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꿈같은 이야기를 대리 실현해 주는 드라마를 보면서, 극적 긴장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최진철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사악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친구의 죽음을 기회를 삼아, 폭력배를 동원해 병원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 가족을 협박한다. 그는 병원을 이용하여, 많은 재력을 얻고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주가조작도 마다않았을 터였다. 그동안 많은 희생자들을 낳았다. 그는 선한 얼굴로 행세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본색을 드러내고야 마는 집념, 집착의 화신이었다. 악은 그렇게 승승장구했다. 그런 악에 대한 심판은 시청자들의 주 메뉴다.
이 타임슬립 드라마는 그런 의미에서 악을 응징 해야만 했다. 물론 하늘은 늘 주인공 박선우의 편만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과거를 오갈 수록 그만큼 과거는 그의 존재를 인식하고 대처한다. 상황은 점점 꼬여가고, 현재의 반영은 별다르게 나아져 보이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자가 조카로 변하는, 그리고 그녀의 기억 저편에 되살아난 두가지 현재가 이 연인을 둘러싼 모두의 시선을 패륜으로 몰고간다.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다시 한번 과거로 들어가지만, 그는 칼을 맞고 되돌아온다.
그리고 최진철이 그 비밀의 향을 갖게 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박선우를 죽이라고 지시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박선우는 향을 다시 빼앗아 과거로의 마지막 여행을 시작한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일었던 인물은 형, 박정우의 행동이다. 가장 일반적인 우리의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를일이다. 이 형을 바라 보고 있으면, 늘 용기없이 살아가는, 결정을 유보하는 우리내 일상을 보는 듯 하다. 과감하게 도전하지 못하고, 남에게 끌려다니며 평생을 우울하게 보내는 모습을 하고 있다. 박정우는 비록 최진철이라는 인물한테 영혼을 판 겪이지만, 오늘날 우리들은 물질주의 앞에서 그렇게 영혼을 팔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19화에서는 박선우가 죽는다. 결말이 암울하다. 최진철도 죽는다. 작가는 그렇게 결말을 그렸다. 그렇지만 20화의 반전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2013년 4월 23일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결론은 시청자의 몫으로 넘기는 듯하다. 이부분에 대해 작가는 질문하고 있다.
나의 의견은 이렇다. 박선우는 죽었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다. 왜냐하면, 2013년 초반은 향이 없이 살아가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로 갈 일도 없고 죽음도 없을 것이다. 이 판타지의 주인공은 과거에서 죽었지만, 전혀 새로운 현재에 새로운 기억이 박선우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과거는 미래의 그를 인식했지만, 미래의 그는 이제 과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일상이 순조롭게 되었으므로.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이 이 둘의 앞날을 축복하며, 해피엔딩을 빌어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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