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서부지검의 스폰서를 대던 건설사 사장이 살해된다. 이 사건을 파헤치는 황시목 검사는 처음부터 이창준 차장검사를 의심했으나, 사건이 조명될 수록 다양하게 얽힌 인물들의 사정이 드러나면서 미궁에 빠지고, 결국 서부지검의 부패척결을 위해 특임검사로 임명받아 사건을 처리해 간다. 이창준 차장검사는, 우리나라 GDP의 30%를 좌지우지하는 대기업 이유범 회장의 사위다. 검사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위까지 오르게 하는 데, 단 두 달도 걸리지 않는다. 그런 그가 본 사건의 설계자였다는 반전과 투신이 이어진다.
황시목 검사는 이 모든 설계의 의도가 이 나라를 바로잡기 위한 이창준의 마지막 주문이었다는 사실을 그의 유서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된다.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 현실은 대다수 보통사람은 그래도 안전할 거란 심리적 마지노선 마저 붕괴 된 후다 (중략).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시간이 아니요, 돈도 아니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사람의 피다. 수많은 사람의 피. 역사가 증명해 준다고 하고 싶지만, 피의 제물은 현재진행형이다. 바꿔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든 찾아 판을 뒤엎어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이미 치유 시기를 놓쳤다.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누군가 날 대신해서 오물을 치워줄 것이라 기다려선 안 된다. 기다리고 침묵하면 온 사방이 곧 발 하나 디딜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파만파 확장되어 결국 대한민국 부패의 근원을 파헤친다는 설계 시나리오. 본 작품을 보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을 남겨본다.
첫째, 독특한 주인공 설정이 신선했다. 뇌수술로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검사. 그로인해 더욱 냉철한 이성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주변 눈치보지 않고 소신껏 일을 추진하는 그런 황시목 검사였다. 그런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검찰개혁이기 때문에, 오늘 대한민국의 검찰 조직과 내부 고발은 쉽지 않다는 것도 한 반증이다. 죄없는 자가 돌로 치라 했던가? 황시목만큼 적합한 인물은 없었다.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지는 못하지만, 그에 미치는 놀라운 초인적 도덕감이 그의 무기였다. 어떠한 유혹도 그를 굴복시킬 수 없었다. 공감이 결여된 인간에게서 높은 도덕감을 그려낸 것이 신의 한 수였던 셈.
둘째, 재벌이 권력을 앞세워 돈을 버는 방식을 엿보면서 그들의 도덕적 헤이에 대해 허탈감마저 들었다. 자녀의 세금 탈세를 작은 계열사의 비상장 주식을 증여하고, 이후 일감몰아주기나 상장을 통해 부풀리는 방법. 투자은행 등의 파산과 매각을 통한 이익 편취, 그리고 분단국가라는 약점을 이용한 비열한 방산비리 등.. 한 번쯤 뉴스를 통해 보았음직한 소재를 망라하여 보여준다. 지지난 정권을 통해 자원외교와 방산비리를 통해 어마어마한 금액들이 해외로 빠져나가 사라진 것을 보면, 이는 과장도 아니겠다 싶었다.
여기서 드는 의문. 과연 국고환수는 가능한 것일까? 최근 국고환수 결정 총액이 25조 라고는 하지만, 이중 실제로 겉힌 경우는 1.8%에 불과. 나머지는 허술한 법망 뒤에 숨어 3년을 버텨 책임면제 시한을 넘겨버린다고 하니, 법을 아는 분들이 자기들 유리한대로 국고를 유린하는 작태가 아니면 무엇일까 싶다.
셋째, 우리 같은 서민이야 최근의 뉴스를 통해서야 알게되는 고위공직자의 높은 위상을 드라마를 통해서도 알수 있었다. 우선, 서부지검의 검사장이다. 이창준 차장이 진급하여 올라가는, 그래서 모든 검사들이 복도에 나와 일제히 인사를 하는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런 분들 중 하나가 지난해 넥슨 주식으로 매스컴에 오르내린 진경준 검사장인 것이다. 그저그런 검사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높은 분이었다니! 또한 이창준이 검사장 퇴임후 곧바로 올라선 자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었는데, 바로 우병우로 떠올려지는 그 자리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그도 함부로 못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비선 실세로 나오는 이창준 수석의 장인, 이유범 (주)한조 회장이다. 요즘 세태와 정서와 키워드를 정말 잘 조합해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넷째, 그럼에도 세상은 그렇게 크게 변한지 않았다는 점. 그렇게 열심히 범인을 잡고, 권력과 재계의 연결고리를 만천하에 알렸음에도 황시목 검사는 남해로 발령난다. 영광의 상처뿐이라지만, 주인공은 역시나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래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애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던져주는 듯 하다. 황검사는 10개월 뒤, 다시 특검 검사로 착출되어 서울행을 한다. 이쯤에서 시즌 2가 나와주길 살짝 기대하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해왔던 검찰조직과 국정원, 공영방송에도 이제 정상화가 요구되고 있다. 정치의 반대편에 서신 분들에게는 이것도 하나의 "장악" 시나리오로 보이겠지만, 대부분 서민 정서는 본 드라마에서 시사하듯이, 기울어간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과정으로 비춰지고 있다. 오늘도 공안 검사 한 분이 안타깝게 투신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故변창훈 검사).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다시는 이와 같은 죽음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재의 정상화에 계속 지지를 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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