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에 대한 많은 이론서들이 있지만, 이 책만큼이나 주인공 스스로가 평생을 실천해 가며, 자신이 쓴 시간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입증한 책은 흔치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큰 도전을 안겨준다.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업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매번 내가 얼마만큼의 업무시간 동안 어떤 업무들을 해 나가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 스스로를 분석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곤 했다. 그리고 실제 20여일 정도 업무 부분에 관한 나만의 시간관리 일지를 손수 작성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구입하기로 마음 먹은 시점부터 했던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책은 그때부터 나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그것은 이 책을 더 잘 체험하기 위한 일종의 준비운동이었다.
류비셰프는 모든 일에 시간을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고, 이에 대한 결산을 통해 매년 자신이사용한 시간의 통계를 매겼다. 그가 업무에 쏟아 부은 시간들 중 1963년 2,006시간 30분이 최고 장기 기록이란다. 1년이 8,760시간이란 점을 감안할 때, 1/4이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을 업무시간으로 활용하고도 스스로 최고의 시간이라고 얘기했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내 업무와 언뜻 비교해보아도 별로 나을게 없을 것 같은 기록이지만, 평생을 치밀하게 살아온 그의 통계치는 도리어 내게 “그렇다면 너도 확인 해 봐라” 는 흥미로운 도전을 주고 있다. 더 더욱이 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한 세기의 시간 쓰임의 격차가 얼마만큼 달라졌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욕망을 일게 만든다. 물론 류비셰프 당시의 평균 노동시간이 4시간대였다는 것을 감안할 때, 그의 업무시간은 평균 5시간 30분 정도였으니, 스스로도 자랑스러워 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류비셰프의 인생이 너무도 부럽다. 그는 학자였기 때문에 업무도 일종의 연구였고, 인류에 이바지할 그 어떤 여지가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가? 나의 업무활동은 기껏해야 인류의 이바지는커녕 기업의 직접적인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는가도 의심스러울 지경이니 이 정도면 업무 자존감도 낮은 편이고, 살아가기에만 급급해 하는 일상을 기록해 무엇 하나 싶기도 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비셰프가 내게 던져주는 도전은 그런 시간관리를 통해 그는 더 많은 부분, 다양한 세계를 섭렵할 수 있었고 스스로 계획하고 조절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과 그 시간 동안 내가 선택했던 것에 대한 결과가 아닐까? 그렇다면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류비셰프류의 시간관리 방법을 평생에 걸쳐 실천하다 보면, 스스로 인생의 행로를 결정했노라고 뒤돌아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류비셰프처럼 말이다.
아울러 류비셰프가 5년마다 목표를 세워 결산하고 계획했다는 내용과 비슷한 대목을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쓴 피터드러커가 강조한 지식노동자의 자기 개발부분에서였던 것 같다. 자신이 흥미로워 하는 분야를 5년여에 걸쳐 깊게 연구하며 살았다고 하는, 그래서 지식노동자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섭렵하고 있어야 한다는 강론이었다. 이런 류의 도서로 생각나고 읽고 싶어지는 도서가 하나 더 있다. <다산선생의 지식경영법>이다. 방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관리한 다산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책이라는 소개를 들은 기억이 난다.
류비셰프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 그리고 지식 노동자로서 내 스스로를 결산하고 평가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꼭 내 손으로 직접 구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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