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즈음에 조사된 당시의 주요 인터넷 언론은 대개 진보성향 쪽이었다. 아마 노무현 정부의 비호(?) 아래 막강한 논객들의 담론 생산이 어렵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촛불 집회에서 받은 각종 유인물을 보며, 어쩜 그리 많은 진보 단체가 있었던고 감탄했었다. 하지만 2008년 조중동의 언론 점유율이 아직도 59.7%를 이루며 고공행진을 했던 것을 보면, 그많은 진보 언론과 단체의 존재도 보수 메이저 신문에 대한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를 두고 가슴 한 켠으로부터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은 부질없는 젊음의 소치일까? 업친데 덮친 격으로 이명박 정권으로 바뀌면서, 그동안 진보 언론의 장이었던 인터넷이 수구 보수 신문의 빠른 보급망으로 변질되는 것을 본다. 정말 듣보잡 언론이 득실 거려, 기사 가려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고, 심지어는 홍수 속에 먹을 물 없는 격이 된다. 이런 가운데 먹을 물을 가려내는 언론사별 성향 분석은 가치있는 일이다. 그러던 차에 아래와 같은 옛 기사를 일부 소개한다. <미디어 오늘>의 2005년 8월 16일자 기재된 다음의 기사는 당시의 인터넷 언론 지형도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현재까지도 존재하는 언론이 대다수여서 일반 이름모를 타 언론과 가려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진보적 시각 우세
국가보안법, 북한에의 인도적 지원, 소득분배, 토지공개념, 노동자 파업권, 고교평준화 등 6개 분야에 대한 이념성향을 5점 척도(1점 진보, 3점 중도, 5점 보수)로 알아봤다. 조사결과 고교평준화 문제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진보적인 시각이 두드러졌다. 북한의 인도적 지원 문제의 경우 평균 1.42점으로 가장 우호적인 답변이 나왔다. 보수성향의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도 “북한 주민이 굶어죽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토지공개념 도입(1.64점), 국가보안법 폐지(1.85점), 노동자 파업권 존중(1.92점), 소득분배 문제(2.07점)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고교평준화 유지 강화 문제는 2.71점으로 중도적인 경향을 보였다. 데일리안, 독립신문 등 보수성향 언론은 물론 진보성향의 프레시안도 고교평준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는 “평준화를 최상의 가치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대학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별 이념지형도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터넷신문별 이념지형도를 그려봤다. 모든 설문에 가장 진보적으로 답변할 경우 총점 6(1X6)점, 가장 보수적으로 답변할 경우 30(5X6)점 등 각 매체는 총점 6∼30점 사이에 배치됐다. 조사결과는 대자보, 레이버투데이, 데일리서프라이즈, 시민의 신문, 프로메테우스 등 5개 매체가 총점 6점으로 가장 진보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들 언론의 뒤를 이어 오마이뉴스(7점), 민중의 소리(8점), 참세상(9점), 프레시안(10점), 브레이크뉴스(13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보수적인 시각을 보인 매체는 프런티어타임스로 27점이었으며, 독립신문도 24점으로 그에 못지 않았다. 데일리안과 업코리아는 각각 17점과 19점으로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안별 경향성 비교가 초점=주요 사회현안에 대한 설문을 통해 각 매체별 이념지형도를 그려봤지만 결과 자체만 놓고 가장 진보 또는 가장 보수적인 언론으로 분류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사회현안에 대한 설문문항이 제한적이고 답변 내용에 대한 해석에도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레이버투데이 최석우 편집국장은 “무상교육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준화만 유지시키면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고, 교육의 질도 높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념적 분화 원인과 전망
인터넷신문이 사회적 영향력을 높여가면서 보수신문이 장악한 종이신문과의 사상적 자율경쟁이 가능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인터넷신문이 사회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인터넷신문 자체가 사회적 약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등장한 대안매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진보성향이 짙은 것은 당연하다”며 “기존언론 중 지배적인 매체가 보수에 치우쳐 있었다면 인터넷신문 등장에 따라 사회적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다양화됐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사상의 자율경쟁이 가능한 시대가 될 것이다. 진보가 언론의 새로운 흐름이 될 수도 있다”며 “비단 인터넷분야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전반적으로 진보적으로 흐르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당분간 이런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완 민언련 인터넷정보관리부장은 “인터넷신문은 획일적으로 통제되던 정보를 공개하게 되면서 생긴 매체다. 그런 인터넷신문이 진보적인 것은 당연하다”며 “현재 인터넷신문도 보수적인 매체가 많이 생겨났다. 다양화되고 많이 발전했다”고 분석했다.
‘인터넷신문 이념지형도’ 관련 설문조사는 국내를 대표하는 14개 인터넷신문의 대표와 편집국장 등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 대한 전화 설문조사와 직접 면담 등을 통해 이뤄졌다. 6개 설문 문항은 특정 현안에 대한 각 매체의 이념을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문항마다 ‘적극 찬성’ ‘대체로 찬성’ ‘중립’ ‘대체로 반대’ ‘적극반대’ 등 5개 답안을 5점 척도로 나눠 적극 찬성에는 1점을 적극반대에는 5점을 부여했다. ‘적극찬성’으로 갈수록 진보적 성향이, ‘적극반대’로 갈수록 보수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도록 문항을 구성했다. 각 매체의 응답점수를 합산했을 때 점수가 낮은 쪽은 진보적 매체, 높은 쪽은 보수적 매체에 가깝다. 대표 인터넷신문은 인터넷 리서치업체 코리안클릭미디어, 인터넷메트릭스, 랭키닷컴 3곳에서 최근 6개월간 인터넷신문(온라인뉴스사이트) 50위 안에 공통적으로 드는 매체 중 종합일간지 성격의 독립형 인터넷매체 9개를 선정했다. 또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관련단체들의 협조를 얻어 종합일간지 성격의 인터넷신문을 5개 추가해 총 14개를 분석대상으로 선정했다. 선정된 매체는 대자보, 데일리서프라이즈, 데일리안, 독립신문, 레이버투데이, 민중의소리, 브레이크뉴스, 시민의신문(Ngo Times), 업코리아, 오마이뉴스, 참세상, 프로메테우스, 프론티어타임스, 프레시안(이상 가나다순) 등 14개 매체이다.
권혜선·류정민 기자 sunny7087@mediatoday.co.kr, dongack@mediatoday.co.kr
[미디어오늘 2005-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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