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도시여자들]은 경쾌하고, 밝은 드라마다. 술친구가 대안가족이 되어 함께 한다는 것이 야박한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낭만적 수단이 되어 줄 수 있으리란 판타지를 제공한다. 여캐들의 독특한 직업과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들도 좋았고, 무엇보다 술안주로 나오는, 먹방을 뛰어넘는 음식 흡입 영상이 식욕을 불렀다.
술을 잘 못해서 술친구라는 것이 와닿지는 않지만, "적신다"는 표현에 그날의 시름을 모두 날려 버리고, 함께 무료한 저녁을 달래며, 신나게 퍼마시는 모습은 한 편으론 염세적인 것 같기도 하고, 한 편으론 세상의 한 가운데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준다. 예전부터 마음 속에 '친구'란 것에 대한 정의를 내리곤 했는데, 그것은 무의미한 시간을 함께 많이 보낸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 별 생산성 없고, 무쓸모의 시간들을 함께 보낸 곱절의 세월들이 단단한 결속력과 인정으로 매어지고 다져져, 배려와 인정으로 가득한 '친구'라는 것이 탄생한다는 판타지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용이 드라마로 담겨진다면 이런 <술꾼도시여자들>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술로 보내는 시간'들이 다소 무대책에, 계획없는 삶으로 비취기도 하겠기에 더더욱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일정정도의 직업을 갖추고 사회적 일원이 되고 나면, 자기만의 시간과 낭만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줄 수 있고, 또한 서로를 인정해주고 아껴주는 영혼의 친구와 함께라면 세상 그 무엇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불패의 자신감을 주기도 하기에 이 드라마가 주는 위로와 성원이 작지 않다. 말그대로 도시생존녀들의 자기 사랑법이랄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씬을 뽑자면 안소희(이선빈 분)의 욕찌거리 폴발씬이고, 쿨한 장면은 역사 선생이자 담임으로 나온 강지구(정은지 분)의 서윗한 대사다. 스트릿우먼파이터의 영향탓인지 댄스배틀 장면도 이어 나오고, 우정을 갈라놓을 만한 한지연(한선화 분)의 유방암 발병도 통쾌하게 이겨내는 장면들이 연출된다. 여자들의 브로맨스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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