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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소소한 일상

권력 감정의 비릿내

by 체리그루브 2009.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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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가 한 강연에서 '권력 감정'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의 신경의 줄 하나를 손에 쥐고 있다는 감정"이라고. 탁월한 묘사가 아닐수 없다. 인간이라면 빗겨가기 힘든 속성이다 싶으면서도 씁쓸하다. 예전 백악관 관료들은 호출기를 하나씩 할당받았다고 한다. 식사 도중에 호출기가 울리면 근엄한 자세로 일어나며 "실례합니다. 백악관에서 찾는 군요" 했다고 한다. 상대방이 하염없는 부러움과 존경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길 기대하며 근엄하게 식사 자리에서 사라지는 이 관료의 모습. 이런 권력감정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과시욕'과 '인정욕구'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잘 나가는 누군가와 아는 사이인 것 만으로도 어깨에 뽕집어 넣은 것 처럼 행동하는 군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신줄을 놓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런 인간의 비릿한 속성이 어느 순간 내게도 불쑥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훌륭한 어느 누구와 두 번 건너만에 아는 사이라는 것에도 나는 흥분한다. 자주 뵙길를 원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이와 같은 나의 촘촘한 관계를 자랑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어떤 영화를 누리려는 것인지. 그래서 권력 감정을 돌이켜 보며, 속물스러움을 거둬내자고 다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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