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를 정주행했다. 뒤늦게 본 것인데도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박재범 작가 특유의 [김과장]과 비슷한 포멧이란 것도 알게됐다. 어쨌든 그 누구도 우리의 주인공을 이길 수 없다는 설정이 기본을 깔고 가니, 긴장감은 덜하지만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는 연출의 묘미이고, 성공적인 반전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이끌어냈다고 보여진다. 빈센조가 가장 위기일 때에는 하물며 비둘기, 인자기가 도움을 다 주는 설정이니, 설마 끝부분에서 장한석이 고문의자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 까마귀가 구해줄려나 싶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건 그저 까마귀가 장한석의 살을 파먹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전반적으로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고, 정의는 언제나 옳은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는 공식을 깨고, 마피아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전개가 좀 사이다였다. 금을 찾기 위해 한국에 귀국했으나, 엄마와의 오해도 풀어야 했고, 여친도 사귀어야 했으며, 바벨이라는 거대 재벌, 검찰권력과의 싸움도 해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까사노 패밀리 한국 지사 설립도 해야 했다. 그 모든 일을 단 20편으로 숨가쁘게 처리했다. 극의 전개는 악이 서서히 침몰해 과정을 담았다.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이 블랙 코미디가 전하는 양상은 "이탈리아에서는 마피아만 마피아 짓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재벌, 언론, 검찰 등이 모두 마피아 짓을 한다"는 것을 풍자를 통해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장면은 너무도 잔인하게 처리되는 악한 구도에 섰던 인물들의 응징 장면이다. 한승혁 남부지검장은 계단에서 피를 흘리며 모든 기자들이 보는 가운데 쓰러졌다. 그를 구출할 생각은 아예 없다는 듯이 기자들은 사진을 찍어댔고, 언론에는 특종으로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마치 악은 그렇게 처절하게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 처럼 들렸다. 위정자들이 보면 참으로 소름 돋게 만드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최명희 변호사는 발에 못이 박힌채로 불에 타 죽었고, 최대 빌런인 장한석은 결국 까마귀 밥이 되고 말았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는 없지만, 드라마는 처절한 응징으로 그 당위를 설명하는 듯 했다.
또다른 인상깊었던 점은 작은 체구의 빈센조에게서 <말괄양이 삐삐>가 읽혀졌더란 점이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그랬다. 특히나 아구 힘이 어찌나 강한지, 상대의 어깨를 붙잡고 짓누르면 그보다 덩치큰 사람들도 큰 고통을 호소한다. 아마도 작가가 빈센조에게 엄청난 힘을 부여한 듯 싶다. 뿐이랴? 어떤 특공무슬을 배웠는지, 경호원들을 맨몸으로 모두 때려 눕히는 장면에서는 어머니를 잃고 눈이 돌아간 빈센조의 극한의 모습을 보여줬다. 마음만 먹으면 한달음에 달려가서 죽음에 이르게 할 충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말마따나 "배부른 고양이"였다. 서서히 가지고 놀다가 죽이는 스타일. 거의 신에 가까웠달까?
그는 어쩌면 신의 면모를 가졌는지도 모른다. 금가 상가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인자했다. 금을 찾기 위해 억지로 사람들을 좇거나 하지 않았다. 기다려줬다. 인내했고, 그들의 문제들에 귀기울여줬다. 반면, 악의 세력으로 상정된 바벨 그룹과의 싸움에서는 인정사정 없었다. 처음엔 법으로 해결하고자 했으나, 차츰 한국 사회가 전체적으로 마피아 보다 더 질 떨어지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그만의 방식으로 응징했다. 이 부분이 아마도 이 드라마에서 가장 사이다 부분이 아닐까 싶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듯, 한없이 무자비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상가 사람들과는 패밀리 처럼 친근하게 지냈다. 작중 주인공에게 기대한 하는 모든 면들은 어쩌면 신에 가까운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해본다.
다음 시즌2도 기대할 수 있을까? 빈센조는 몰타의 섬을 하나 매입했다고 한다. 지친 마피아들의 휴식 공간이란다. 안식처를 만들었다. 도적 홍길동의 율도국 처럼 말이다. 언제고 한국 사회에 새로운 빌런이 터져 그의 귀에 들어가면 역시나 다시 나타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그러자면 그의 출입국이 우선 자유로워야 할 것 같다. 다시 세상에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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