 이야기다. 낳기만 했지 지금껏 어미노릇 제대로 해보지 못한 그녀이기에, 다 커버린 아들이 본가로 들어간다 했을 때 한 몫 챙기는 데에만 혈안이 되었을 거다. 그런 그녀가 김혜정(이요원 분)을 위기에 빠트리는 인터뷰를 남긴 것에 대해 아들이 달려가 해결한다. 열쇠는 "엄마" 한 마디였다. 그녀는 아들에게서 그토록 간절하게 "엄마"라는 말을 듣는 게 처음이었나 보다. 그녀는 엄마노릇 한 번 해보겠다고 다시 다짐한다. 그리고 그녀의 옳은 결심(위증 고백)으로 모든 꼬였던 사건들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별것 아닌 이 씬이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 인간의 앙금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의 어긋남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냥 쪼잔하다고만 볼수 없는 것일 수도.

마지막으로 김혜정은 이복언니에게 건아그룹의 주식을 모두 양도하며, 홀가분하게 떠난다. 혼자서 뭘 할수 있겠나 싶어하는 언니의 못미더운 질문에 "난 다르거든요. 당신한텐 건아가 전부지만, 나한텐 이제 내가 전부예요"라고 답한다. 돈이 전부이고, 지켜내야 할 것들이 많아, 정작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는 딱한 언니를 향한 일침이다. 그리고 그녀는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며 자기를 찾아 나선다는 내용. 여행과 자기를 찾는 것이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낯선 곳에 버려진 자신을 볼 때 또다른 시선과 발견이 있어서인지 싶다. 어쨌든 그녀는 오랜 세월의 굴레를 벗어나는 자유를 만끽했고, 작게나마 우리에게도 일탈감을 제공해줬다.

요즘 정치권은 적폐청산이라하여 다소 시끌벅적한 것이 사실이다. 일정부분 통쾌한 구석도 없잖아 있다. 그래서 더욱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기도하다. 소시민들의 복수를 대신해 주시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할 뿐이다. 다만, 결과들은 좀 빨리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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